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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Oct 19. 2017

재고떨이 입장에서 본 옥토버페스트

#맥주의 잔고처리, 세계적인 축제가 되다

역사적인 상상력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준다. 그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컨대 시험 전날 두꺼운 역사책을 목침 삼아 베고 자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왕이 될까 아니면 예술가? 해적질도 괜찮지...


몽롱한 꿈은 선명해졌다. 때는 1810년 독일. 과연 맥주의 나라답게 나는 맥주양조장의 사장이었다. 내 앞에 펼쳐진 엄청난 맥주통의 갯수란. 하핫 이제 카스 안녕! 이게 무슨 횡재인가 싶었는데, 월급루팡(직원)이 다가와 말한다. 사장님 이거 다 유통기한이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요.


진정하자... 생각해봐. 돌파구가 있을 거야. 현실에서도 망했는데, 꿈에서도 망하다니! 재고떨이라도 해야지 이거... 세계 최고의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먼저, 내가 팔아야 하는 '맥주'를 소개한다.

모든 사업 아이템이 그러하듯이. 나의 맥주 역시 기막힌(이라고 쓰고, 폭망으로 끝난다) 아이디어였다. 냉장고도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시대에서 독일 사람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계절은 여름이었다. 더운 여름에는 맥주가 쉽게 상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 : Vinepair)

나는 생각했다. 아직 서늘한 봄에 맥주를 왕창 만들어 지하에 보관을 하고, 여름에 파는 것이다. 예컨대 '김장 맥주'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지?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수도 팍팍 올리고, 홉도 한가득 넣으면 되지. 그렇게 여름을 나기 위한 맥주 '메르첸(märzenbier, 3월)'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너무 많이 만들어졌다. 독일의 맥덕력을 과대평가했다.


보자, 내가 맥주를 팔 '장소'를 소개한다.


벌써 10월이다. 곧 싱싱한 보리를 수확하여 맥주를 만드는 시기이건만, 하필 나는 맥주 이름을 '3월'이라고 지어서 굉장히 뒷북치는 맥주가 되었다. 다른 것은 다 생각해봤지만 한 잔, 두 잔 깨작깨작 파는 걸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 전국적인 맥주 재고떨이 행사를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 1810년 10월 12일은 바이에른 왕국의 루드비히(Ludwig) 왕자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뭐... 막 경마대회도 열리고 서커스도 온다던데, 이런 국가적인 행사에 맥주가 빠질 수 없지. 근데 축제 이름이 뭐?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10월 축제? 맥주 이름을 3월이라고 지은 나도 못났지만 참... 이거 뭐 오래가겠어?


이제, 내가 맥주를 팔 '방법'을 소개한다


맥주는 너무 많이 준비되어 있고, 팔 장소도 정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전략이다. 우리는 재고떨이의 기본규칙 '묶어서 판다'를 잊으면 안 된다. 맥주를 500ml, 700ml로 팔아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최소 1L는 되어야지. 우리는 이 잔을 '마스(Maß)'라고 부르기로 했다.


거기에 또 다른 전략을 붙였다. 미래의 나는 왜인지 이러지 않을 것 같은데 어쨌든 예쁜 종업원을 구하는 것이다. 보기만 해도 애향심을 불러일으키는 전통의상을 입히고, 맥주가 가득 담긴 마스를 나르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전통의상과 마스에 치중한 나머지 충분한 종업원을 충분히 못 구했다. 한 잔에 2~3KG짜리 마스를 8잔 정도는 들고 서빙해야 답이 나오는데... 뭔가 인권위에 고소를 당하거나, 세계적인 볼거리가 되겠지? 괜찮겠지? 괜찮다고 말해줘 제발...


세계 최고의 맥주 재고떨이 축제가 시작된다

(사진출처 : 옥토버페스트 홈페이지)

대성공이었다. 축제는 문전성시를 이뤘고 600만 명의 사람이 모였다. 안주가 부족해서 닭을 650,000마리를 잡게 되었지만, 또 소시지를 1,100,000개를 급히 공수했지만. 남아있는 맥주 6,000,000리터를 모두 판매했다. 내년에는 뮌헨의 다른 맥주 양조장들도 함께 참가하자고 아양을 떨어댔다. 6곳만 허락해줄게 아우구스티너, 호프브로이, 폴리너, 뢰벤브로이, 해커프쇼, 슈파텐...


눈을 떴다. 다행히인지 아닌지 내 앞에 놓여있는 것은 카스고. 책은 내가 흘린 군침에 잔뜩 젖어있었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는 올해도 안녕하셨겠지? 아쉬움에 남해 독일마을이라도 가봐야 할 것 같다.


* 메인 이미지 사진 출처 : Weekendnotes
* 본 게시물에 나오는 화자는 가상인물입니다(ME)
* 바이에른 주는 당시에 국가였을텐데, 혼선을 막기 위해 독일로 표기했습니다
* 600만명, 600만리터의 맥주 수치는 초기가 아닌 현대의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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