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시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시즘 Nov 01. 2017

모두를 위한 맥주

#아이를 위하여! 댕댕이를 위하여! 우주인을 위하여!

내가 무럭무럭 자라 가스레인지를 내려다볼 나이가 되었을 때, 엄마와 아빠는 내게 마른오징어를 굽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쫄보인 나는 혹시나 오징어가 깜깜해질까 봐 빠르게 오징어를 뒤집었다. 엄마 아빠가 발견한 아들의 첫 재능이 아니었을까?


내가 구운 오징어를 온 가족이 질겅질겅 씹는다. 다만 불만인 것은 엄마, 아빠만 맥주를 마신다는 것이었다. 나도 맥주를 마시고 싶다. 나도 오징어를 씹으며 맥주를 마시고 싶다.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10년 만에 그 꿈은 이루어졌다. 이제 나는 그 소원을 빌던 시기로 돌아가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 어린이도 마실 수 있는 맥주가 있거든. 오늘 마시즘은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마실 수 없던 우리를 위한 이색맥주를 소개한다.


이미지 출처(표지사진 포함) : http://www.tomomasu.co.jp

일본에는 어린이를 위한 맥주 '코도모 비루(こどもびいる)'가 있다. 가족들이 음주를 할 때 어린이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진 어릴 적 나를 위한 맥주다. 어린이 맥주는 알콜만 없을 뿐 맥주의 빛깔과 거품이 훌륭하다. 정확히 말하면 과일향이 나는 탄산음료겠지만, 아이를 위해 어른들의 비밀로 남기자.


이미지 출처 : http://www.tomomasu.co.jp

어린이 맥주는 1병에 250엔(한화 2,500원)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일본의 덕력이 대단한 것이 어린이용 크림맥주, 어린이용 흑맥주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짧은 유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어린이 맥주가 나온 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어린이 맥주로 음주 조기교육을 한 녀석들은 지금쯤은 진정한 주당이 되었겠지?


이미지 출처 : http://www.northnews.co.uk

더 이상 술 마시면 개가 된다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 실제 술을 마시는 개들에게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유럽에서 시작되어 한국에게 까지 전파된 '강아지 맥주(Dog Beer)' 때문이다. 이제 집에서 강아지 눈치를 보며 혼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니. 개이드.ㄱ.. 아니 미안 이득. 


이미지 출처 : http://bowserbeer.com

강아지 맥주는 1병에 7,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강아지 맥주에 알콜이나 탄산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시길. 심지어 강아지 건강에 좋은 영양분을 잔뜩 집어넣었다.


이쯤 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특히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들은 분개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그분들은 맥주가 아니라 고양이 와인(Cat wine)을 드실터이니.


이미지 출처 : http://www.ninkasibrewing.com

우주에서 가장 맥주를 마시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지구를 떠나 있는 우주인일 것이다. 그 좋은 우주 경치도 맥주 한 잔이 없다면 불 꺼진 내방보다 못한 것이다. 이렇듯 맥주를 원하는 우주인들을 위해 스프레이형 맥주를 만들거나, 탄산을 없앤(무중력 상태에서는 트림이 안 나온다) 맥주 등이 나왔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ninkasibrewing.com

대신 그들은 우주에서 효모를 기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우주에서 기른 효모를 지구에 가져가 맥주를 빚어 마시는 것이다. 미국 닌카시 브루잉 컴퍼니의 '그라운드 컨트롤(Ground Control)'이라는 맥주는 우주에서 살아남은 효모를 발효시켜 만든 임페리얼 스타우트 맥주다.


아아 이 미친 자들은 실제로 맥주를 만들기 위해 로켓을 쏘아댄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라운드 컨트롤을 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맥주계의 김정은. 하지만 이들은 정말 아름답고, 맛있게 미쳤다.


맥주는 원래 누구나 마시는 거야

다른 음료들과 다르게 맥주가 추구하는 것은 '평등'이다. 태생부터 맥주는 왕이건 노예건 상관없이 똑같이 마셔왔던 음료였다. 물론 요즘 세상에는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맥주들이 있지만 그 뿌리에는 '누구나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맥주의 정신이 들어있기 때문이 아닌지.


(비록 본인은 지키지 못했지만) 엄마는 말했다. 맛있는 것은 함께 나눠야 한다고. 모두를 위한 맥주가 모두에게 번질 수 있기를 바라며 잔을 들어본다. 건배!


- 마시즘의 잔망스런 SNS 채널 

카카오 플러스 친구 : pf.kakao.com/_GEDgd

페이스북 : www.facebook.com/masism.kr



매거진의 이전글 남한산성,나라의 운명이 음료에 갇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