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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un 12. 2017

시험기간에 GET OUT 하는 음료수

시험기간 스릴러, 스위트 슬립을 마시다

나는 침잠의 방에 빠졌다. 나의 정신은 내일이 시험이니 일어나 공부를 해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나의 몸은 꼼짝을 할 수 없다. 이렇게 의식을 잃어버렸다간 내일 아침이 올 텐데. 나는 왜 시험을 앞두고 이 음료수를 마셨던 걸까?


"에너지 드링크 열풍  이방인"

시간을 돌려보자. 나는 영화 <겟 아웃>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좋은 영화였다. 백인들 무리에서 고립된 흑인 주인공의 두려움이 피부까지 느껴졌다. 특히 최면에 걸려 꼼짝도 못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기억에 남았다. 때마침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이 시험인데 영화가 눈에 들어오냐?"


나는 친구들이 모여있는 학교로 향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에너지 드링크들을 샀다. 몬스터, 레드불, 핫식스... 그런데 에너지 드링크들 사이에 이방인처럼 놓여있는 음료수가 있었다. 바로 '스위트 슬립'이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스위트 슬립을 담았다. 가격은 1,100원. 아르바이트생은 1+1 행사를 진행 중이라며 한 캔을 더 얹어주었다.


" 번째 피해자의 발생"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던 친구들은 비몽사몽이었다. 녀석들은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 때처럼 에너지 드링크에 달려들었다. 그때 "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친구 중 한 명이 스위트 슬립을 마신 것이다. 맛 때문에 이상해서 캔을 보니 스위트 슬립이라고 적혀있었다고. 우리는 이것을 못 읽을 정도라면 차라리 공부보다는 잠을 자는 게 이득이 아니겠냐고 녀석을 놀렸다. 마침 나는 겟 아웃에서 배운 최면을 친구에게 걸어보았다. 물론 최면은 안 먹히고, 욕만 많이 먹었다.


" 모금 마시면 정신이 고요해집니다"

공부를 하는데 자꾸 남은 스위트 슬립 한 캔이 눈에 걸렸다. 이걸 마시면 정말 잠이 쏟아지는 걸까. 그런 음료수라면 편의점과 마트가 아니라 약국에서 팔아야 하는 거겠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스위트 슬립을 한 모금, 두 모금 마시고 있었다.


스위트 슬립에서는 복숭아 향이 옅게 번졌다. 한 모금 입안에 머금으면 차르르 하는 탄산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단맛이 조금 느껴졌지만, 릴렉스 드링크 특유의 시큽털털한 멘톨 맛은 그대로였다. 개인적으로 릴렉스 드링크도 맛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이 음료수를 마신다고 바로 잠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심장박동이 뛰면서 집중이 되는 에너지 드링크와 다른 방식으로 집중이 되게 했다. 온 주변이 고요해지고, 나는 빼곡한 글자의 세계로... 가야할 나의 정신은 침잠의 세계로 빠져버렸다.


"침잠 방에  것을 환영합니다"

겟 아웃에서 주인공은 최면에 걸린다. 그는 침잠의 방이라는 곳에 갇히는데 멀리 현실세계는 보이지만 자신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이 나에게 열릴 줄은 몰랐다. 물론 계속되는 밤샘 공부에 지루함을 한 포대는 집어넣은 듯한 교재를 보면 누구라도 침잠의 방에 빠질 것이다. 


스위트 슬립에는 이 모든 꿀잠의 조건을 완성시켜줄 성분이 있다. 바로 L-테아닌이다. L-테아닌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불면증 치료에도 보조적으로 도움을 준다. 스위트 슬립에는 L-테아닌이 200mg 들어있다. 이 분야의 대표 격인 슬로우 카우의 2배가 되는 수치다. 나는 이런 걸 겁도 없이 마신 것인가.


시험기간에 자는 잠은 달콤하다. 평소 공부를 안 한 죄책감 때문에 중간중간 자주 잠에서 깼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이 쭈욱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이대로 깊게 잠을 자면서 그나마 알고 있던 지식들도 깨끗하게 지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각성인가진정인가"

아침해가 뜰 때쯤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났다. '결국에 이렇게 일을 내버렸구나'하면서도 개운함은 눈치 없이 기지개를 켜게 했다.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스릴만 넘쳤던 밤이었다.


요즘 들어 잠 좀 편하게 잤으면 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험이나 업무 등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각성을 해야 하는 시기는 자칫 몸을 망치게 만든다. 이러한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릴렉스. 바로 힐링이 아닐까라고 곱씹으며 정신승리를 해보았다. 


나는 독서실을 나왔다. 친구들은 밤새 공부를 하다가 집에 돌아가서 밀려있는 잠을 자는지 통화가 안된다. 이대로 못 일어나면 녀석들이야 말로 겟 아웃을 하는 것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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