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생코코넛, 누가 음료수 달랬지 열매 그대로 따오랬니
우리는 순진하게 믿어왔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듯 무인도에는 당연히 코코넛이 있어야 한다고. 힘겹게 야자나무 위에 올라 따낸 코코넛을 마실 때의 그 달콤하고, 상쾌한 표정은 현대인들의 로망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코(ZICO)가 나오기 전까지는.
코코넛 워터라는 타이틀을 가진 음료수 지코가 나왔을 때 우리의 기대감은 엄청났다. 심지어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어서 헐리우드 스타들이 입에 달고 산다고 광고를 했으니. 나는 편의점에 가지 않고 박스채로 주문한 것이 정말 현명한 선택이라 믿었다. 한 입을 마시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동안 생각한 달콤함을 지워버리는 씁쓸하고 시큼한 맛. 처음에는 음료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지코는 이것이 코코넛 워터의 맛이라고 말한다. "안돼! 내가 아는 코코넛은 이런 게 아니란 말이야!!" 절규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코코넛 음료의 맛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진정한 코코넛 맛은 무엇인가"를 두고 다투는 편돌이, 편순이의 코코넛 논쟁을 들어서 였을까? GS25에서 태국산 생코코넛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음료수 칸에 덩그러니 비닐 포장한 생코코넛을 파는 것이다. 이토록 자연주의가 가득한 음료수를 편의점에서 마셔본 적이 있던가.
구성품은 단순하다. 맨들맨들하게 털을 깎은 코코넛과 구멍을 뚫을 펀칭, 그리고 빨대다. 비록 껍데기를 굉장히 많이 깎았다고 하나 극강의 방어력을 자랑했다. 포장에 표시된 포인트(코코넛 가장 위 꼭지 부분)를 잘 찾지 않으면 칼이고, 드라이버고 통하지가 않아서 당황했다. 음료판 아킬레우스 같은 건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시음. 생으로 된 과일에 빨대를 꽂아 마시는 경험은 언제나 독특하고, 긴장되기 마련이다.
기대반 두려움 반을 타고 코코넛 워터가 입안에 들어왔다. 짙은 단맛. 그러니까 야생의 단맛이 났다. 나무를 오래 씹으면 날 것 같은 맛이 나는데 분명 달콤한데 씁쓸했다. 단지 코에서 나는 빠다코코넛의 향기만이 지금 마시는 게 코코넛이 맞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결국 지코가 옳았다. 세상도 코코넛도 달콤하지만은 않다. 영화, 드라마, 동화 속에 나오는 조난자들의 세상 달콤함 표정은 사실 자본주의 미소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만약 코코넛 워터가 정말로 달콤했다면, 뭣하러 무인도를 빠져나오려고 했겠어. 이것은 조난의 맛. 그리고 생존의 맛이었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분명 피해자(?)는 늘어가는데, 코코넛 워터를 계속 찾는 사람이 늘어간다. 나 또한 지코에게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어서 솔직히 생코코넛의 맛이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담이 덜한 지코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마셨다. 기대한 달콤함이 없다 뿐이지, 익숙해지면 건강... 비슷한 것을 챙기는 맛이 난다.
평소 코코넛 워터를 부담 없이 마셔왔다면 생과일 열매로 기분을 내며 코코넛워터를 즐길 수 있으니 추천. 하지만 코코넛이란 달콤함이라는 잘못된 공식을 지닌 이에게는 인생살이의 쓴맛을 보여줄 음료수이다.
생코코넛의 가격은 3,500원으로 1+1 행사를 겸하고 있다. 특이하다고, 또 행사라고 해서 무턱대고 사오기 전에 자신이 코코넛을 어떤 맛으로 추억하는지. 추억을 지킬 것인지, 혹은 현실을 똑바로 마주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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