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 백산수, 아이시스 : 물맛 나는 국산생수 비교 리뷰!
아리스토텔레스가 틀렸다. 그는 "천연 상태의 물은 그 자체로 무미(tasteless)하다"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그 말은 기원전 300년 전에나 통할 법한 이야기가 되었다. 신경과학계의 권위지인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의 최신판에는 우리가 물맛을 감지하는 미각 수용체가 있다는 연구가 이슈를 일으켰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5가지 맛인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에 물맛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정말 물맛이라는 것이 있을까? 많은 음료수를 마시고 비교해보았지만 물맛은 비교해보지는 않았던 마시즘. 오늘은 국산 생수를 가지고 물맛을 비교해본다.
과학적으로 보면 물들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틈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물의 맛을 마시기 전후의 음식에 따라 물 맛을 단정 짓는다. 그만큼 물의 본색은 은밀하다. 나는 이 맛을 감지하기 위해 아침부터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미뢰를 다듬었다.
1. 5시간의 금식
2. 분노의 양치질 2회
3. 성격 까칠하게 주변에 신경질 3회
생수는 가까운 편의점에서 구매를 했다. 실험대상이 된 생수는 업계의 1, 2, 3위를 달리는 삼다수와 아이시스, 백산수였다. 모든 음료는 종이컵에 담은 후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고, 나중에 평가표와 이름을 매치시켰다. 어디에 어떤 음료수를 따랐는지 기억 못 하는 뇌 덕분에 공명정대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생수들 사이의 맛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조건이 필요하다. 와인이나 맥주 등의 시음 기준을 참고하여 3가지 기준을 정했다.
1. 향
2. 목 넘김(무게감)
3. 첫맛과 끝맛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물의 맛을 물로 헹궈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실험군에 있는 어떤 생수로도 입을 헹궈낼 수 없었기에 정수기의 물을 음용했다. 그리고 입안에 물맛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테스트를 반복하였다. 준비과정 소개가 길었다. 그만큼 까다롭게 찾은 물맛은 과연 어떨까?
첫 순서는 광동제약의 제주 삼다수(이하 삼다수)다. 삼다수는 16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생수의 왕이다. 제주도의 화산 암반들이 정수필터 역할을 한 화산암반수이다.
단점이라면 이름값만큼이나 조금 비싼 가격이다. 500ml에 600원인데 소량은 괜찮지만 식수를 모두 생수로 해결하는 자취생들에게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얼마 없는 단점이었는데, 이마저도 제주도에서 반값에 살 수 있다고 한다.
상표를 가리고 마셔본 삼다수는 다른 생수들에 비해 무게감이 있었다. 시원하고 칼칼하게 넘어가는 맛은 없었지만, 여름 이불을 덮을 때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첫맛에서는 큰 특징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끝에 갈수록 사탕수수 같은 단맛이 났다. 맛있었다.
두 번째 마신 생수는 농심의 백산수다. 농심은 제주 삼다수를 생수시장 1위에 올려놓은 경력이 있는 회사다. 2012년 제주도와 판권 계약이 끝난 농심은 한라산을 떠나 백두산으로 향했다. 그래 한라산 아니면 백두산이지.
때문에 백산수의 수원지는 중국이다. 농심은 삼다수를 만들었던 노하우로 백두산 내두천의 화산암반수를 가지고 맑은 샘물을 만들었다. 품질과 평이 좋아 성장세가 빠르다.
상표를 가리고 마셔본 백산수는 부드럽게 목에 넘어가는 무게감이 돋보였다. 삼다수처럼 약간 단맛이 나는데 살짝 느끼했다. 하지만 혀에 고이는 듯하다가 착하고 감기는 맛에 탄력이 있었다. 삼다수보다 더욱 적극적인 맛이었다.
삼다수는 제주도에서, 백산수는 중국에서 바다를 건너왔다. 우리나라 육지를 대표하는 생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 나온 답이 바로 롯데의 아이시스다. 아이시스의 장점은 수원지의 다양함이다. 아이시스는 DMZ와 지리산에서 나온다. 아이시스 8.0의 경우는 전국 6곳의 수원에서 생산되는데, 나와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물을 빠르게 마셔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이시스는 삼다수와 백산수에 비해 정제된 느낌이 강했다. 부드럽고 무겁다기보다는 청량하고 날카로웠다. 또한 약수터에서 떠다 마신 약수의 맛이 났는데, 바로 미량의 쓴맛이다. 알고 보니 이 맛의 정체는 무기질(마그네슘)이었다. 몸에 좋은 생수가 먹기에 쓰구나.
약 알칼리성 광천수인 아이시스 8.0은 쓴맛은 옅어졌다. 대신 차다는 느낌이 더욱 강해졌다. 더운 여름에 벌컥벌컥 마시기에 이보다 좋을 생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맛과는 별개로 아이시스 8.0의 페트병은 허리를 움푹 패어놓아 잡고 마시기가 참 좋다.
모든 맛의 평가는 아무리 객관적이고 싶어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마시즘의 물맛 평가가 어느 정도 맞는지에 대해 학술자료를 찾아보았다. 일본 오사카 대학의 환경학과의 교수 '하시모토 쓰쓰무'는 1987년 <맛있는 물에 대한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일본 각 지역의 물에 담긴 미네랄 성분을 조사해 맛있는 물의 지수를 만든 것이다. 이를 O-Index(OI)라고 하며, 현재까지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맛있는 물의 지표가 되고 있다.
삼다수의 O-Index 수치는 7.8로 국내 생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자랑했다. 백산수는 7.0으로 삼다수의 뒤를 바짝 쫓았다. 아이시스의 경우는 2.1이었다. 하지만 O-Index의 맛있는 물의 평균지수가 2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치의 맛을 보장하는 생수였다.
물은 우리가 최초로 마신 음료수이며, 일생동안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수다. 심지어 우리 몸의 75%가 물로 이루어졌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그 흔한 물의 맛도 모르고 살아왔다. 이게 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말이면 철썩 같이 믿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후손들의 탓이 아닐까 반성해본다.
이번 물맛을 비교해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평소에 그냥 마시던 물에 맛이라는 기준을 더하니 생수가 성수가 된 듯 맛있었다. 또한 맛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좋아하는 생수가 다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물을 너무 한 번에 많이 마시면 화장실을 정말 많이 가야 한다는 사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