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기네스 본사에서 온 비어 스페셜리스트가 왜 날 만나?
햇살 가득한 한낮의 거리를 걷는다. 사무실에 가지도, 집에 가지도 않는다. 그저 땀방울을 식혀줄 맥주 한 잔을 마시러 가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은 편의점에 가지도, 마트에 들리지도 않는다. 그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생맥주 집. 친구가 없어서 혼자서 들어가지 못했던 맥주계의 성지였지.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이곳에는 맥주력을 수련시켜줄 사부님이 있기 때문이다. 그분과 함께라면 나도 생맥주를 멋지게 마실 수 있을 거야! 편의점 맥주 10년 차 마시즘! 생맥주 집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나는 왜 이곳에 왔는가. 바로 <맥덕들의 드림 잡, 맥주 이색 직업> 콘텐츠를 썼기 때문이다. 부러움 반, 질투 반의 상태에서 쓴 콘텐츠인데. 그걸 하필 조니워커, 기네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디아지오에서 봤고. 또 한국에 아일랜드의 기네스 본사에서 온 비어 스페셜리스트가 와 있었다. 맥주 직업이 궁금하면 한 번 만나보라고.
그렇다. 인터넷이라고 함부로 글과 입을 놀리지 말지어다. 누군가는 이걸 볼 수도 있고 현실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 나는 왜 "맥주를 마시고 돈을 버는 직업이 있다?"라고 어그로를 끌었던 것일까.
그의 이름은 스티브다. 스티브 놀런. 내가 아는 스티브는 '캡틴 아메리카(이쪽은 스티브 로져스)' 밖에 없었는데. 뭐 전 세계의 인간 대신 전 세계 기네스, 홉하우스13의 맥주의 품질을 지켜주니 하는 일은 비슷하다. 그는 한국인도 잘 안 웃어주는 나의 드립에 허허헛 웃어줬다. 역시 맥주 마시는 사람은 다 착해!
자, 그렇다면 독자들을 대신해 비어 스페셜리스트의 면면을 알아보자!
마시즘 : 맥주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당신은 꿈의 직업, 그러니까 어... Dream Job이다. 자세히 무슨 일을 하는가?
스티브 : 아일랜드 내에서는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의 '오픈 게이트 브루어리(기네스가 탄생한 곳)'에서 일한다. 기네스도 그렇고 이후의 모든 신제품이 그곳에서 만들어진다.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뜨고 있는 홉하우스13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그곳에서 실험도 하고, 방문객들에게 기네스를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마시즘 : 그런데 아일랜드에 있는 기네스 본사에서 한국은 왜 온 것인가?
스티브 : 또 내가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세계 곳곳의 디아지오의 맥주(기네스, 홉하우스13)가 서비스되는 곳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곳에서 맥주의 품질을 체크하고 관리방법 등을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마시즘 : 스페셜리스트는 정말 하는 일이 많구나. 뭔가 태어날 때부터 맥덕이어야만 할 수 있는 거 같다.
스티브 : 원래는 맥주에 큰 관심이 없었다. (아일랜드 출신이지만) 시작은 벨기에 맥주였다. 맥주에 이렇게 많은 스타일과 디테일이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3년 정도 바에서 일하면서 공부를 했다. 아일랜드로 돌아가서도 맥주 공부는 물론 홈브루를 했다. 학생 때 벨기에와 아일랜드를 계속 오가며 맥주를 접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맥주를 배우고 일을 하다가 지금은 고향인 아일랜드의 기네스에 돌아왔다.
마시즘 : 듣기만 해도 비행기를 참 많이 탔을 거 같다. 우리나라는 벨기에 맥주와 기네스, 버드와이저 다 편의점에 있는데.
스티브 : 그렇다. 한국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한국 마트에서 맥주 종류를 다 쓸어본 거다.
마시즘 : 맥주? 어떤 거를 샀나?
스티브 : 스타우트, 다크 라거... 맥주 빛깔이 짙은 것들은 다 샀다. 계산하시는데 되게 놀라셨다.
마시즘 : 예전에 마시즘에서도 <기네스의 기네스>라는 글을 올린 적 있다. 기네스처럼 따르는 각도, 시간, 방법이 까다로운 맥주는 없다고. 브랜드 담당자나 아일랜드 사람을 만나면 진짜 묻고 싶었다. 아일랜드에서도 진짜 이렇게 따르는 거야?
스티브 : 당연하다. 아일랜드에서 기네스 맥주의 위치는 대단하다. 마시는 퍼포먼스는 1959년 마이클 애쉬라는 사람이 개발한 이후 모두 이 방법을 따르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야만 거품(크리미 헤드)과 기네스만의 풍미를 유지할 수 있다.
옆에는 손님들이 직접 따를 수 있게 기네스 생맥주 탭이 있었다. 스티브가 시범을 보여주고, 따라서 해보기로 했다.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기네스를 따르는 방법은 6단계로 나눠진다.
깨끗한 전용 잔을 준비한다.
탭 아래에 45도로 컵을 단단히 쥔다.
탭을 자신 쪽으로 당긴다. 츠츠츠 소리가 나며 기네스가 차고 잔을 천천히 세운다.
기네스 가스와 거품 등이 섞인다. 119.5초간 서징 현상을 지켜본다.
다시 탭을 기계 쪽으로 밀어 맥주를 가득 채운다.
거품이 돔 모양으로 조금 떠오르면 기네스 퍼펙트 파인트가 된다.
마시즘 : 이렇게 떨면서 맥주 따라본 적은 처음이다. 하지만 서징도 그렇고 굉장히 멋지다. 이렇게 만들면 거품도 안 꺼지고 계속 있는 거구나. 나는 캔으로만 마셨어서.
스티브 : 그렇다. 기네스는 퀄리티다. 그리고 이렇게 기네스를 완벽히 따르는 사람에게 '기네스 퀄리티 엠버서더' 임명장을 주고 있다. 마시즘도 주겠다.
마시즘 : (하사 받음) 장롱 운전면허 이후 이런 라이선스 처음 받아본다. 당신을 마스터라고 불러도 될까?
스티브 : (뜻밖의 제자 탄생에 웃음)
마시즘 : 한국 일정이 마무리되어 다시 돌아간다고 들었다. 그냥 궁금한 것인데. 한국의 맥주 문화가 다른 점이 있었을까?
스티브 : 일단 음식과 함께 맥주를 즐긴다는 게 가장 놀라웠다. 아일랜드에서는 대부분 맥주만 가지고 대화를 하면서 마시는데 한국은 맥주와 함께 식사를 한다. 치맥도 해봤다.
마시즘 : 설마 어떤 맥주랑 치맥을 했나?
스티브 : 홉하우스 13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생각도 안 해봤는데, 한국에서 치킨이랑 먹으니까 맛있더라. 떡볶이와도 잘 어울린다. 돌아가면 많이 생각이 날 조합이다.
마시즘 : 치맥조합을 테스트하는 비어 스페셜리스트라. 치맥을 했다면 한국 맥주의 절반은 안 거다. 설마 소맥도 해봤을까? 해외에도 위스키랑 맥주를 섞는 보일러 메이커 이런 거 있잖아?
스티브 : 아일랜드에서는 술을 섞어 마시지 않는다. 한국만의 음주문화인 것 같다. 창의적이다.
마시즘 : 창의적으로 취하긴 한다. 듣다 보니까 몇 개월 더 있었으면 완전 현지화되었을 거 같은데.
스티브 : 그렇다(웃음). 그것은 조금 아쉽다. 한국의 수제 맥주 시장은 익사이팅했다. 창의적이고, 쿨한 맥주들을 많이 만들고 있다. 재미있는 컨셉, 공간, 맛까지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마시즘 : 같은 음료(맥주)여도 나라마다 즐기는 방식이나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 같다. 그런 문화들을 배우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세계를 다니며 그런 문화를 느끼고 배우고 싶다.
스티브 : 당신도 이미 Dream Job인 거 같은데?
마시즘 : 그렇다. 우리처럼 낮술 할 수 있는 직장인이 어디 있겠어.
마시즘 : 사실 마시즘 맥주를 만드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맥주를 만들거나 대할 때 중요한 점이 무엇일까?
스티브 : 나도 나만의 브루어리를 꿈꾼 적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퀄리티'인 것 같다. 맛부터 패키징, 배송, 마시는 과정까지 퀄리티에 대한 자부심이 필요하다. 기네스를 사랑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기네스는 7C를 기준으로 전 세계 매장의 생맥주 퀄리티를 관리한다.
(7C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7C는 Correct gas, Correct temperature, Clean lines, Clean glassware, Counter visibility, Consistent freshness, Crafted presentation다. 생맥주 케그의 맥주가 신선한지, 가스의 양은 제대로 되어있는지, 깨끗한 라인과 잔이 갖춰졌는지, 온도가 적당한지, 기네스를 따르는 방법부터 서비스하는 브랜딩까지 나눠져 있다)
마시즘 : 뭐야 무서워. 생맥주 집은 그냥 청소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스티브 : 주관적인 방법도 있지만, 철저한 부분을 따르는 것이 좋다. 오히려 매장 사람들도 관심 있게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마시즘 : 처... 청소... 그다음은 뭐가 없을까?
스티브 : 글쎄 그다음은 즐거움이다. 'BEER is FUN!!!'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재미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나도 홈브루잉을 항상 한다. 최근에는 맥주에 오크칩이나 블랙 럼을 넣어보기도 했다. 바닐라에 건포도도 같이 하여 '러시안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만들었다. 목표를 정하고 먹고 싶은 맛을 생각하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그것뿐이다.
마시즘 : 사실 나도 옛날에 홈브루잉 해본 적 있다. 재미있었다.
스티브 : 그렇다. 맥주는 재미다.
마시즘 : 하지만 완성된 맥주를 아무도 마시지 못했다. 라거인데 사우어 맥주(신맛 나는 맥주) 맛 나는 거 봤냐. 요단강이라고 이름 붙였다(웃음). 나중에 아일랜드에서 맛 보여 주겠다. 구독자 100만만 모으면 간다.
스티브 : 오! 꼭 연락해주길 바란다. 그럼 언제 오는 거야?
마시즘 : 96만명만 더 모으면 된다.
스티브 : 아... (말잇못)
맥주를 마시며 재미있는 시간이 지났다. 스티브와 인친을 맺고 명함을 바꾸고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자고 약속을 했다. 우리의 우정을 새기기 위해서 이곳 '더 캐스크'에 있는 기네스 프린팅 기계에 우리 우정을 새겼다. 이런 걸 기네스에서는 ‘스타우티(#Stouti)’라고 부른다고.
기네스 스타우티는 우리가 잔을 나눴던 더캐스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투어를 돈다고 한다. 스티브의 철저한 검증(?)을 통과한 기네스 퀄리티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매장들로 돈다고 하니. 기네스 스타우티가 있다면 기네스의 맛도 재미도 보장된 셈이다.
단지 맥주 몇 잔 만으로도 즐거운 시간들이 지나간다. 맥주의 세계는 너무 깊고 넓어서 자신도 공부도 더 하고, 인터내셔널 자격증도 많이 딸 계획이라고 한다. 나도 열심히 맥주를 만들어서 스티브에게 맛 보여줄 날이 왔으면 한다. 이제 아일랜드로 떠나는 스티브. 제자와의 Dream Job을 응원하며 손인사를 건넨다. 다음에는 아일랜드에서 만날 수 있기를!
*이 글은 디아지오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