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에 쿨피스가 정답은 아니잖아!
떡볶이에 정답이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념 배합, 떡의 종류, 매운맛의 체계와 절차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떡볶이가 탄생하니까. 오죽하면 사람들도 밀떡파, 쌀떡파로 떡볶이를 대하는 학파가 나뉠 정도다. 그런데 왜 떡볶이에 함께 먹는 음료는 쿨피스, 단 하나뿐일까?
오늘의 음료약국. 의뢰인은 떡볶이다. 떡볶이에 쿨피스만 먹으면 재미없잖아. 떡볶이 옆 자리에 오면 더 맛있어지는 녀석들을 알아보자.
부드럽게 감싸는 얼얼함
엽떡+막걸리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엽떡이다. 혓바닥이 뜨거워지도록 매운 떡볶이를 소시지, 당면과 건져 먹다 보면 어느새 땀방울과 함께 빠져나간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막걸리를 함께 마셔보자. 우유처럼 부드러운 막걸리가 떡볶이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중화시킨다. 불이 나는 집에 소화기를 비치해두는 센스랄까.
떡볶이를 막걸리와 함께 먹어보면, 역시 떡볶이는 한식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막걸리를 위해 떡볶이가 태어난 것처럼 잘 어울리니까. 다만 함정은 배가 빨리 부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배가 좀 부르면 어때. 남은 떡볶이는 내일 먹으면 된다. 떡볶이는 식어도 맛있으니까.
톡톡 튀는 단짠단짠
시장 떡볶이+이슬톡톡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판떡볶이에서는 엽떡과는 다르다. 일단 시장 떡볶이는 적당히 매콤달달하고 진득한 소스가 특징이다. 물엿과 고추장 맛이 느껴져 과하지 않고 심플하다. 토핑도 어묵과 달걀 정도가 전부. 식사보다는 가벼운 간식거리에 가까운 음식이다.
요즘은 다들 포장해서 집에서 먹겠지? 그럴 땐 역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이슬톡톡을 추천한다. 이슬톡톡은 도수도 3도 정도로 부담 없고. 상큼달콤한 복숭아 맛이 떡볶이와 만나 단짠단짠의 시너지를 내준다. 마치 복숭아 맛 쿨피스의 어른 버전 같달까? 비슷한 종류로 망고링고, 부라더소다도 있다. 좋아하는 맛을 골라서 마시면 된다.
온탕과 냉탕의 줄다리기
즉석 떡볶이+맥주
치킨과 떡볶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맥주와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치맥의 뒤를 잇는 ‘떡맥’이다. 눈 앞에서 보글보글 끓여먹는 즉석떡볶이는 각종 사리를 건져먹는 즐거움이 있는 떡볶이다. 그리고 뜨겁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전략. 매콤하고 뜨거운 떡볶이를 한 입 먹고 시원한 맥주를 마셔보자. 청량감이 극대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맥주가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줘 떡볶이를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게 한다. 다만, 너무 단 맛이 강조되지 않는 맥주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떡볶이를 즐길 때 꽃 향기가 끼어들면 안 되니까.
매운맛 잡는 구수함
매운 떡볶이+까늉
고려시대부터 우리 민족은 밥을 먹고 나면 후식으로 꼭 숭늉을 마셔왔다. 요즘 우리가 밥 먹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치듯 입가심을 해주는 용도로 말이다. 매운 떡볶이를 먹고 나면 입 안이 맵싸하고 텁텁한 기운으로 감돈다. 급하게 생수를 부어보아도 혀 끝에 얼얼함은 남아있달까? 그럴 땐 흑미 숭늉차, 까늉을 추천한다.
누룽지처럼 구수한 까늉이 떡볶이로 얼얼해진 입안을 부드럽게 달래어준다.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평화의 비둘기 같은 조합이다. 직접 먹어보았는데, 매운기를 확실하게 잡아주어서 만족했다. 진하게 감도는 구수한 맛은 취향저격이고.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 쓴 맛보다 구수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 조합을 추천한다.
(번외) 떡볶이가 음료가 되면 어떨까?
떡볶이를 음료처럼 후루룩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상상을 나만 한 게 아니라니. 2019년 탐앤탐스와 CU가 콜라보해 출시했던 ‘몰래 먹는 떡볶이'다. 진짜 탐앤탐스 테이크아웃 컵 안에 커피가 아닌 떡볶이를 담았다고. 재미는 있었으나, 결국 냄새를 잡지 못해 몰래 먹진 못했다는 후문.
하지만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바로 떡볶이는 컵에 담아먹으면 더 맛있다는 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