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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Sep 20. 2023

새로 소주 팝업스토어, 소주를 눈으로 마시는 방법

#새로구미님 1주년 생일잔치 방문기

인파가 가득한 성수동을 혼자 걷는다. 누구를 만나지도, 술잔을 나눌 사람도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즐거운 자리에서 기울이는 맛있는 소주 한 잔이다. 하지만 친구들은 모두 변해버렸다. 소주 한 잔을 같이 마시기가 그렇게 어려워졌던가. 마지막 거절 통보를 받은 그의 휴대폰에 친구의 외침이 들린다. 


"야! 야이... 한가한 녀석아! 평일 점심부터 소주 마시자는 사람이 어딨냐! 나 출근이야!"


소주사랑에 시차가 없는 그의 이름은 마시즘이다. 



한국에서 소주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하지만 나에게는 소주 한 잔의 희망이 있다. 집도 술집도, 식당도 아닌 곳에서 혼자 재미있게 소주를 마시는 방법이 없을까? 그것은 바로 '잔칫집'에 가는 것이다. 브랜드의 잔칫집, 요즘 말로는 '팝업스토어'다.


정처 없이 성수를 떠돌다가 발견한 민트색 폭포를 따라갔다. '처음처럼 새로(앞으로는 줄여서 '새로'라고 쓰겠습니다)'의 1주년을 축하하는 팝업스토어라고?



2022년 최고 데뷔제품이기도 한 '새로 소주'는 제로 슈거 열풍을 소주계로 가져온 것도 모라라, 본업은 사실 디즈니 같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캐릭터와 이야기에 진심인 곳이다. 그래서 어떻게 들어가면 된다고요? 이 등을 가지고 굴 속으로 들어가라고...


깜깜한 입구를 들어가며 생각했다. 혹시 공사가 덜 끝나서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닐까? 



인싸들의 소주를 마셔보겠습니까?

새로의 팝업스토어... 여기는 새로구미의 동굴(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산 257)을 그대로 옮겨온 곳이다. 처음에는 소주의 탁 트인 향이 나는 굴(?)을 기대했는데, 동화 속을 걷는듯한 느낌으로 만들었다. 온갖 미디어 아트와 체험이 가득한 굴이라고 할까?


동굴벽에 적는 디지털 방명록이요? 내 주변에 360도 회전하는 셀카영상이요? 생일상을 집으면 바뀌는 화면들이요?


... 새로 구미, 벽지와 장판살 돈을 아껴 온갖 기계를 샀구나. 참된 얼리어답터인걸(아니다).


같은 수집가(?)로서 질 수 없다, 오는 정이 있다면 갈 때는 굿즈들을 사가는 것. 마시즘은 새로 팝업 체험이 끝나는 점에 있는 굿즈존을 갔다. 너무나 귀엽고, 아기자기한 굿즈들이 이곳에 있다. 이런 건 또 다 사줘야지. 그래... 이게 다 


40종류가 넘네? 그, 그 이걸 놓을 집을 사야겠는걸?



새로구미 굴의 전리품 털어가기 

단지 소주를 즐기러 왔다가, 신기한 굴체험을 하고, 사진도 찍고, 이제는 잘 만들어진 굿즈 앞에서 홀린 듯이 이 굿즈와 함께할 미래를 그리고 있다. 



보기만 해도 굿즈가 아니라 아트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새로 전용 도자기 세트나, 새로구미의 피규어는 눈으로만 봐도 배부르고, 따로 욕심을 내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원하는 것은 소주를 마실 때 필요한 디스펜서(물론 없어도 된다), 소주를 더 달콤하게 마시기 위해 잔 안에 넣어 부으면 되는 사탕컵(이것도 제로 슈거다), 소주를 마시고 자야 하니까 필요한 베개와 더욱 잘 자기 위한 눈 안대, 혹시나 다칠지 모르니까 필요한 반창고, 혹시나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날지 모르니 필요한 볼펜 등등 꼭 필요한 40여 가지의 제품들 뿐이었다. 


심지어 QR코드를 찍어서 결제까지 간편하게 넘어갈 수 있다잖아. 이런 신기한 경험으로 이렇게 특별한 제품을 사다니 너무 합리적이다. 


... 는 새로구미 캐릭터 갓차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너무 다양해서 이거 다 샀다간 소주를 못 마실 것 같거든. 



새로 소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칵테일

잔칫집 여정의 마무리는 역시 소주다. 독특한 게 이곳에서는 특별한 믹서 드링크를 섞어 새로 칵테일을 만들고 있었다. 파란색 예쁘게 만들어진 칵테일을 테이블에 놓으면 바닥에 꼬리가 9개 나오는 구미호 모양이 된다. 술을 많이 마셨다면 헛것을 봤다고 소리칠 수 있는 꽤나 놀라운 순간이었다.


"크으- 이렇게 마셔도 좋네."


한때는 이런 팝업스토어를 오프라인 판촉행사 정도로 생각했던 '브랜드의 팝업스토어'에 사람들이 왜 열광하는지를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지는 이 시대는 단지 맛으로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를 사랑하는 마음, 궁금한 마음이 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팝업스토어는 브랜드를 설명해 주는 친절한 체험들과 함께, 그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 줄을 말하는 좋은 공간이 된다. 잠깐 들른 팝업 덕분에 새로 소주에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았으니 말이다. 기쁜 마음으로 팝업을 즐기니 '소주 한 잔'생각도 이미 사라져 집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역시 거기서 소주 디스펜서 샀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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