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맥주가 물값인 그곳으로!
월급을 왜 돈으로 줬을까?
맥주로 주면 편할 텐데
가계부를 한 달 쓰고 깨달았다. 나는 부자가 되려고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맥주를 마시려고 돈을 벌고 있었다는 사실을. 단지 출근을 했을 뿐인데 맥주를 마셨고, 퇴근을 했으니까 맥주를 마셨다. 혼자 있으니까 맥주. 누구를 만나면 또 맥주. 안타까운 것은 맥주값을 충당하기에 너무나 작고 귀여운 월급... 그 정도?
문득 궁금 해졌다. 한국은 맥주가격이 비싼 나라일까? 이러한 궁금증은 영국의 각종 물가 데이터를 모아놓은 Finder에서 찾을 수 있었다. 177개국의 레스토랑과 바에서 시켜 마시는 맥주 한 잔(500ml)의 평균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아쉽게 상품으로 파는 맥주가격은 없었다).
한국은 맥주 500ml에 약 4,200원 정도로 측정이 된다. 평균이 3,800원보다 비싼 편이다. 이 정도면 괜찮겠네 싶었는데 '맥주가 싼 나라'에서 순위가 120위다. 맙소사! 세상에 한국보다 맥주가 싼 나라가 119개나 있다고?
"두바이는 500ml 한 잔에 12,000원이 넘으니 탈락, 체코는 1,740원 정도 하니 가볼 만하겠다." 나는 국가들을 차례로 살피며 줄을 그었다. 그리고 그중 맥주가 가장 싼 나라 7곳을 골랐다. 이제 남은 일은 맥주가 물 만큼이나 싼 천국으로 떠나는 것이다.
유럽에 로마가 있었다면, 중동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 땅을 파면 유전이 나오는 나라. 그거 하나로 잘 먹고사는 나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생필품 물가가 저렴하여 맥주도 저렴한 편이다. 뭐, 맥주 살 돈이 없으면 땅을 파면 되는 거 아니겠나?(안 나온다)
안타까운 것은 돈을 벌어봐야 마신 맥주가 무알콜이라는 것.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문화권이라 알콜을 엄격히 금지시킨다. 하이네켄을 펩시로 위장해서 세관을 통과하려다가 걸렸다는 뉴스도 나올 정도. 하지만 무알콜 맥주의 성장이 무서워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무알콜 맥주를 마시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건배! 비록 술에 취하지는 않지만 분위기에라도 취하는 그들을 위해서...
'맥주가 가장 싼 나라가 어디일까?'라는 물음에 가장 먼저 나오는 답은 예나 지금이나 베트남이다. 술소비의 95% 정도를 맥주로 마시는 곳답게 맥주 브랜드의 종류가 많고 가격 역시 착하다. 자료와 달리 조금만 돌아다니면 훨씬 싼 가격의 맥주를 찾을 수도 있다. 이곳이 맥주 천국이구나.
하지만 그 천국에 평범한 라거만 있다면 문제다. 뭐 비아흐이(Bia Hoi)라고 불리는 생맥주를 마셔봐도 좋은데, 왜 무엇 때문에 맥주에 얼음을 타서 더 무난한 맛이 난다. 밍밍해. 아주 밍밍해.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발상지라고 불린다. 그런데 맥주마저 싸다니. 한국 맥주보다 훨씬 맛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가격마저 착해버리면. 나는 오늘부터 에티오피아인을 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에티오피아는 역시 커피라는 것. 만약 여행이라면 맥주 한 잔 마실 시간에 커피를 더 하고 살 듯하다.
아빠가 지구본을 사주지 않아서. 말라위라는 나라를 오늘 처음 알았다. 동네 술집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는데 1,000원도 들지 않는다니(병으로 사면 더욱 싸다). 왜 세계지리 선생님은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 말라위에는 덴마크의 맥주 칼스버그 공장이 있는 걸로 유명하고, 쿠체쿠체라는 로컬 맥주도 있다.
쿠체쿠체의 뜻은 'We can drink until the morning!'이라고. 아침까지 마시는 맥주라니! 근사하긴 한데. 사실 맥주 마시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에티오피아, 말라위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의 나이지리아가 3위다. 사실 맥주의 미래는 아프리카에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통 맥주 강국들의 맥주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데, 아프리카는 15년이 넘게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10년 전보다 맥주 생산량이 187%나 늘었다고.
이러한 단비 같은 소식에 나이지리아로 가는 꿈을 꾼 것도 잠시. 나와 같은 여행 쪼랩이 가기에는 이곳의 레벨이 너무 높아만 보인다. 각종 테러와 탄압을 뚫고 나는 이 값싼 맥주를 마실 수 있을까?
한국에서 그 유명한 우즈베키스탄이 2위를 차지했다. 미인들이 많기로 소문이 난 나라가 맥주마저 싸다. 맥주보다도 와인이 유명할 정도로 품질이 좋고 저렴하다. 이쯤 되면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 우즈베키스탄에 향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이나 우즈베키스탄이나 잘생김 판단의 기준은 비슷할 거라는 거. 음~ 우리는 안된다는 거.
대망의 1위를 차지한 국가는 남아메리카의 베네수엘라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인 국가. 근데 원유 매장량만 믿고 있다가 경제가 휘청휘청 거리는 국가다. 하지만 흔들리는 경제 속에도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맥주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사정과 상관없이 맥주를 찾는 분위기다. 진정한 맥덕의 나라구나.
문제가 있다면 늘어나는 맥주 소비와 달리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몇 해전에는 베네수엘라 최대 맥주회사가 "보리를 수입하지 못해 맥주를 못 만들겠다"며 몇 달간 파업을 한 나머지 가격이 6500%나 뛰었었다고 한다. 비트코인 못지않은 베네수엘라 맥주 코인 가즈아!
많은 부분 맥주가 싼 국가들은 물가 자체가 우리에 비해 저렴한 나라였다. 더 배운 것이 있다면 해당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맥주는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려운 경제 속에서 하나의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맥주의 존재가 더욱 돋보였다고 할까?
맥주는 가격이 전부가 아니다. 맛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어떤 분위기에서 마시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나는 열심히 살펴보던 구글지도를 멈췄다. 역시 맥주는 집에서 마시는게 제일 싸고 맛있는 거 같아.
타이틀 사진 : Flickr, Christopher O'Grady
• 마시즘의 SNS채널
카카오 플러스 친구 : pf.kakao.com/_GEDgd
Facebook :www.facebook.com/masis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