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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Dec 08. 2022

요즘 이 집이 제맛입니다, 계정맛집 5

요즘 시대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요소에는 3가지가 있다. 잘 만든 제품, 목 좋은 상권, 그리고... 멋진 인스타그램이다. 그렇다. 요즘에는 작은 동네식당을 운영하더라도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처럼 소셜미디어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 ‘국룰'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음료업계의 고민도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제품만 맛있게 만들어도 잘 팔렸다면, 이제는 브랜드 계정부터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서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으니까. 오늘은 그 중에서도 유별나게 SNS를 맛있게(!) 관리하는 브랜드(a.k.a 계정맛집)들을 준비했다.   


주접떨기 1티어, 매일유업 트위터

꺾지 않는 마음이면 이루어진다. 무려 5년만에 동면을 깨고 돌아온 매일유업의 트위터다.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매일유업도 마케팅 좀 잘 해봐라' 응원했더니 닫혀있던 계정도 다시 열렸다. 그런데... 여기 왜이렇게 맛도리죠? 


재밌는 점은 담당자가 직접 밝힌 컴백사유다. 여기저기서 하도 복귀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아서 돌아왔다고 밝힌다. 최근에 경쟁회사들의 자폭(...)이 이어지면서 가만히 있던 매일유업이 사람들로부터 샤라웃을 당했다. 이제 호빵, 우유를 살 곳이 없어졌으니 너네라도 열심히 해보라는 의미였달까? 


그렇게 다시 돌아온 매일유업의 트위터 담당자. 그동안 못다한 한이라도 풀어놓듯이 폭주기관차처럼 각종 드립으로 활발한 트윗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분의 MBTI를 궁예해보자면 ENFP가 아닐까.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자사 제품에 대한 사랑, 넘쳐도 너~무 넘치는 사랑이 볼거리다. “매일유업 사지 마",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등등 밈과 드립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제품을 열심히 알리고 있다. 


그동안 숨겨두었던 보물상자를 개봉이라도 하는듯이, 하루에 하나씩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도대체 이 넘치는 끼를 그동안 어떻게 봉인하고 사셨나요..? 


✔️ 링크 : https://twitter.com/freshmaeil   



가내수공업 짤 장인, 동아오츠카 인스타그램

매일유업이 본문 맛집이라면, 여기는 짤 맛집이다. 동아오츠카의 인스타그램에 가면 내부 담당자들이 직접 수제로 찍어낸 짤(짤방)들을 볼 수 있다. 보통 다른 기업의 인스타그램은 A급을 지향하면서 예쁘고 세련된 이미지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곳의 분위기와 무드는 사뭇 다르다. 뭐랄까.. 친구들 단톡방을 보는 것 같은 푸근함이랄까?


자사의 히트제품인 데자와, 포카리스웨트 등을 활용해서 누구보다 광기어린 짤들을 잘 만들어낸다. 마치 유머 사이트에서 올린 게시물인 것처럼 위장을 하기도 하고. 본사 건물 앞에서 찍어올린 릴스를 올리기도 한다. 광고모델이 아닌 매번 담당자들이 직접 출연을 하는데, 막내들도 예외는 없다. 어쩌면 동아오츠카의 입사조건은 이런 콘텐츠를 아무렇지 않게 만들 수 있는 MBTI로 치자면 ‘EEEE’ 들이 모인 곳이 아닐까. 


그런데 이상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만든 A급 이미지보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훨씬 정감이 간다. 마치 옆집 언니, 오빠들이 만든 것처럼 현실적이고 애정이 간다. 사실상 브랜드 담당자들은 매일 자신이 만든 제품을 보고,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누구보다 스스로가 제품에 과몰입해있는 상태다. 다들 고슴도치 엄마가 된 것 마냥, 자기새끼를 자랑한다. 그렇다보니 예산이 부족해도 진정성만은 꽉 찬 상태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마음이 독자에게까지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 링크 : https://www.instagram.com/donga_otsuka/   



K-직장인의 현실일기, 국순당 마케터의 사적인 계정 인스타그램

아무리 브랜드를 사랑해도,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다고? 그렇다면 그림을 그려보는 방식도 있다. 바로 막걸리 브랜드, 국순당의 인스타그램이다. 이 곳은 국순당의 마케팅 팀장이 직접 운영하는 부계정이다. 팀장이라고 엄근진한 콘텐츠만 올릴 것 같다고? 전혀 그렇지 않다. 


본인이 심근염에 걸려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 직원들에게 꼰대처럼 비춰보일까 걱정스럽다는 이야기, 등등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법한 이야기를 TMI와 곁들여 소탈하게 그린다. 사이사이에 주류 회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에피소드(오전 10시에 막걸리 시음하고 대낮에 대리운전 부르는 이야기 등)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은 숨겨진 재미다. 웬만하면 모든 댓글에 일일히 답댓글을 달아주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소심해보이면서도 원칙적으로 업무에 충실한 모습이 꼭 ISTJ인 우리 팀장님을 닮았다. 


또 하나는 브랜드의 부계정으로서 제품을 홍보하는 용도로도 자연스럽게 쓰인다. 애초에 주류회사 마케터인 주인공이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만화로 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해 고민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바로 피드백을 적용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지난해 가장 핫한 굿즈였던 ‘파전우산'이다. 파전 부치는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한 것에서 착안해, 파전을 그려넣은 우산을 만들어 보기만해도 막걸리와 파전이 땡기는 우산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심지어 본캐인 국순당 공식계정보다 팔로워수도 5배 정도 더 많으니, 잘된 부계정의 표본이라고 부를 수 있다. 


✔️ 링크 : https://www.instagram.com/kooksoondang_insta/ 



이제는 버츄얼 직원, 칭따오 인스타그램 

그런가 하면 이 세계가 아닌 곳에서 온 모델도 있다. ‘뭐야, 왜 이렇게 조각미남처럼 잘 생겼어?’ 생각했는데, 그 분이 실제로 (코딩으로) 조각된 얼굴이었다면? 그렇다. 이 칭따오 공식 계정 운영자의 이름은 신다호, 버츄얼 휴먼이다. 대충 사이버가수 아담 같은 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신다호는 18학번 대학생이자 3학년 선배다. 그는 인생네컷도 찍고, 에타(에브리타임)도 쓰고, MT도 다녀올만큼 활발한 대학생활을 즐긴다. 공개적으로 밝힌 그의 MBTI는 'ENFP (이지만, 술 마시면 BEER가 된다)'. 랜선 너머로 지켜보는 그의 대학생활은 활기차고 똑 부러지는 전형적으로 인기 많은 과대오빠 그 자체다. 내가 다호만큼만 대학을 다녔어도 지금쯤.. 읍읍.

무엇보다도 특이점이 온 다호님의 취미 생활은 맛집 탐방이다. 사이버 식당은 아니고, 실제로 존재하는 전국의 맛집을 여행한다. 리뷰를 보면 꽤나 음식에 진심이다. 이쯤되면 맛집 리뷰어인지, 맥주 브랜드 담당자인지 정체성이 헷갈릴정도로 맛집에 조예가 아주 깊다.  


처음에는 '이.. 이게 뭐야.' 싶었는데 자꾸 보다보니 정이 든다. 내년에는 우리 다호 졸업할 때가 다 되어가는데, 취업은 어디로 할라나. 당연히 칭따오 신입사원으로 취직을 하겠지? 


✔️ 링크 : https://www.instagram.com/tsingtao_kr/ 



세상의 모든 바다, 코로나 인스타그램 

으아. 버츄얼 휴먼까지 나오니 너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고? 그렇다면 휴양지로 떠나보도록 하자. 맥주회사 코로나의 인스타그램에 가면 세상의 거의 모든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도대체 여기가 맥주 계정이야, 내셔널 지오그래픽이야? 


그렇다. 이 계정에는 이상하리만치 바다가 가득하다. 사람들이 해변가에서 즐겁게 서핑하고, 다이빙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고화질로 펼쳐져서 보기만해도 가슴이 뻥 뚫리고 시원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맥주병이 안보여도.. 괜찮은걸까? 

사실 코로나는 그동안 바다에 매우 진심을 보여온 곳이다. '바다=코로나'라는 공식이 생기기까지, 라임을 꽂은 코로나 맥주와 파란 바다를 엮어서 마케팅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만큼 ‘바다 덕후’로서 이들이 바다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주는 징표가 바로 이 곳, 인스타그램이다. 


✔️ 링크 : https://www.instagram.com/corona/ 



요즘 브랜드가 

소셜미디어를 운영하는 방법

TV에서 유튜브로, 소셜미디어로 우리가 시간을 보내는 플랫폼이 바뀌어가면서 브랜드의 홍보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매일 새로운 볼거리가 쏟아지는 디지털 세계에서 단 1번의 메가히트로 모두가 아는 브랜드가 되는 것은 꿈만 같은 이야기다. 심지어 알고리즘이 우리 콘텐츠를 선택해줄 확률은 아주 적다. 


그렇기에 오히려 소셜미디어에서 중요한 덕목은 '꾸준함'이다. 어떻게 해야 담당자도, 팔로워도 지치지 않고 소셜미디어라는 공간에서 함께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하는 것이다. 좋아보여서, 요즘 뜬다고 해서 비슷하게 따라하는 것으로는 멀리 갈 수 없다. 단거리 경주가 아닌, 오래도록 달려야 하는 마라톤의 세계라면, 우리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지속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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