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이_레인보우샤베트 스파클링, 애플민트 스파클링
아이스크림이 가득한 배스킨라빈스를 혼자 거닌다. 메뉴를 보지도, 이달의 맛을 보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맛은 오직 하나. '레인보우 샤베트' 뿐이다. 음료에서는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배라에서는 나의 대쪽 같은 취향을 포기할 수 없지. 아니 한국인이라면 다들 레인보우 샤베트가 원픽아니었나?
집으로 돌아오자. 기대감에 배스킨라빈스 뚜껑을 연 가족들은 말한다.
"아!! 왜!! 또 레인보우 샤베트 골라서 내 민트초코에 묻었어!"
그때부터였는지 모른다. 레인보우 샤베트가 음료로 다시 태어났으면 하고 생각했던 것이.
배스킨라빈스의 창업주. 배스킨과 라빈스가 나에게 와서 31가지 메뉴를 3가지로 줄이겠다고 말하면 나는 레인보우 샤베트를 고르겠다. 아니 3이 아니라 1가지를 판다고 해도 레인보우 샤베트를 고를 의향이 있다. 파인애플, 오렌지, 라즈베리의 화려한 콤비네이션이란 생각만 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일 정도니까.
하지만 세상은 레인보우 샤베트에 부정적이다. 일단 '크림'이 들어가지 않은 '샤베트'는 아이스크림 옆에 있을 자격이 없다라거나, 레인보우 샤베트는 애들이나 먹는 것이라거나, 배스킨라빈스 알바생들이 푸기 가장 싫어하는 메뉴(a.k.a 배라신입 팔뚝아작왕)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차라리 이렇게 탄압을 받을 거라면 음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게 꿈이야 레인보우야. 매일 가는 편의점에서 레인보우 샤베트를 만나게 되었다. 제로칼로리 탄산음료로 말이다.
꿈만 같던 음료가 나왔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니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레인보우 샤베트 스파클링의 캔의 관상(?)이 예사롭지 않다. 내가 아는 레인보우 샤베트는 저런 분홍색 마블링이 아니라, 하얀색과 분홍색 노란색의 오로라 같은 색상인데 말이지. 게다가 제로칼로리라고?
그렇다. 레인보우 샤베트 스파클링 제로의 칼로리는 4Kcal다(1회 제공당 5Kcal 미만이면 제로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원작의 칼로리는 이렇게 까다롭지 않았다. 싱글레귤러 115g 기준 162Kcal인 것이 레인보우 샤베트인데, 칼로리를 빼도 너무 뺐다. 혹여나 칼로리를 줄인다고 레인보우 샤베트의 맛을 버리고 그저 그런 과일탄산음료가 된 것은 아니겠지?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작업자처럼 캔의 뚜껑을 땄다. 오렌지와 붉은색의 중간정도 되는 색깔의 탄산음료가 컵으로 떨어졌다. 탄산감도 조금 자잘하게 느껴진다. 사실 이거보다 세면 슈팅스타라고 해야지.
비주얼만 보고 놀랐던 수만 가지 걱정은 향을 맡는 순간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이 찌르는듯한 상큼한 향. 강렬한 라즈베리 과일향이 난다. 이거지! 어중간한 과일탄산음료일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그렇게 레인보우 샤베트 스파클링을 마셔보았다. 결과는..?!
부드러운 아이스크림들 속에 톡톡 튀는 샤베트처럼, 레인보우샤베트 스파클링은 과일맛이 나는 탄산음료 치고도 굉장히 강력한 맛이 난다. 레인보우 샤베트를 탄압하는 가족들도 새콤한 과일향과 달콤한 맛이 올라와서 '굉장히 맛있는 맛이다'라면서 칭찬할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아는 레인보우 샤베트는 이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이 음료(이제부터 음료라 부르겠다)는 시큼하고 달콤한 맛을 좋아한다면 도전해 볼 법한 맛이다. 재료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깔라만시 같은 느낌도 들어있고, 더블비안코의 하단에 있는 샤베트를 녹인 맛도 느껴진다. 그리고 끝에서 달콤하게 올라오는 맛도 제법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게 레인보우 샤베트인지, 새콤달콤인지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캔 디자인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자글자글한 탄산감의 문제였을까, 또 아니면 그냥 레인보우 샤베트 덕후로서의 나만의 기준이 높아져버린 탓일까.
그렇게 레인보우 샤베트와 어색한 만남을 끝내고 나니, 초록색의 배스킨라빈스 탄산음료가 나를 기다렸다. 1+1 행사를 하고 있기에 같이 가져온 '애플민트 스파클링 제로'다. 애플민트라니... 이 녀석은 배스킨라빈스에서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이다. 왜냐하면.
1) 애플민트는 배라에서도 일정기간에만 파는 용병 같은 메뉴다
2) 이름부터 맛이 쉽게 연상된다
3) 민트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마셔보는 게 인지상정. 누가 민트 아니랄까 봐 에메랄드빛 탄산음료가 컵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몰디브, 아니 모히또 향이 강력하게 느껴진다. 뭐지 이 녀석.
기대반 두려움 반으로 마셔본 애플민트는 이렇다. 어지간한 모히또보다 민트의 느낌이 강하게 오는 녀석이다. 입안에서 퍼지는 이런 화함은 마라탕을 처음 먹었을 때 느낀 것 같다. 마치 데미소다 청사과에 모히또를 즙즙즙즙즙즙즙 내어 부어버린 듯한 이 느낌. 삼일 밤낮을 양치하지 않아도 괜찮을 느낌. 하지만 이것은 반민초의 판단이기에 민초단에게 이 음료를 마시게 했다. 반응은 이랬다.
"나는 민트보다 초코를 좋아했나 봐"
민트와 초코 사이에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음료가 유일한 순기능이겠다(아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단순한 신상음료로 볼 수 있지만 많은 교훈을 준 경험이었다. 일단 '레인보우 샤베트'에 대한 나의 애정이 굉장히 크다는 것. 그리고 배스킨라빈스가 아이스크림을 넘어 녹아서 음료의 세계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배스킨라빈스 우유들도 출시되었으니까(그 라인업에 레인보우 샤베트는 없었다).
탄산음료에 첫 발을 내디딘 배스킨라빈스 맛이 생각보다 강렬하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이름만 다른 탄산음료가 아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강렬함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는 것. 마치 31가지 아이스크림 종류에서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것같이 31가지 스파클링 음료가 나온다면 너무 행복한 음료생활이 될 것 같다.
블랙 소르베, 슈팅스타, 체리쥬빌레... 아직 많이 남았다. 일해라 배스킨라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