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가 90년대 음료를 부활시킨 까닭은?
코-크 우린 서지를 살 수 없어서
이 광고판을 샀어요
미국 애틀랜타 코카-콜라의 본사 앞 광고판에 이런 문구가 붙는다. 서지(SURGE)는 코카-콜라에서 90년대에 출시했다가 단종된 탄산음료의 이름. 하지만 3명의 남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가 팔지 않는 것을 참지 않았다. 그들은 서지를 좋아하는 사람을 모았고 광고판을 샀다. 그리고 당시 북미 코카-콜라 회장 샌디 더글러스(Sandy Douglas)의 답장을 받기에 이른다.
음료덕후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더니). 오늘은 단종된 지 10년이 넘은 음료를 재출시하게 만든 그 단체 서지 무브먼트(SURGE MOVEMENT)에 대한 이야기다.
'서지(SURGE)'란 무엇인가. 그것은 코카-콜라에서 1996년도에 출시된 마운틴듀(Mountain Dew)의 라이벌 음료다. 시트러스(라임, 감귤, 오렌지의 콜라보레이션)향의 탄산음료로 마운틴 듀보다 카페인도 적고, 설탕도 적었다. 하지만 인기도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게 함정. 결국 2003년 서지는 판매중지가 결정된다.
하지만 서지에는 마니아들이 남아 있었다. 서지 무브먼트가 있기 전에도 많은 사람들은 서지의 출시를 요구했다(SaveSURGE.org). 코카-콜라는 2005년 서지에서 한 차원 업데이트된 '볼트(VAULT)'를 출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서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서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1년, '에반 카(Evan Carr)'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문득 어렸을 때 자주 마셨던 음료 서지를 떠올린다. 그는 '다른 사람들도 서지에 대한 추억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페이스북에 '서지 무브먼트(SURGE Movement)'라는 페이지를 개설한다. 처음에는 단순한(하지만 굉장히 독특한) 90년대 추억 공유 페이지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서지의 추종자가 많았다. 이미 2008년도에 서지 팬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하던 '매트 위넌스(Matt Winans)', 그리고 서지의 열렬한 팬이었던 '션 쉐리던(Sean Sheridan)'까지 모였다. 세 사람은 글부터 사진 동영상까지 서지에 관한 모든 콘텐츠를 올렸다. 그러자 한 달에 1,000명이 넘는 신규 가입자들이 생겼다(현재는 약 32만명이 넘는다).
그렇게 서지 무브먼트가 시작되었다.
2012년이 되었을 때는 서지 무브먼트에 약 147,000명의 팬을 모았다. 그들은 '서지 코크(SURGE COKE)'라고 불리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코카-콜라 상담센터에 전화해 서지를 출시해달라는 전화를 했다. 그리고 각각의 서지 팬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서지와 관련된 기부행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인 코카-콜라에 이 열망의 목소리를 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가장 큰 목소리를 들려줄 방법을 찾다가 코카-콜라 본사 앞의 광고판을 사는 계획을 하게 된다. 서지 무브먼트는 클라우드 펀딩을 하여 3,837달러를 모았다(43%의 팬들은 50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그리고 기막힌 메시지를 던진다.
"코-크 우리는 서지를 살 수 없어서, 이 광고판을 샀어요(Dear Coke, We couldn't buy SURGE so we bought this billboard instead)"
광고판 작전은 실패했지만 많은 언론이 서지 무브먼트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서지를 만드는 시럽(어디서 구한거지?)을 모아서 서지를 만들어 불티나게 팔아보았다. 또한 서지 티를 입고 자선활동을 하면서 서지 부활에 대한 모금운동을 하였다.
매년 초에 코카-콜라에 서지 무브먼트라는 단체 이름으로 신년 연하장을 보내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런데 2014년 1월 코카-콜라 북미 회장의 답변이 왔다. 바로 서지 재출시를 준비한다는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서지 무브먼트는 성공했는가?
아니다. 서지 무브먼트는 이제 시작이었다.
2014년, 서지는 아마존에서 한정 판매되었다. 출시와 동시에 식품 카테고리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1시간 만에 매진이 되었다. 서지 무브먼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욱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해프닝이지만, 그들에게는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작은 승리의 경험'이랄까?
이들은 여전히 90년대 스타일의 팬 콘텐츠를 만들어 피드를 가득 채우고, 90년대 각종 광고와 영화, 사진 등에서 출연한 서지를 모아서 콘텐츠를 만들었다. 서지 무브먼트에 동참한 스타를 열렬히 환호하는 것도 일이었다(미국판 복면가왕의 우승자인 티페인).
서지는 북미 버거킹의 소다 메뉴에 등록되었고, 코카-콜라 자판기인 '프리스타일(Freestyle)'에도 등록이 되었다. 이제 어디서든 서지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휴면 상태인(있는 줄도 몰랐던) 서지 공식 트위터에 트윗이 올라온다.
2018년 서지는 코카-콜라에서 정식 음료로 재출시가 된다. 팬들의 요구에 의해 단종된 음료를 재출시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서지 무브먼트는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들의 목표는 이제 서지를 외국에 출시하는 것,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와 오래 함께하는 것이다.
그들은 서지가 음료 이상의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즐거운 추억을 가졌을 때 함께 했던 음료라는 것이다. 서지를 되찾은 것은 그들에게 잃어버린 시절을 다시 돌려받은 기분이었을까?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목을 축이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음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것은 나의 경험과 기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일기장 같은 것이다. 만약 서지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뜨거워졌다면 함께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의 시절에 두고 온 서지는 어떤 음료였을까?
참고문헌
About, The Surge Movement
SURGE is Back in Stores: Where You Can Find It, Jay Moye, Coca-cola journey
SURGE Returns: Back by Popular Demand, Brand Now Available Exclusively on Amazon.com, Jay Moye, Coca-cola journey
Surge Is Back, and This Neon-Green Pager Will Let You Know When It’s on Tap at Burger King, David Griner, ADWEEK
Meet the Three Guys Behind the Movement to Bring Back SURGE, Jay Moye, Coca-cola journey
‘소비자의 힘’…코카콜라, 12년전 단종 음료 재생산, 손재철, 스포츠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