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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Aug 09. 2022

바다에서 모히또를 디자인하다, 카페 <여수에서>

# 여수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시그니처 모히또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좋은 음료는 ‘좋은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남다른 ‘시그니처’라고 불리는 음료들은 만든이의 철학과 시간과 노력이 배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시즘은 맛과 모습 속에 숨겨져있는 음료를 만든 사람의 ‘생각’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카페에서 늘 똑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은 지루하다. 매일 똑같은 셔츠로 출근하지 않으면서, 왜 음료는 ‘늘 먹던 것'만 마시는 걸까? 어디 새롭고 독특한 음료 없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하늘의 별처럼 다양한 시그니처 음료를 소개하는 ‘내 친구의 시그니처'. 이번 시리즈에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그니처를 만드는 전국의 카페 사장님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카페는 여수 바다를 한눈에 품은 카페 <여수에서>다. 


15년차 디자이너,

엄마의 고향에서 쉼표를 찍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들 중에 처음부터 바리스타였던 사람은 드물다. 오늘 소개할 <여수에서> 최광인 바바리안도 그렇다. 원래 그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서울에서 광고기획사부터 창업까지 두루 경험한 능력 있는 15년차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그의 나이 서른아홉, 하루도 쉬지 않고 치열하게 달려온 삶이 언젠가부터 희망 없는 ‘버티기'처럼 느껴졌다. 


“마흔이 내년 코앞인데 이러다가는 서울에서 재미없는 삶을 계속해서 살겠구나.”


그동안 좋아했던 것들을 떠올려보니 바다, 그리고 커피가 생각났다. 그는 어머니의 고향이자 할머니의 집인 ‘여수’로 향했다. 바다도 있고, (4년 전만 해도) 카페가 비교적 많지 않은 곳. 잠깐 며칠 머물면서 둘러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왔던 것이 어쩌다 보니 벌써 여수 살이 4년 차째다. 


지금은? 평생을 여수에서 산 할머니보다도 여수 곳곳을 더 빠삭하게 아는 사람이 됐다.


바다 앞 벽화마을의

빨간 등대 집

여수의 중심, 이순신 광장에서 5분 거리인 '고소동 벽화마을'에 가면 빨간 하멜등대가 그려진 작은 집이 보인다. 

오랫동안 노부부가 살던 낡은 주택을 고쳐서 그가 직접 벽화를 그려 넣고 리모델링을 함께 한 곳이다. 그는 옛 것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보다, 집에 깃든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향을 택했다. 여전히 카페에 가면 묵직한 원목 서까래가 지붕을 받치고 있고, 곳곳에서는 세월이 깃든 나뭇결을 매만질 수 있다. 그렇게 2018년 5월 1일. 카페 <여수에서>의 문이 열렸다. 

야트막한 오르막길과 좁은 계단을 층층이 걸어 올라가면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돌산대교랑 장군도가 한 켠에 펼쳐지며 절로 ‘휘유~’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바다다. 그는 이곳을 선택한 이유로 ‘바다'를 꼽았다. 


“이거 딱 보고서 눈높이에 이루어지는 잔잔한 바다.

아, 여기다. 

잔잔함 속에서 제가 평온을 찾는다고 해야 될까요.”


신기하게도 정말 여수의 바다는 유독 잔잔했다. 그 이유는 365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파도를 든든히 막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마치 드넓은 강물을 보는 것처럼, 여수의 바다는 늘 한결 같이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저절로 여유와 마음의 안정이 생길 것 같은 그런 바다랄까. 



나만의 모히또를 

디자인하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스스로를 ‘바바리안 최'로 소개했다. ‘바바리안(Barbarian)'은 바리스타(Barista)와 바텐더(Bartender)의 합성어다. 일주일에 술을 4~5일 즐기는 애주가이면서도, 커피를 사랑하고 즐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만들었다. 실제로도 카페에 가면 다양한 칵테일과 커피를 동시에 주문을 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을 대표하는 시그니처는 ‘여수에서 모히또 한 잔’이다. 한때 퇴근 후 매일 이태원 바에서 모히또를 즐기던 그의 경험적 노하우가 한 잔에 모두 담겼다. 재미있는 점은 바카디를 전혀 쓰지 않고 만드는 모히또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모히또 칵테일에는 ‘바카디’라는 럼, 일종의 리큐르가 들어간다. 하지만 그는 바카디 없이도 최소한의 재료로 비슷한 맛을 내는 조합을 찾아냈다. 덕분에 무알콜 버전이라도 마치 모히또 칵테일을 마시는 것처럼 고급스럽고 근사한 풍미를 낸다.

또 하나는 직접 딴 민트 잎이다. 매일 모히또 맛에 대해서 고민과 실험을 거듭하고 있을 때, 벽화마을에 사는 이웃집 어머님이 운명처럼 나타났다.


“어이 총각! 민트 필요 없나?

 우리 마당에 민트 있는데 좀 갖고 가봐”


모히또를 만들 땐 민트 잎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만큼, 민트의 신선도가 음료의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하곤 한다. 그런데 3분 거리 동네 밭에서 갓 따온 신선한 민트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실험 삼아 넣어보는 순간 확신의 민트향이 입안을 감쌌다. 이거다. 지금도 여전히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이웃집 어머님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민트 잎을 공수받고 있다.

손님들의 반응은 어떨까.


“(손님들이) 벽화 마을에서 올라오시잖아요. 

근데 계단이 좀 많아서, 또 경사도 있고요. 

그런 (지친) 상태에서 저 모히또를 드시는 거예요.

시원한 얼음과 함께 민트, 라임 향에 코가 찡긋 뚫리죠.”


그렇게 ‘여수에서 모히또 한 잔’은 벽화마을과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강렬한 시원함을 가져다주는 확신의 시그니처로 자리를 잡는다. 


여수를 넘어

이탈리아를 꿈꾸며

디자이너에서 카페 사장으로, 복잡한 도시에서 평화로운 바다 마을로. 꿈꾸는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은 그의 최종 꿈은 무엇일까? 그랬더니 그는 ‘이탈리아’라는 단어를 말했다. 


“이탈리아에 가면 감브리누스(Gambrinus)라는 오래된 카페가 있어요.

거기에서 깜짝 놀란 게 바리스타들이 50대, 60대 할아버지인거에요.”

하얗게 샌 머리카락으로 흰색 정장을 차려입고 수동식 커피머신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할아버지 바리스타의 모습. 나이가 들어도 오히려 자부심과 연륜으로 자신의 자리를 꼿꼿이 지키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는 그 위에 자신의 모습을 겹쳐보았다. 


“이탈리아에 가서 ‘이탈리아에서’를 만드는 게 제 다음 꿈입니다. 

인 이탈리아(in italy)요"  


+ 이탈리아를 닮은 여수에서 최고의 모히또를 만드는 카페 <여수에서> 최광인 바바리안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더 생생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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