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시즘이 선정한 이 달의 박스오피스 4
영화를 볼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압도적인 크기의 상영관, 마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돌비사운드, 구름에 앉은 듯 푹신한 특급좌석... 모두 정답이 아니다.
영화를 볼 때 중요한 것은 '음료'를 사서 들어가는 것이다. 음료를 맛있게 해줄 팝콘까지 사서 들어간다면 든든하게 영화 속 세상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다. 그냥 영화를 보는 것은 2D지만, 음료를 사간다는 것은 3D(2D+Drink)라고 할까?
때로는 음료만 잘 매칭해서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크린 속에 주인공과 내가 함께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음료계의 박평식이자 이동진(죄송합니다) 마시즘 오늘은 '이 달의 박스오피스' 특집으로 작품별 마시면 좋은 음료를 추천한다.
약 20년 만의 귀환이지만 슬램덩크를 아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뜨거운 작품이 어디 있을까? 나는 슬램덩크에 나오는 음료들까지 기억할 있을 정도로 이 만화를 즐겁게 봤다(포카리스웨트와 펩시가 나온다). 그런데 이걸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고? 그렇다면 당장 콜라 대신 포카리스웨트와 수건을 들고 영화관에 가는 걸 추천한다.
스포일러를 할 수 없지만 애니메이션으로도 정말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벌어진다. 경기가 뜨거워질수록 팝콘도 못 먹을 만큼 관객도 집중하는데. 영화 속 경기가 쉬는 시간에 헉헉대는 주인공들을 보며 포카리스웨트를 마셔보자. 내가 이 코트의 선수가 된 기분을 느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고.
아바타라고 쓰고 3시간짜리 아쿠아리움이라고 읽는다. 이번 아바타는 최고의 액체시네마다. 마시지는 않는다. 바닷속을 헤엄치거든. 3D 안경이라도 쓰는 날에는 내가 영화관이 아니라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기분마저 든다. 그런데 수영 못하잖아? 그래서 준비했다. 바닷물 맛(?)이 느껴지는 블루레몬에이드.
영화 속에서 '나비족'들이 헤엄치는 것을 연습하며 바닷물을 잘못 들이켤 때가 있다. 이때를 맞춰 블루레몬에이드를 조금씩 들이켜보자. 짭조름하고 상큼한 맛이 입안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바닷물은 이렇게 맛있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분위기가 맞는다.
...라고 생각했던 내가 잘못했다. 서두의 말을 다시 적겠다. 아바타라고 쓰고 3시간짜리 아쿠아리움이라고 읽는다. 함부로 블루레몬에이드를 쪽쪽 마셨다간. 화장실이 그리워지는 재난영화가 펼쳐질 것이다.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만큼이나 뜨거운 작품이다. 잔인한 장면은 좀처럼 보지 못하는 미어캣 같은 성격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 드라마 음료적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 초반에 2가지 선택지를 둘 수 있는데, 힘들게 목표를 위해 커피를 마시는 동은에게 이입하고 싶다면 '아이스 아메리카노(차갑고 진한 커피라고 부른다)'를 마시면서 본다. 아니라면 '레드 와인'을 같이 마시는 걸 추천한다.
더글로리 4화에는 재평건설 대표인 하도영의 '와인맛 즐기기 속성교육'을 시켜준다. 비싼 와인을 받고 마실줄 모른다는 비서에게 '편의점에서 1만 원짜리 와인을 사서 맛보고, 이걸 마셔보라. 그럼 알게 된다.'라는 세기의 꿀팁을 남겼다. 그래서 1만 원짜리 와인과 좀 비싼 와인을 같이 마셔봤는데.
...? 비슷하면 아, 안 되는 거 맞지(와인에 대한 속성교육은 다음 마시즘 야밤의 와인클럽을 노려보자). 하도영 1만 원짜리 와인맛 모르네.
영화관에서 계속 보았지만, 또 보고 싶다는 그 작품.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언제고 집에서 '헤어질 결심'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위스키 '카발란'을 마시며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로 인해 카발란 인기가 높아져, 매니아들은 이 영화를 '카발란과 헤어질 결심'이라고 부른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카발란은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다. 첫 장면에서부터 등산을 좋아하는 남자가 카발란을 플라스크에 담아 등장한다. 대중적인 스카치위스키도 아니고, 왜 대만위스키인 카발란이었을까... 영화를 보는 나는 그의 위스키 취향을 생각하게 되면서 더욱더 미궁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물론 위스키를 너무 마셔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마시는 일'은 빠질 수 없다. 다가오는 주말 보고 싶었던, 혹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료와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