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작지만, 음료는 강한 곳들을 알아보자
당신이 대전에 놀러 간다면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예언할 수 있다. 바로 성심당의 빵을 살 것이다. 만약 군산이라면 이성당, 전주라면 풍년제과, 제주도면 한라봉 초콜릿(...)
지역뿐만이 아니다. 국가를 떠올릴 때도 그곳에 어울리는 음료나 음식이 있다. 또 그것들이 그곳의 경제를 책임지기도 한다. 코카콜라와 미국은 두 말하면 아쉽고, 일본에는 라무네, 아일랜드에는 기네스 같은 것들이 있잖아? 오늘 마시즘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음료들을 모셔봤다.
특징 : 눈에 띄면 인수
단점 : 성공하지 않으면 네슬레 눈에 띄지 않음...
'네슬레(Nestle)'는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네슬'만 본다면 이만큼 가까운 브랜드도 없다. 어릴 때는 네스퀵, 커서는 네스카페나 네스프레소 등 '네스'가문을 이끌고 있는 세계 1위의 식음료 기업이다. 네스카페만 해도 한국에서는 맥심에 밀려서 그렇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인스턴트커피 아닌가.
이 네슬레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시가총액으로만 따지만 383조원. 일단 스위스에서도 1위는 물론이고, 그 유명한 코카콜라나 나이키를 뛰어넘는다. 알아보니 네슬레 안에는 2,000개 이상의 브랜드가 들어있다고. 일단 스타벅스도 네슬레가 인수했고, 블루보틀도 네슬레가 인수했다.
단순히 FLEX 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재빠르고, 성공률이 높다. 인스턴트커피를 가장 빨리 도입한 곳도 여기고, 커피머신이 유행하자 '캡슐커피'라는 아이템으로 '네스프레소'를 론칭하는 등의 전략까지. 타율이 높다.
특징 : 인수할수록 어려워지는 이름
단점 : 다국적, 꼬여가는 족보
맥주판 네슬레다. 벨기에의 AB인베브는 자국의 1위는 물론 세계 최대 맥주회사를 자랑한다. 여기에는 거의 합체로봇 부럽지 않은 인수합병의 역사가 있다. 첫 번째는 2004년 벨기에 맥주회사 '인터브루(Interbrew)'와 브라질의 '암베브(Ambev)'가 합병이 되어 '인베브(InBev)'가 되었다.
그것이 4년 후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세계 1위의 맥주회사 '앤하이저부시'를 합병하기에 이른다. 드래곤볼의 마인부우 같은 전략이랄까. 이름은 풀네임으로 '엔하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가 되었다. 그런데 너무 길어서 그런지 AB인베브로 줄여서 부른다는 게 함정.
과감한 인수합병 덕분인지 산하로 들어온 브랜드들이 하나 같이 막강하다. 버드와이저,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같은 편의점에서 볼 법한 세계맥주들이 다 AB인베브의 품에 있다. 심지어 오비맥주의 카스(CASS) 역시 AB인베브 산하라고.
특징 : 초네임드 하이네켄 아래로 모여!
단점 : 브랜드는 많은데 하이네켄만 보인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은 세계 2위의 맥주회사다. AB인베브가 인수합병된 회사들의 이름모음이라면, '하이네켄'은 가문의 이름을 그대로 끌고 왔다. <납치사건부터 축구까지, 하이네켄 이야기>에서도 말했지만 150여 년 전 창업주인 '제라드 하이네켄'이 양조장을 설립한 이후 4대째 하이네켄 가문이 경영을 하고 있다.
뭐라 해도 하이네켄의 매력은 깊은 전통에도 바래지 않는 '스타일리시'다. 초록병과 빨간 별이라는 요소는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하이네켄을 기억하도록 자리 잡았다. 뛰어난 마케팅 전략이야 말로 하이네켄을 성장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틈틈이 확장도 잊지 않는다. 하이네켄 하면 붉은 별의 '하이네켄 맥주'가 떠오르지만, 싱가포르의 '타이거 맥주', 프랑스의 '데스페라도스' 등의 각국 브랜드를 인수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물론 초록병의 하이네켄만 기억난다는 게 함정이지만.
특징 : 스포츠 예술까지 폭넓은 활동반경
단점 : ...을 하느라 라이벌 하이네켄을 못 잡는 거 아냐?
네덜란드에 하이네켄이 있다면, 덴마크에는 소울 맥주 칼스버그가 있다. 두 맥주는 유럽 전통의 라이벌 맥주다. 칼스버그의 왕관 모양은 덴마크 왕실에서 지정한 공식맥주라는 인증이라고 한다...라고 하지만 축구팬들에게는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FC'로 더욱 기억이 나는 맥주다. 한국에 치맥이라는 공식이 있다면, 유럽에는 축맥이 있으니까.
물론 다른 맥주회사들도 축구팀에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칼스버그는 축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1992년부터 2010년까지 리버풀의 셔츠 스폰서를 한 기록은 EPL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셔츠 스폰서였다고. 그런데 올해 리버풀이 챔피언이 되었다. 칼스버그는 이에 초록색이 아닌 리버풀팀 색상인 빨간색으로 특별한 챔피언 에디션을 만들기도 했다.
칼스버그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칼스버그VS칼스버그의 맥주전쟁>에서 이야기했지만, 창립자인 '야콥슨(아빠)'과 '칼(아들)'이 칼스버그를 판 돈으로 예술품 수집 경쟁(?)을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1만여 점의 작품이 모인 '칼스버그 박물관'이 생겼다는 후문이.
특징 : 지칠 줄 모르는 행동력과 마케팅
단점 : 이제는 좀 쉬고싶어지 않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에너지음료이자 떠오르는 음료의 새 장르다. 2019년 한 해에만 75억 캔이 팔렸으니 전 세계 인구가 한 캔씩을 마신 거라고 볼 수 있다. 레드불은 오스트리아의 디트리히 마테시츠가 태국에 갔다가 '끄라팅 다엥(Krating Daeng, 붉은 소)'이라는 음료를 보고 만든 이인 찰레오 유위디아와 공동 창업한 회사다.
레드불의 강점은 파격적인 마케팅이다. 태국의 박카스 포지션인 음료를 알리기 위해서 파티를 열고, 스포츠에 투자를 한다. 이것도 아쉬운지 우주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으려 한다. 음료를 맛보지 않아도 '레드불'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
레드불의 인기 덕분에 찰레오 유위디아는 태국의 2위 부자가 되었고, 디트리히 마테시츠는 오스트리아 1위 부자가 되었다. '레드불 날개를 펼쳐줘요'라더니... 돈 날개를 달아준 것이었어.
잘 나가는 음료는 모두 미국일 것만 같은 생각과 달리, 이 음료들은 나라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경제까지 책임을 지고 있다. 네슬레의 경우 스위스 자국에서 판매하는 비율은 매출액의 1.6% 정도라고 한다. 그 외는 전 세계에 진출해 벌어들이는 중이라고.
과연 한국에도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줄 음료회사들이 나올 수 있을까? 벌써 몇몇 회사들은 해외에서도 국민음료로 사랑받는 듯하다. 국내를 넘어 세계까지, 음료계의 BTS가 될 자는 누구일지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