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 아래에서 벚꽃 스파클링
올해도 봄은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왔다. 집을 나서는 출근길의 공기가 차가워서, 집에 돌아오는 달밤에는 몸이 으슬으슬해서 아직 꽃샘추위라고 믿고 있었는데. 나만 빼고 다 봄이었구나. 이번 주 내내 겨울 점퍼를 입고 다니는 동안 나만 빼고 다 벚꽃놀이를 다녔겠구나. 나는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오늘 리뷰 할 ‘벚꽃 스파클링’을 만나지 않았으면 정말 모를뻔 했다.
재미있는 컨셉의 음료수를 선보이는 GS25가 또 해냈다고 해야 할까. 주말 아침, 잠자는 토끼가 옹달샘을 찾듯이 GS편의점에 들렀을 뿐인데 신상 음료수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이슬톡톡, 호로요이보다 분홍분홍한 선홍빛의 패키지에는 벚꽃이 가득 수놓아 있었다. 디자인만큼 이름도 정직하다. 벚꽃 스파클링.
벚꽃 스파클링을 보는 순간 두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첫 번째는 GS25가 하다 하다 꽃으로도 음료수를 만들게 되는구나.라는 생각. 두 번째는 벚꽃이 벌써 필 시기란 말이야? 때마침 여자친구의 전화가 울린다.
여자친구의 전화에 버…벚꽃이나 보러 갈까.라고 대답을 했다만 앞서 말했다시피 난 봄이 온 줄도 몰랐을뿐더러, 벚꽃은 아직 벚꽃 스파클링에 그려진 그림으로 밖에 보질 못했다. 대충 던져봤던 건데, 꺄르르 좋다는 반응이 온다. 오늘은 좋은 남친이 될 수도 있겠구나. 벚꽃 만세!
충동적으로 벚꽃 스파클링 2캔을 샀다. 시즌 음료수라 가격이 비쌀 거라 생각했는데 한 캔에 1,000원이다. 와 이득. 왠지 근검절약을 한 기분이 들어서 1캔을 더 샀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벚꽃엔딩이 흘러나왔다. 돗자리는 오는 길에 다이소에서 샀고, 직접 만들었다고 말한 샌드위치는 누가 봐도 콩샌이었다. 급조한 티가 역력한 동네 공원 피크닉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벚꽃이 예쁘니 용서가 된다.
여자친구는 벚꽃 스파클링은 어디에서 구해왔냐고 물었다. 힘들게 구해왔다고 뻥을 쳤는데. 이 음료수 정말 구하기가 힘들단다. 알고 보니 30만개 한정판 수량이 첫 주에 거의 팔렸다는 이야기. 여자친구는 귀하신 벚꽃 스파클링과 인증샷을 나누고 나는 그걸 지켜본다. 확실히 편의점보다는 벚꽃 아래에 있을 때 더 예쁜 것 같아. 아 물론 여자친구 말이다.
겉모습은 예쁜데, 맛은 별로 였던 음료수가 어디 한둘인가. 벚꽃과 어울려서 사온 거지. 사실 맛은 생각하지 못했다. 인간은 맛이 없는 것을 먹으면 한 없이 슬퍼지는 동물이다. 벚꽃 스파클링을 마신 여자친구가 슬퍼하는 것을 볼 수 없어서 기미상궁을 자처했다.
벚꽃 스파클링을 투명한 컵에 졸졸졸 따랐을 뿐인데. 어머! 감탄사가 들린다. 진한 핑크빛 탄산음료와 함께 벚꽃 향이 가득 퍼진다. 캔도 예쁘지만, 확실히 투명한 컵에 담는 것이 더욱 봄 감성을 움트게 한다.
'벚꽃 스파클링, 제법 여심을 녹일 줄 아는 군. 하지만 나의 까칠한 미뢰를 통과할 수 있을까?' 나는 냉큼 마셔보았다. 자잘자잘한 탄산들 사이에서 달큼하고 시콤한 맛이 올라온다. 복숭아 음료수의 새콤달콤함과 탄산음료의 청량함이 잘 어우러졌다. 사실 내 입맛에는 너무 새초롬한 맛이지만 여자친구가 좋아할 것 같았다.
여자친구는 좋아할 것 같은 게 아니라 최고의 칭찬을 했다. GS25 이 녀석들. 솜사탕 같은 맛은 어떻게 내는 건데. 벚꽃 스파클링에만 집중했던 나는 조금 멀리 바라봤다. 흩날리는 벚꽃, 돗자리, 연인과의 데이트. 이 모든 게 어우러져 벚꽃 스파클링의 맛을 살려주는 것 같았다. 벚꽃 스파클링을 한 입 더 마셔본다. 솜사탕…까지는 아니어도 행복한 기운이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이제야 봄이 왔음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