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즘 탐구생활
아무리 장르간의 크로스오버가 유행이라지만 그 흐름이 편의점까지 올 줄은 몰랐다. 요구르트 젤리가 나왔을 때의 충격이 떠오른다. 마셔야 할 요구르트가 젤리가 되어버리다니! 나는 절망했다. 음료가 과자가 되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하지만 올해 '죠리퐁 카페라떼'가 나왔을 때는 필자 역시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죠리퐁을 우유에 말아먹은 추억이 음료수로 나온다니! 소식을 듣자마자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에서도 3군데의 편의점을 돈 후에 죠리퐁 카페라떼를 얻을 수 있었다. 맛과는 별개로 추억을 되감아 보여주는 음료수였다.
그렇다. 오늘부로 음료수가 된 과자의 변신은 무죄를 선포한다. 마시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시중에는 과자 출신의 음료수가 적었다. 그래서 마시즘이 사람들과 머리를 모았다. "음료수로 만들면 히트 칠 과자는 무엇일까?"
과자에 우유 좀 말아먹어 본 사람은 안다. 미쯔야 말로 죠리퐁의 적수가 될 만한 과자라는 것을. 우유와 구수하게 섞이는 죠리퐁과는 달랐다. 미쯔는 우유는 우유대로, 미쯔는 미쯔대로 맛의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다 입 안에 들어가서야 대통합을 이룬다. 그때의 감동이란.
미쯔유로 감동을 재현해보자. 하지만 음료수가 되느라 죠리퐁을 넣는 걸 빼먹은 죠리퐁라떼의 아쉬움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 미쯔유는 미쯔를 살려야만 한다. 우유가 닿지 않는 공간에 미쯔 알갱이를 따로 배치하는 것은 어떨까. 마시기 직전이 되어서야 풍덩풍덩 떨어지는 미쯔의 모습. 으아. 상상만 해도 마시고 싶다.
아빠는 술에 취하면 마트에서 과자를 사 오는 훌륭한 주사를 가지고 계셨다. 술에 취한 아빠가 고르고, 골라온 과자는 안타깝게도 빠다코코낫이었다. 왜 그랬을까. 아빠가 젊었을 때는 가장 트렌디한 과자가 빠다코코낫이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술을 마시면 그때로 돌아간다. 빠다코코낫은 아빠의 청춘을 인증하는 과자다.
요즘에야 코코넛 워터, 코코넛 밀크가 인기지만 빠다코코낫이야 말로 한국인에게 코코넛의 맛을 조기교육 시킨 선구자적 과자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빠다코코밀크는 어떨까. 물엿 코팅, 코코넛, 버터의 조합으로 정말 달거나, 정말 느끼할 것 같다. 결국 빠다코코밀크는 호불호가 갈리는 코코넛 음료의 시작과 끝을 결정해 줄 것이다.
어릴 때는 양파링 하나면 재미있게 놀았다. 귀에 걸면 귀걸이였고, 코에 걸면 영락없는 황소가 되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이후로는 술안주로만 양파링을 소비했다. 나초도 있고, 감자칩도 있지만 양파링의 맛과 향이 라거 맥주와 잘 어우러졌다.
"양파링은 좀 웃기겠네요..."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 맥주를 양파링 맛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아무런 유래가 없는 양파 맥주가 탄생하는 것이다. 심지어 안주(양파링) 맛이 나기에 안주가 필요 없다. 하지만 맛이 없다면 왜 세계에서 아무런 유래가 없었는지 알게 되겠지.
오레오는 좋아했지만 많이 먹을 수 없는 과자였다. 초콜릿의 맛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한 봉지를 다 먹기 위해서는 그런 단맛을 줄여주는 음료수를 찾아야 했다. 그때의 난 언제나 커피가 탐이 났는데, 나는 어려서 우유 밖에 마실 수가 없었다.
설움에서 시작한 '오레오카노'는 기존의 어중간한 초콜릿이 적당히 타협된 라떼의 기준을 무너뜨린다. 커피는 커피맛대로 강한 풍미를 준비하고, 오레오는 자신의 단맛을 가지고 그 안에 풍덩 빠지는 것이다. 오레오 안에 있는 크림은 오레오카노를 부드럽고 달콤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후레쉬 베리는 이름처럼 상큼한 과자였다. 후레쉬 베리 한 상자가 집에 있으면 아침에 지각을 해도 배는 든든했다. 부드러운 빵과 크림, 그 안에 들어있는 딸기잼까지. 아이가 좋아할 수 있는 모든 맛과 감촉을 숨겨놓은 듯한 신비의 과자였다.
후레쉬 베리베리는 딸기에 더욱 집중한다. 국산 딸기로 갈아 만든 주스지만 크림을 얹어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살렸다. 카페에 파는 딸기라떼와 비슷한 노선의 맛이다. 부드러운 크림을 헤치면 찾아오는 딸기잼의 상큼함을 음료수에서 느끼고 싶다.
'음료수로 만들 법한 과자를 추천한 수 있겠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내주었다. 덕분에 조청유과나 인절미 과자로 아침햇살 자리를 노릴 수도 있고, 인디언밥처럼 건강하고 저렴한 과자가 시리얼의 자리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래밥과 새우깡을 제안해주신 분은 조금 웃겼다.
우리는 과자가 음료수가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포장만 따라 하고, 맛을 재연하는 정도를 넘어 추억을 다시 환기시켜주는 과자음료수. 그렇기 때문에 묻는다. "지금 당장 음료수로 만들고 싶은 과자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