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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May 29. 2020

커피의 미래는 원두가 아니다?

#믹스커피 덕후 입장에서 쓰는 ‘카누 시그니처’ 리뷰

인파가 드문 카페를 홀로 걷는다. 누군가를 만나지도, 자리에 앉지도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집에서 마음 편히 커피를 내릴 원두를 사는 것이다. 시국도 시국이지만 커피애호가라면 나만의 시그니처 커피가 필요한 시대. 이 정도는 투자할 수 있는 거잖아?


(한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방향제(?)를 만들어 냈던가)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산 원두들이 집에서 방향제 역할만 할 것이란 사실을. 그리고 매일 마시던 인스턴트 커피의 위대함을 말이다. 오늘은 인스턴트 커피의 명가 ‘맥심 카누’에서 제공해 준 커피계의 냉동인간 ‘카누 시그니처’에 대한 리뷰다. 결국 나는 드립을 내리려다 인스턴트의 위대함만 발견하고 가는군! 



단순히 만들지만 알고 보면 복잡한

인스턴트커피 제조방식

(금은보화나 화장품 디자인 같은 고급스러운 카누 시그니처)

인스턴트 커피는 단순히 물에 부으면 커피가 만들어지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 중 하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정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뭐랄까. 일반적인 원두커피가 농사와 로스터, 바리스타의 기술이 중요한 아날로그적인 음료라면, 인스턴트커피는 각종 이공계의 기술이 모여진 컴비네이션 기술이라고 해야할까?


일반적으로 인스턴트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2가지다. 먼저 커피를 최대한 우려낸 커피 추출액을 뜨거운 바람 속에서 수분만 증발시키는 '분무건조커피'다. 이는 만드는 과정 중 열때문에 향의 손실이 많다는 한계가 있다.


다음은 '진공동결건조'다. 앞서 말한 분무건조커피가 뜨겁게 수분을 날린다면, 이쪽은 급격하게 얼리는 방법이다. 얼린 커피 추출액을 공기가 빠진 진공에서 저온으로 가열하면 수분만 급격히 사라진다. 이러한 작업이 저온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향미 손실이 적다. 인스턴트커피계의 엘사라고 할까? 문제는 관리해야 할 기술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고. 그걸 제일 잘하는 게 카누를 만드는 동서식품이다. 반백 년을 이걸 해왔다고. 


우리는 단순히 뜯어서 붓고 마시지만, 이 안에는 원두를 선별하고 로스팅하고, 농축, 동결, 건조 등의 과정이 다 들어있다. 이거야말로 다 된 밥에 숟가락 얻기 아니... 사용자의 편의를 맞춘 미래형 커피가 아니던가. 



카누와 믹스커피의 차이

이것은 미래형 커피입니다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료인 믹스커피, 그리고 새 시대를 이어받은 카누)

믹스커피로 10대와 20대를 보낸 나는 알 수 있다. '카누' 이 녀석의 라이벌은 같은 지붕 아래의 믹스커피가 아니라 '카페 커피(아메리카노)'라는 것을. 실제로 카누는 보통 믹스커피의 용량 기준(종이컵)인 100ml가 아닌 카페 아메리카노의 용량 기준인 200ml로 나오지 않던가. 물론 인기가 있어진 후에 종이컵 기준의 카누 미니가 나왔지만 말이다.


실제 카누는 커피전문점의 커피수준을 목표로 준비되었다. 2010년 출시를 목표로 삼았지만, 내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카페들의 아메리카노와 비교 후 경쟁력을 더 가지기 위해 1년을 더 개발하여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이기고 출시했다는 비화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원두가 5%가 들어간다는 점. 누군가 보기에는 5%만 넣고 생색(?)을 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비율을 계산해봤을 때 원두 비율의 30%만 넘어가면 커피가 아니라 한약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의 맛을 내면서도 원두가 물에 잘 녹고 혀에 잔여물을 남기지 않는 비율이 5%였다고 한다. 아마 그 이상이었으면 우린 '갈아 만든 배'처럼 '갈아 만든 원두' 느낌의 커피를 마실지 모른다고.


'카누'라는 이름은 '뉴 커피, 뉴 카페'를 뒤집어서 '카뉴'가 되었다가 '카누'로 바뀌었다. 20-30대 여성 직장인을 타깃으로 잡기 위해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바꾸고, 무엇보다 한 상자에 스틱이 가득 든 것이 아닌 10개와 30개짜리로 만들었다. 핸드백이나 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게 디자인 한 것이다. 


처음에는 믹스커피에 비해 비싼 가격, 인스턴트커피 시장 안에서 자기 식구끼리의 대결이 될 것이라 예측된 카누는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체 64억 잔의 카누가 팔렸는데, 지난해에만 12억 잔이 팔렸다(전 국민이 2.3 카누를 마셨다고).



홈카페족이 보는 카누의 장점

시간과 퀄리티그리고 원두 잔여물?

(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면 생각보다 버려야 할 게 많다. 돈, 커피 잔여물, 그리고 맛있을 거란 기대 / ⓒ Battlecreek Coffee Roasters)

이제는 집에서도 커피를 내려먹을 정도로 커피애호가들의 취향이 고급화가 된 시대다. 하지만 대부분은 로망을 가지고 원두와 드립 기계, 드립퍼를 샀다가 '탈커피'를 하게 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특히 마시즘처럼 하루를 최대한 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먼저 원두다. 하루에 마시는 양이 정해진 커피. 때문에 혼자서 커피를 내려마실 때는 같은 원두로 계속 마셔야 한다. 고른 원두가 우리 입맛의 최애이길 원하지만 나의 경우는 아무것도 모르고 케냐 원두만 고집하는 바람에 침샘에서 침이 줄줄 나는 빙초산 커피를 마셔야 했다. 그러자고 블랜딩을 하자고 여러 원두를 사봤는데 이번에는 배합량이 문제였다.


두번째. 그것은 청소다. 만들다 보면 커피를 내리고 원두를 버리기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드립퍼도 버려야지, 커피를 만드는 시간도 긴데, 치우고 씻는 시간도 길었다. 내가 이 빙초산... 아니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이런 노동을 해야만 하다니.


세번째는 역시 시간이다. 언제 어디서나 이렇게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가 없으니 결국 찾게 되는 것은 완제품이다. 근데 그게 내가 만든 것보다 훨씬 맛있어. 아아 역시 자본주의의 위대함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찾은 커피가 무엇일까? 바로 카누다. 그것도 시그니처로. 



원두의 맛과 향을 그대로 담았다

카누 시그니처 

(따아로 마셔도 좋고, 아아로 마셔도 좋다)

드디어 ‘카누 시그니처’를 맛을 볼 시간이다. 이 녀석은 맛과 향에서 원두별 특성을 잘 살렸다. 꽃향기 같은 것(에티오피아산 원두 특유의)이 느껴지는 카누 시그니처 미디엄 로스트는 부드러운 느낌이 살아있는 커피로 퀄리티 있는 산미와 쓴맛이 났다. 


쌉싸래하면서 오묘한 과일향이 나는 카누 시그니처 다크 로스트는 한국사람의 특성을 더욱 고려한 맛이 났다. 산미를 도드라지게 전면 배치한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느낄 수 있게 한 것이 특히 좋았다. 그간 믹스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던 풍미다.


다른 카페와 비교해도 아쉬울 게 없는 맛이다. 특히 찬물에도 잘 녹는 카누의 특성상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마시면 어느 카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보다 간편하고 맛있는 맛이 난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계절이 찾아온 만큼 뜨거운 밖에 나가기보다 이 녀석만 있으면 올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평소에 물 마시듯(?) 마시는 그런 풍미의 커피가 아니게 된 점이다. 용량이 가득하고 물처럼 나오는 생존 아메리카노들에 비해 오히려 커피 본연의 풍미를 찾은 점잖은 맛이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200ml나 마시기엔 조금 용량이 많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100ml 기준으로 나온 '카누 시그니처 미니'가 나와서 어느정도 아쉬움이 해결되었다.



카누의 새로운 진화형

인스턴트커피의 미래가 될 것인가


취향의 고급화, 최근에는 코로나 19 이슈 등 커피를 둘러싼 많은 환경이 바뀌고 있다. 이제 커피는 카페에서 마시는 것만큼이나 가정에서 혹은 사무실에서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커피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실제로 우리가 열심히 집에서 카누로 달고나 커피를 만들 때 유명 카페 프랜차이즈들은 인스턴트커피 공장을 만들고,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 인스턴트커피의 시대가 돌아오는 것이야! 


카누 시그니처를 마시다가 생각했다. 단지 봉지 커피를 마신다고 커알못(=나)이었던 시대는 저문 것 같다고. 어떤 때는 달달한 맥심 모카골드로, 또 진지하게 커피를 즐기고 싶을 때는 카누 시그니처로. 톡 하면 커피가 만들어지는 미래가 바로 우리 곁에 왔다. 


* 글은 동서식품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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