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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Nov 28. 2022

차 한잔으로 맛보는 따뜻한 여유, 서울의 티룸 5

#티 칵테일부터 차 오마카세까지 다양한 티룸의 세계

커피믹스에서 스페셜 티까지,
현미녹차에서 티룸까지


내 인생 최초의 커피가 '맥심'이었다면, 최초의 블렌딩 티()는 '현미녹차'였다. 교무실 정수기 종이컵 옆에 비치된 특별한 음료. 현미의 고소함과 녹차의 씁쓸함이 어우러진 현미녹차를 마시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어른이 되면 훨씬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겠지?


문제는 여전히 내 곁에는 현미녹차만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날을 보내고 싶을 때 가는 티룸을 이미 마련해두었지. 오늘은 음료도 풍경도 아름다운 특별한 티룸을 소개한다. 올 겨울 이곳들을 다니면서 추위를 따뜻하게 녹여내면 어떨까?  



까치와 호랑이가 노니는 티룸, 맥파이앤타이거

크리스마스에도 캐롤보다 가야금 연주를 틀 것 같은 공간. 성수와 신사에 위치한 '맥파이앤타이거'는 동양의 느낌이 가득한 티룸이다. 보통 일반 카페에서 나오는 차는 유럽의 홍차브랜드가 많이 소개된다. 하지만 이곳은 동양의 차를 소개해주는 소중한 곳 중 하나다. 


특히 맥파이앤타이거는 차에 대한 소개가 더욱 깊다. 서양홍차들은 보통 브랜드의 이름이나 로고가 돋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곳은 차가 어디에서 수확되었는지(중국의 운남과 한국의 하동 찻잎을 주로 사용한다), 또 찻잎을 언제 수확했는지까지 표기를 하여 손님에게 내어준다.

대표적인 메뉴는 '하동쑥차'다. 하동에서 채취한 연한 쑥으로 만들었다. 어차피 찻잎은 다 동양에서 주로 나니 맛이 다르겠어? 하고 맛을 보았는데 다르다. 블렌딩이 되지 않고 나온 싱글 오리진 차라 그런지 차의 다양한 맛이 더욱 풍부하게 느껴진다. 고즈넉한 인테리어와 도자기도 마음에 들어서 엄마와 함께 오고 싶은 곳이다.


재미있는 점은 클래식한 차만을 판매할 것 같은 이곳에 독특한 메뉴도 있다는 것이다. 평화로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음료에서 얻고 싶다면 '말차맥주'나 '백차소주' 같은 맥파이앤타이거만의 특별한 알콜메뉴를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줄평 : 티룸계의 신토불이. 마셔보면 맞춤옷을 입은 듯 편안하게 감긴다.



밤에 마시는 티칵테일,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 

'오설록' 하면 제주도를 떠올리는 분이 많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도 오설록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북촌에 위치한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이다. 제주도에 있는 오설록이 자연느낌 가득한 차의 공간이라면, 이곳은 도시에 어울리는 컨셉을 가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곳은 3층에 있는 티 바(Tea Bar), '바설록'이다.


바설록은 크리에이티브한 티칵테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국가대표 바텐더들이 직접 다양한 차를 가지고 재미있는 메뉴들을 만들었다. 보기만해도 취할 것 같은 와인바의 느낌 아래, 알콜 한 방울 없는 멋진 티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퇴근 후에 술에 취하고 싶지 않지만, 분위기에 취하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여러가지 티 칵테일 중에서도 추천하는 메뉴는 '탠저린 북촌 슬링'이다. 제주의 영귤차를 베이스로 만든 음료로 구름을 닮은 퐁실퐁실한 거품을 맛보는 매력과 상큼한 맛이 느껴진다. 바의 분위기부터 티칵테일의 이름과 모습, 맛까지 하나하나 음미하며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한줄평 : 알콜 한 방울 없이 분위기낼 때 이만한 곳이 없다 



홍차와 유럽식 디저트를 함께, 뚝방길 홍차가게 

이름부터 홍차 장인의 포스가 풍기는 이 곳은 '뚝방길 홍차가게'다. 유럽과 동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홍차의 세계를 대한민국 뚝섬 옆에서 만날 수 있다. 메뉴판만 3~4페이지가 될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메뉴에 대한 설명만 봐도 마치 홍차만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 곳의 자랑은 '애프터눈티'다. 큰 마음 먹고 고급 호텔에 호캉스로 갔을 때나 맛 볼거라 생각한 영국식 애프터눈티를 1인당 3만원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샌드위치 한조각도 대충 만든 것 없이 홍차와 디저트 곳곳에서 정성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차의 세계에 입문한지 얼마 안되는 차린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공간이다. 어떤 메뉴를 골라도 만족감을 주는 맛이지만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인 '다즐링'이다. 정석적인 홍차의 맛과 함게 은은한 단맛이 뒤따라와 향긋하게 마무리된다. 추가로 당부하는 것은 맛있는 차와 함께 디저트도 시키는 게 좋다는 것이다. 뚝방길 홍차가게의 차와 디저트 페어링은 엄청나거든.


한줄평 : 눈을 감고 골라도 맛있는걸 고를걸? 홍차와 디저트의 찰떡궁합



경계를 허무는 차 오마카세, 알디프   

뚝방길 홍차가게에서 차와 디저트의 조화를 보았다면, 이번에는 차와 디저트의 물아일체를 볼 수 있다. 홍대에 위치한 '알디프 티바'에 가면 계절에 어울리는 '시즌 티 코스'를 맛볼 수 있다. 일종의 오마카세가 아니라 차마카세다.


이곳은 찻잎을 우려낸 물이라는 '차음료'에 대한 편견을 깨준다. 밀크티, 파르페, 크림티로 변주시키며 차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추천하는 메뉴는 '스페이스 오디티'다. 국화, 캐모마일 등 꽃잎차를 메인으로 핑크 빛깔의 상큼한 맛이 나는 아이스티다. 눈으로 컬러를 즐기고, 차를 맛본 후 막대기에 꽂힌 루바브 절임으로 마무리를 한다. 이것은 마치 오감을 확장시키는 맛이라고 할까.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귀를 쫑긋하고 가야한다는 것. 코스를 하나씩 내어줄 때마다 티소믈리에의 설명이 곁들여진다. 같은 차를 마셔도 이야기를 들으면 맛을 훨씬 깊게 느낄 수 있다. 평소에 차를 좋아하고, 새로운 감각을 깨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알디프에서 끝없는 차의 매력을 만나는 것을 추천한다. 


한줄평 : 이것은 요리인가 차인가, 한 편의 공연같은 티코스



신비로운 보랏빛 차, 티퍼런스   

차는 입으로 먼저 즐기는 음료가 아니다. 차에서 나는 향과 그리고 눈으로 보이는 색깔이 먼저 우리를 맞이해준다. 티퍼런스는 그 중에서 눈으로 즐기는 차의 매력을 가득 보여주는 곳이다.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퍼플티'를 메인으로 다양한 보랏빛 차의 세계를 보여주는 티룸이라고 할까?

보랏빛을 내는 찻잎의 고향은 케냐다. 해발 1,800m 고원에서 자란 찻잎은 강한 일교차에서 자라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초록빛에서 보랏빛으로 변했다고 한다. 색깔 뿐만 아니라 맛도 더욱 새콤한 베리류의 느낌이 난다. 차만으로도 만족스러운데 이상한 일이 하나 더 있다. 왜 화장품을 챙겨주지?


알고보니 이곳은 티세럼(a.k.a 아이유 세럼)으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가 만든 공간이었다. 티룸 곳곳에 아이소이에서 만든 스킨케어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차 한잔 마시러 갔다가 화장품을 바리바리 사올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충분히 특별한 차의 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한줄평 : 음료부터 화장품까지 보라색 깔맞춤에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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