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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Apr 06. 2023

우유 보다 맛있는
시리얼 + 음료 조합

#생각보다 맛있는 시리얼+음료 조합 말씀드립니다 

음료미디어 마시즘은 꽤나 오래전부터 정체불명의 배송을 받고 있다. 그것은 바로 '켈로그'다. 오래전 파맛첵스로 음료 만들기 콘텐츠를 했던 뒤였을까? 켈로그의 신상 시리얼들이 마시즘을 찾아온다. 메일도 연락도 일언반구도 오지 않는다. 오직 택배기사님의 노크만이 사무실의 정적을 깰 뿐이다.


"택배 왔습니다. 켈로그요!"


미저리 같은 나날들. 이러다가 이 건조한 시리얼에 사무실이 지배당하게 될 거야. 마시즘의 사막화를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 켈로그 담당자가 깜짝 놀랄 경고를 보내도록 하자. 그렇게 준비했다. 



우유보다 어울리는 시리얼 음료조합


"우유가 없어서 시리얼에 탄산음료를 넣었는데 맛있더라고" 한때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반쯤 호러영화 보듯이 지나갔던 이야기다. 하지만 마침 내게는 켈로그가 여러 종류가 있고, 냉장고에 우유가 없으며, 켈로그 담당자를 놀라게 하고 싶다는 장난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준비했다. 켈로그에 스프라이트, 오렌지주스, 물, 커피, 식혜를 타보기로. 생각해 보니 나름 맛있을 수도 있겠는걸? 



상큼달달한 시리얼

스프라이트 X 후르트링


첫 번째 조합은 탄산음료다. 컬러감을 위해 투명한 스프라이트를 골랐다. 새콤하고 달콤한 스프라이트의 맛과 어울릴 시리얼로는 '후르트링'을 골랐다. 그 알록달록한 튜브 같은 모양의 시리얼 있잖아.


시리얼 치고 새콤한 느낌의 후르트링과 레몬 라임맛인 스프라이트의 조화는 생각보다 훌륭하다. 새콤하고 달콤하고 탄산감으로 인해 짜릿한 느낌까지 든다. 과일화채를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강력한 탄산감에 후르트링이 바람 빠진 튜브처럼 쪼그라들기 전까지의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우유에서 타서 먹었을 때보다 어울린다.



달콤새콤함에 고소함 추가

오렌지주스 X 그래놀라 


'미국인의 20%는 시리얼에 오렌지주스를 타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고소하고 달콤한 시리얼에 새콤하고 달콤한 오렌지주스는 맛으로는 어울릴 법하지 않나...라는 생각은 오렌지주스를 부으면서 무너졌다. 약간 고소를 해야 하는 법정다툼 비주얼의 시리얼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맛은 훌륭하다. 첫 입에는 달콤하고 새콤한 오렌지가 입안에 들어오고, 씹었을 때는 곡물의 고소함이 가득 느껴진다. 서로의 영역을 전혀 손상하는 것 없이 다양한 맛을 충족시켜 주는 조합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 미국에서는 오렌지주스 전용 시리얼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오렌지주스 전용 시리얼보다는 이 비주얼을 보지 않을 안대가 먼저 필요할 것 같지만 말이다. 



깔끔하게 맛이 사라진다?

물 X 첵스초코 


세 번째는 물과 시리얼의 조합이다. 일명 '물스초코'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질감의 우유와 첵스초코는 누군가에게는 부담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생각해 보았다. 깔끔한 물을 바탕으로 달콤한 첵스초코의 맛만 취한다면 이것도 괜찮지 않을까?


괜찮지 않다. 도망가라. 왠지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첵스초코를 먹는 느낌이 난다. 심지어 물의 맛도 이상해지더라.



달콤 쌉싸름한 시리얼 조합

커피 X 첵스초코 


물스초코의 실패로 첵스초코를 볼 낯이 없어졌다. 급한 대로 커피를 섞어보기로 하였다. 그것도 우유와 사촌지간인 '카페라떼'를 첵스초코에 섞는다면 커피 향의 고소하고 쌉싸름한 맛과 첵스초코의 달콤함이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비록 비주얼이 물스초코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래도... 맛은 있을 거야!


묘한 맛이 난다. 물스초코보다는 당연히 낫지만. 흙탕물 시리얼 같은 느낌이 든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인생에서 이 조합을 맛볼 사람은 나와 기미상궁님 뿐이기를 바란다. 



최고의 조합은 의외의 곳에서

식혜 X 현미 플레이크


후레이크라고 불러야 조금 더 맛있는 '현미 플레이크'가 남았다. 한국스러운 곡물 시리얼에 어울릴 수 있게 식혜를 섞어 보았다. 식감을 위해 밥알은 제거하였다. 사실 반쯤은 장난으로 시작한 이 조합에서 천상의 맛을 느낄 줄은 몰랐다. 너무 맛있는데?


그렇다. 달콤하면서도 살짝 고소한 식혜 위에 누룽지 같은 현미 플레이크가 잘 어우러진다. 마치 조선시대나 고려시대나 아무튼 오래전부터 조상님이 맛보았을 것 같은 맛이 느껴진다. 담담하면서도 고소한 이 맛. 시리얼은 혹시 한식이었나 싶을 정도의 밸런스를 자랑한다.


이 거다. 캘로그는 지금 당장 비락식혜의 손을 잡고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생각에 영상을 만들어서 마시즘 채널에 올렸다. 사람들은 놀라며 말했다.


"없던 입덧이 생긴 것 같아요"


... 무엇이든지 안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 켈로그를 위협하겠다고 시작했던 마시즘의 시리얼 음료조합은 어느덧 진지해졌다가 입덧제조기라는 오명을 남긴 체 마무리되고 말았다. 하지만 선구자는 언제나 외로운 법. 가끔 시리얼이 먹고 싶은데 우유가 없다면, 이런 색다른 음료 조합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 이 글에 들어간 시리얼은 켈로그에서 전해주었습니다. 왜 줬는지는 저도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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