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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un 23. 2023

맛을 바꿔야만 사는 음료, 마운틴듀

#마운티듀는 왜 새로운 맛을 계속 낼까?

마운틴듀는 음료가 아냐
특이점을 향한 열정이지

코카콜라, 펩시, 닥터페퍼 ... 세계적으로 성공한 탄산음료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맛을 절대 바꾸지 않는 것이다. 향만 조금 바꿔도 사람들이 난리가 나거든.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다. 마운틴듀(Mtn Dew)다. 미국에서 마운틴듀란 (과장을 조금 보태어) 계절보다 빠르게 새로운 신상을 낸다. 지금까지 나온 마운틴듀의 종류만 해도 30여 가지다. 때문에 마운틴듀를 모으는 수집가들이 있고, 마운틴듀 리스트를 가지고 위키백과를 만들기도 한다. 


문제가 있다면 마운틴듀의 무한 신상러시에 '마시즘'의 지갑에 구멍이 난다는 것이다. 대체 왜 이 녀석, 아니 마운틴듀는 새로운 맛을 자주 내려고 하는 것일까? 7가지 이유를 찾아보았다. 



1. 코드 레드

마운틴듀의 맛을 바꿨더니 잘되네?

애초에 우리가 아는 마운틴듀도 초기의 맛과 달랐다. 1940년대 테네시주에서 만들어진 마운틴듀는 위스키와 함께 섞어 마시는 요즘으로 치자면 '하이볼'을 만들기 위한 토닉워터에 가까웠다. 이것이 펩시에 인수가 된 뒤에 지금의 오묘한 맛으로 변한 것이다. 그거야 숨겨진 과거 취급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1년 마운틴듀 유니버스를 만든 제품이 출시된다. '마운틴듀 코드 레드(이하 코드 레드)'다. 올드팬들이라면 알 수 있는 '마운틴듀 레드(1988)'를 떠올리는 녀석이었다. 붉은색이었고, 체리맛이다. 하지만 마케팅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마운틴듀는 코드 레드를 홍보하기 위해, 전국 발매를 앞두고 온라인 레이싱게임을 만들었고 고득점 자들에게 편지와 코드 레드 음료 샘플을 보냈다.  "5월에 가까운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카드와 함께. 그렇게 하니 게임을 통해 선택받은 자들은 이 음료를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이 제품은 미국 내에서 그 해 마운틴듀 판매량을 6%나 올리는 기록을 세운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 출시되었고, 그중에는 한국도 있다(2005년 출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제품으로 인해 마운틴듀의 망설임 없는 신제품 공격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2. 바하 블라스트

당신만을 위한 커스터마이징 마듀

탄산음료 브랜드의 고객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음식과 함께 음료를 파는 레스토랑 매장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마운틴듀가 콜라나 사이다를 밀어낼 수 있을까? 있었다. 그 매장에서만 파는 특별한 마운틴듀 신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커스터마이징 마운틴듀의 대표주자는 '타코벨'에서 파는 '마운틴듀 바하 블라스트(이하 바하 블라스트)'다. 출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은 특별한 맛의 마운틴듀다.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 바다를 떠올리는 에메랄드 빛 음료에, 새콤한 라임향이 어우러져 칵테일을 마시는 느낌이 난다랄까?



결국 바하 블라스트 덕분에 때문에 '타코벨'이 살아날 수 있었다. 이 녀석은 편의점도 마트도 아닌 타코벨에서만 파는 마운틴듀였거든. 이 성공으로 인해 마운틴듀는 여러 레스토랑과 매장에 전용 마운틴듀 신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 KFC 전용 마운틴듀, 월마트나 샘스클럽 같은 판매점 전용 마운틴듀 등 말이다.



3. 듀모크라시

팬들을 위한 마운틴듀 추천

이쯤 되니 마운틴듀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은 마운틴듀에 새로운 제품을 내달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투표를 하는 이벤트를 만들었다. '듀모크라시(Dew Mocracy)'다. 민주주의를 뜻하는 '데모크라시'에 마운틴듀의 '듀'를 붙였다. 장난처럼 시작된 일에 엄청난 시민들이 참여했다. 



마운틴듀는 웹사이트에 투표페이지를 만들었고, 신상 후보들을 등록하였으며, 지역별로 투표율을 나오게 하였다. 소셜미디어의 유행과 함께 듀모크라시는 2007-2008년, 그리고 2009-2010년에 큰 흥행을 거뒀다. 


그렇게 나온 제품에는 듀모크라시의 우승작 인증과 함께 '팬들이 투표한 음료'라는 타이틀이 붙었다고. 



4. 부듀

수수께끼의 미스터리 마운틴듀 

마운틴듀는 매년 할로윈 시즌에 신상 출시를 빌미로 재미있는 이벤트를 한다. '부듀(Voodew)'라고 불리는 제품이다. 부듀는 어떤 맛인지를 밝히지 않는 '미스터리 플레이버'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 맛을 맞춰보라고 도발을 한 뒤에, 매년 할로윈 데이에 정답을 공개한다.


2019년부터 시작된 부듀 시리즈는 마운틴듀의 새로운 맛을 마시는 재미, 브랜드 사이트에 조금씩 올라오는 힌트를 보며 추리를 해가는 재미, 정답이 공개된 뒤에 다시 맛보는 즐거움을 모두 잡았다. 맛은 알기 어렵지만, 부듀의 정답들에는 한 가지 법칙이 있는데 미국 할로윈데이에 많이 나누는 국민간식(캔디나 젤리)의 맛이라는 점이다. 근데 난 한국인이잖아(그래서 틀렸다).



5. 출시와 수집의 대결

대환장의 마운틴듀 유니버스

이쯤 되면 마운틴듀를 '신상출시 아티스트'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앞선 제품들처럼 큰 단위로 나오는 신상도 있지만 많이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제품들은 온라인 내에서 한정판매만 한다거나, 판매기간을 극단적으로 줄여놓기도 한다. 


'리미티드'라는 네 글자에 반응하는 팬들, 마시즘과 독자님들 같은 사람을 위해서다.


지난해 가장 재미있던 컨셉의 음료는 '마운틴듀 플레이밍 핫'이었다. 치토스의 인기 시리즈인 플레이밍 핫에서 착안한 이 음료는 '매운맛 마운틴듀'다. 온라인 한정판매 때 인기가 뜨거워 매장에서도 출시가 되었다.


올여름에는 아이스바 트럭에 '아이스바'의 맛을 낸 마운틴듀가 나왔다. 마운틴듀 썸머 프리즈다. 이것 역시 이번 여름 한정으로만 판매하고 종료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도 나와야 할 마운틴듀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6. 술이 되기도 하고

에너지 드링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트렌드를 따라서 마운틴듀가 탄산음료라는 카테고리를 넘어버리기도 한다. 탄산음료에 알콜을 섞은 '하드셀처(Hard Seltzer)'가 유행하자 '하드 마운틴듀'를 만들기도 하고, 게이머들을 위한 마운틴듀로 에너지 드링크 버전으로 만든 '마운틴듀 게임퓨얼'을 내기도 했다.


이쯤 되면 음료 아닌 것도 낼 수 있지 않냐고?


그래서 냈다. 그래도 먹을 걸로 한정을 지어야지 않냐고?

그래서 냈다(...) 하지만 이런 마운틴듀도 못 만들고 묻어버린 비운의 제품이 있다.



7. 듀이토스

그럼에도 내지 못한 미지의 마운틴듀

이처럼 못 만드는 것 없는 마운틴듀에도 실제로 출시하지 않은 제품이 하나 있다. '듀이토스'다. 마운틴듀의 환상의 짝꿍이라고 불리는 '도리토스'맛(나초 치즈맛)의 마운틴듀를 실제 만들어본 것인데... 뜨거운 이슈에 비해 듀이토스가 세상에 나오는 일은 없었다. 맛이 없었다거나, 맛이 너무 없었다거나... 

 


음료가 아닌 문화가 되어가는

마운틴듀 유니버스


마운틴듀는 단순히 대중들의 취향에 따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제품에 재미있는 키워드와 이야기를 넣고, 팬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데 열중한다. 때문에 새로 나온 마운틴듀가 우리가 아는 마운틴듀와 전혀 다른 음료더라도 사람들은 설득된다. 


다른 음료와 다르게 마운틴듀 팬들이 원하는 것은 여전한 맛이 아닌 새로움과 도전의 이야기니까. 그런 의미로 한국에서도 마운틴듀의 새로운 제품... 아,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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