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곰돌이는 왜 야구배트 대신 맥주잔을 들었나
코카콜라는 북극곰, 참이슬은 두꺼비...
이거 완전 음료판 동물의 왕국 아니냐?
잘 만든 마스코트 하나가, 열 편의 광고보다 낫다. 덕분에 우리는 언젠가 북극곰을 생각하면 코카콜라를 떠올리고(북극곰은 콜라를 마시지 않는다), 두꺼비를 말할 때 참이슬을 생각하고(두꺼비는 소주를 마시면 죽는다), 나를 볼 때 우리집을 떠올리는 일은 물론 절대 없지만 무언가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궁금했다. 왜 하필 북극곰이었을까? 오늘 마시즘은 음료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북극곰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동물은 모르겠지만 북극곰이라면 코카콜라를 따서 원샷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이나 코카콜라 광고 속 북극곰의 콜라 먹방은 대단했으니까.
코카콜라에 북극곰을 붙인 사람은 광고기획자 ‘켄 스튜어트’다. 1992년, 그는 코카콜라 광고에 등장할 캐릭터를 생각하다가 자신의 강아지(래브라도 리트리버)가 떠올린 것이다. 그 강아지의 애칭이 ‘아기 북극곰’이었다고 한다. 뭔가 강아지처럼 친숙한 북극곰이 등장해서 코카콜라를 마신다면? 귀여운 것은 물론이고 북극의 시원한 이미지까지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 해 북극곰이 등장한 첫 광고가 론칭된다. 북극곰 털 한 올, 한 올을 제대로 구현한 CG 기술은 물론이고, 이보다 시원한 광고(곰이 으르렁 거리는 소리는 광고기획자 본인이었다고 한다)는 뉴욕타임즈 비즈니스 섹션 1면에 실릴 정도로 성공을 했다. 그 뒤로 북극곰은 산타와 더불어 코카콜라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마스코트가 되었다.
지난해 멀리 잠실 원정을 간 적이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하나는 야구를 보러, 다른 하나는 당시 서울에서만 판매하는 오비 라거 레트로 버전을 사기 위해서였다. 두산 베어스(정확히 말하자면 OB베이서)의 곰돌이가 왜 맥주로 와있는 거야. 야구 은퇴인가?
사실 이 곰돌이의 시작은 오비맥주에서 만든 생맥주 체인점의 캐릭터였다. 이것이 사랑을 받아 OB맥주의 마스코트로, 또 OB맥주의 야구팀 OB 베어스에도 곰돌이가 사용된다. 문제는 OB맥주가 두산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곰돌이는 야구팀에만 남게 된 것이다.
이것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약 40년 만에 오비라거에 곰돌이가 돌아왔다. 야구배트가 아닌 맥주잔을 든 곰돌이(랄라베어라고 부른다)가 나온 것이다. 요즘에는 인기를 타고 의류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는 등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참이슬 VS 처음처럼, 순하지만 독한 소주의 역사>에서 말했지만, 소주의 대명사 진로(참이슬)의 원래 마스코트는 원숭이였다. 진로라는 글씨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원숭이의 모습이었다.
이런 원숭이가 두꺼비로 바뀐 것은 1955년. 진로가 서울에 이사한 이후다. 유래는 분분하지만 서울에서는 원숭이가 호감 있는 동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두꺼비로 변경되었다. 초기 두꺼비는 오른쪽을 바라봤는데, 소주의 제조방식이 지금처럼 변경된 이후로는 왼쪽을 바라본다는 썰도 존재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흐릿해지던 두꺼비는 지난해 ‘진로이즈백’과 함께 돌아왔다. 태어난 년도만 보면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디자인은 훨씬 어려지고 세련되어졌다. 이는 단순히 캐릭터뿐만 아니라 소주의 이미지까지 젊게 만들고 있다.
북극곰 콜라, 두꺼비 소주, 코끼리 맥주 등 어떤 동물을 봤을 때 음료가 떠오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기억에 남기가 쉽다는 것, 브랜드의 역사가 된다는 것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마스코트(캐릭터)로 인해 우리가 단순한 음료를 제품이 아닌 교감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