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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Jun 21. 2017

음료 포션 : 리니지M을 맞이하는 음료수

모험과 낭만을 원하는 우리에겐 포션이 필요하다

학창 시절 우리의 활동반경은 집과 학교 그리고 리니지였다. 아직 온라인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시절, 나는 집에 놀러 온 친구의 추천으로 리니지를 처음 접했다. 당시에는 전화선 모뎀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었던 때라 통신요금이 쭉쭉 나가는지도 모르고 리니지를 시작했다.

(출처 : 리니지 공식홈페이지)

처음 리니지를 시작한 유저는 말하는 섬에서 수련을 했다. 수련장의 허수아비를 때려가며 용을 잡는 상상을 하는 나날이 끝나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본토에 떠날 자격이 주어졌다. 정들었던 허수아비와 몬스터들을 뒤로하고 출항하는 순간의 설렘은 리니지를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감정일 것이다.


리니지,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다

몇 달 전부터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소식이 있었다. 바로 스마트폰 게임인 리니지M의 출시 소식이다. 현실에 치여 잊고 있었던 모험의 세계로 떠날 시간이 된 것이다. 모험에는 포션이 필요하다. 오늘 마시즘에서는 리니지M을 맞이하는 현실 속의 포션을 소개한다.


1. 빨간물약 : 효과가 크건 작건 일단 마시고 또 마셔요

하루 종일 리니지M 생각을 하다 보니 편의점의 음료수가 리니지 속 포션(물약)으로 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는 날씨에 데미지를 입은 것이 분명하다. 톡 쏘는 시원함이 필요해서 음료수 매대에 있는 빨간물약... 아니 썬키스트 자몽소다를 발견했다. 사실 빨간물약이나 자몽소다나 회복을 시켜주는 것은 어느정도 통하는 부분이니까.


빨간물약은 흔하게 구할 수 있지만, 체력이 회복되는 양이 적다. 썬키스트 자몽소다는 스트레스 해소, 노화방지, 다이어트 등의 효과가 있지만 체감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손톱 끄트머리 정도는 효과를 발휘하지 않았을까?'라며 계속 마셔보는 것. 이것이 빨간물약을 마시는 초보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2. 맑은물약 : 더위야 물러가라, 숙취도 같이가라!

리니지에서 어느 정도 성장을 하게 되면 빨간물약으로는 간에 기별도 차지 않을 때가 생긴다. 이때 많은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맑은물약을 원하게 된다. 우리는 맑은물약을 줄여 말갱이라고 불렀다. 생수, 포카리스웨트 등 현실 속에 말갱이는 많지만, 내 마음속 넘버원 말갱이는 언제나 '갈아만든 배'다.


갈아만든 배야 말로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주는 고마운 포션이다. 밤새 술과의 전투에서 숙취를 안고 돌아왔을 때도 갈아만든 배는 깔끔하게 정신을 차리게 도와준다. 문제는 딱 하나. 편의점과 마트에서 갈아만든 배를 마시는 순간 숨겨왔던 나의 아재력이 한층 돋보인다는 것이다.


3. 초록물약 : 발이 빠른 사람은 이걸 마시지

초록물약은 이동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필수 포션이다. 현실에도 초록물약이 있었다면 매일 지각할 걱정은 안 해도 될 텐데 아쉽다. 그래서 찾아본 초록물약은 바로 게토레이다. 게토레이를 마셔서 사람이 빨라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발 빠른 스포츠 스타들은 모두 게토레이를 마셨다.


그렇다. 게토레이는 뛰는 자들의 음료수. 세계 1위의 스포츠 드링크다. 게토레이는 하루 종일 달리느라 피곤한 다리에 수분과 미네랄,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충전한 다리를 어디에 쓸 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리니지는 앉아서 하는 게임이니까. 


4. 용기의 물약 : 학생 때는 몰랐던 용기를 찾아서

리니지에 푹 빠져있다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이 있다. 바로 퇴근한 엄마가 집에 돌아왔을 때다. 과연 '엄마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전화요금 고지서일까, 성적표일까?' 어느 쪽이 나와도 나는 죽은 목숨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용기가 필요하거늘 나는 쥐구멍만 쫓아다녔다.


20살이 넘어 드디어 용기의 물약을 찾았다. 바로 '소주'다. 소주는 나에게 용기를 준다. 평소 차가웠던 손발은 따뜻해지고 온몸에 힘이 나는 것 같다. 학생 때는 눈도 못 맞춘 친구들과 활기차게 대화도 할 수 있다. 학창 시절에 찾지 못한 용기의 물약이 바로 술자리에 있었구나.


하지만 현실에서는 용기의 물약의 부작용이 심하다. 용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만용 상태가 되어버린다. 용기에 취해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필름이 끊겨버렸다. 나는 끝없는 잠 속을 떠다니며 깨달았다. 용기는 물약이 아닌 스스로의 마음에서 찾는 것이란 걸.


모험을 준비하는 자여, 포션을 챙겨라

리니지를 하던 초등학생은 아저씨가 되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게임을 해왔지만 마음속의 게임은 리니지 하나뿐이었다. 약 20년 만에 다시 말하는 섬으로 향하는 길. 설레는 마음으로 첫 걸음을 떼기 전에 나만의 포션을 챙겨본다. 자, 모험은 다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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