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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an 22. 2018

빨대의 위대한 역사

#빨대가 변하면 세상이 바뀐다

맥도날드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게 뭐라고 생각해요?


훅 들어온 면접관의 질문에 나는 '빨대'라고 대답했다. 맥도날드도 아닌 일반회사에서 그런 질문을 던진 것도 이상했지만, 대답으로 빅맥도 베토디도 아닌 빨대라니.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환장의 조합(?) 아닌가. 나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면접장을 나오며 생각했다. 맥도날드가 아니라 스타벅스였다면 합격이었을 텐데.


빨대에 대한 나의 사랑은 음료수 못지않다. 바나나맛 우유 같은 경우는 노란 빨대를 챙겨 오지 않으면 마시지 않을 정도다. 빨대. 그것은 유용하고 아름다우며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지 않은가! 오늘은 우리가 평소에 가볍게 생각했던 빨대의 위대한 역사를 밝혀본다. 보고 있나 면접관?

 

기원전 3000년

맥주는 갈대로 마셔야 제맛이지


메소포타미아인은 최초의 맥주를 만들었으나 난관에 부딪혔다. 지금과 달리 와일드한 맥주 위에는 곡식 찌꺼기가 둥둥 떠있었고, 바닥에는 쓴 부유물이 가라앉아 있어 음주를 방해했다.


그들은 갈대를 꺾었다. 갈대의 텅 빈 줄기를 맥주 안에 넣어 꿀... 아니 맥주만을 빤 것이다. 빨대와 갈대의 영어 명칭이 모두 스트로우(Straw)인 것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1888년

빨대의 발명이 승진에 미치는 영향


1888년 미국, 술꾼들은 술을 마실 때 여전히 갈대를 사용했다. 손으로 컵을 잡았다가 위스키의 완벽한 온도를 망친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이미 갈대 대롱을 통과하는 순간 갈대 맛 위스키가 아닌가?


'마빈 스톤'이라는 담배공장 일꾼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는 담배를 싸는 종이로 원통형 대롱을 만들었다. 빨대의 발명이다. 술꾼들 사이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것은 유행을 탔다. 담배공장에서는 담배보다 빨대가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마빈 스톤은 일꾼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1937년

딸을 위해 주름 빨대를 만들다


1937년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조셉 프리드먼'은 딸이 밀크셰이크를 힘겹게 마시는 모습을 목격한다. 키가 작은 딸은 빨대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다. 빨대의 각도를 얼굴에 맞춰 눕혀보는데 정작 컵을 들고 마실 생각은 못한 모양. 이를 흐뭇하게 보던 프리드먼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빨대를 꺾으면 안 되나?


그리하여 '주름 빨대(Flexible Straw)'가 세상에 나왔다. 기존의 올곧은 빨대는 접히면 통로가 막히는 구조였지만, 주름 빨대는 꺾였을 때도 자연스럽게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딸을 위해 만들었지만, 오히려 병원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작은 차이지만 많은 사람이 편하게 음료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1961년

빨대 안경을 쓰면 당신이 파티의 주인공


1961년까지도 사람들은 종이로 만든 빨대를 썼다. 하지만 종이는 '에릭 립손'이라는 어그로꾼(?)에 의해 내리막을 걷게 된다. 립손은 플라스틱을 이용해 안경처럼 얼굴에 쓸 수 있는 빨대를 만든다. 이유는 간단하다. 파티에서 주목받고 싶어서.


빨대 안경은 미국 전역에서 대성공을 했다. 내친김에 립손은 손님 이름 모양의 '크레이지 스트로우(Krazy Straws)'를 만든다. i나 j, m, w  등의 알파벳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극복해냈다. 에릭립손의 빨대는 마시는 행위에 재미라는 감각을 만든다. 또한 빨대의 재질을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꾸게 된다.


2010년

흰 우유를 딸기우유로 매직 스트로우


2010년, 빨대는 '폴 헨슨'이라는 사업가에 의해 다른 기능을 추가한다. 빨대를 일종의 필터화 시켜 음료의 맛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마법 같은 아이디어답게 이름도 '매직 스트로우(Magic Straws)'라고 지었다. 이제 빨대는 적극적으로 맛을 결정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하지만 폴 헨슨은 매직 스트로우에 비타민을 넣어서 학부모에게 어필하려 했다고. 아시다시피 지금의 매직 스트로우는 부모님보다 아이들이 환영한다. 학교에서 나오는 지루한 흰 우유를 초코우유와 딸기우유로 바꿀 수 있으니까.

  

2010년

종이 빨대 어게인


변신으로 가득한 빨대의 역사. 하지만 요즘에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있다. 바로 '종이 빨대'의 컴백이다. 쓸 때는 편했던 플라스틱 빨대가 쓰레기가 되는 순간 환경오염이 심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종이 빨대는 물론 계속 쓸 수 있는 유리 빨대, 금속 빨대의 사용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 모두를 합쳐도 전체 빨대의 1% 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종이를 아무 싸게 만들어도 플라스틱이 압도적으로 싸다고.

 

2018년

빨대는 어떻게 변할까


빨대는 다음 혁신을 준비 중이다. 바로 '생명'이다. 스위스에 있는 한 회사는 오지에서 식수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를 개발했다. 더러운 물도 라이프 스트로우를 사용해 마시면 정수되어 몸에 무해하다고.


'드링킹 웨어(Drinking ware)'라는 빨대는 도심을 위해 만들어졌다. 클럽 등지에서 음료에 약을 타는 범죄를 막기 위해 만든 빨대다. 이 빨대는 보통의 음료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약을 탄 음료라면 빨간색으로 색이 변한다. 기미상궁의 은수저 같은 이 빨대 덕분에 범죄율이 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빨대의 역사는

빨대 모양처럼 길고 깊다


다시 맥도날드로 돌아간다. 전 세계 맥도날드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빨대는 적게 잡아도 6천만 개다. 어떻게 아느냐고? 하루에 팔리는 세트 버거의 판매량을 알면 된다. 적어도 빨대 하나는 가져갈 테니까.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사람이 빨대를 통해 음료를 마신다.


그래서 빨대가 더욱 매력적인 것이다. 사소한 아이디어가 빨대를 바꾼다. 그리고 그 빨대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나는 빨대가 만들 다음 세상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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