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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Apr 01. 2021

마시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음료 브랜드의 거짓말 3

#거짓말이 아니라 돌려 말하기라고요!

아침햇살이 사라진다고요?


슬프고도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았다. 국민음료 ‘아침햇살’이 사라진다는 기사였다. 아무리 전성기가 지났더라고 해도 국민음료 중 하나였던 아침햇살을 단종시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이런 생각과 동시에 옛날만큼 아침햇살을 마시지 않았던 미안함과, 20년간 함께했던 아침햇살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 는 속았습니다)

문제는 훼이크였다는 것. 글 본문에 떡하니 가짜라고 적혀있었는데, 나는 왜 나라를 잃은 것처럼 슬퍼했던가. 음료 브랜드의 말 하나에 넘어가는 얇디얇은 종잇장 귀 마시즘. 오늘은 그동안 본 음료들의 멋진 거짓말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이네켄

운전하실 건가요, 절대 술 마시지 마세요

- 겉 : 운전하실 건가요? 절대 술 마시지 마세요

- 속 : 하이네켄 마시고 싶지, 마시고 절대 운전하지 마


맥주를 파는 브랜드가 막강한 돈을 들여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고 광고를 한다. 이것은 분명 광고 담당자가 회사에 앙심을(?) 품었거나, 너 죽고 나죽자며 다른 주류업계를 망하게 하려는 전략이 분명하다. 


그렇다. 하이네켄은 소비자들의 건전한 음주 문화를 이끌기 위한 ‘책임감 있게 즐기는 하이네켄(Enjoy Heineken Responsibly)’캠페인을 벌이는 것. 여기에 세계의 유명 드라이버를 모델로 삼았다. 폭풍 같은 드라이빙을 하는 운전자들도 자기 관리를 위해 운전을 해야 한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운전을 포기하고 술을 마실 때는 ‘하이네켄’을 마신다. 크으 운전보다 술이 당기는 광고다.



하이네켄의 캠페인 문구 자체는 ‘절대 술을 마시지 마세요’지만, 메시지는 하이네켄이 단순히 술을 많이 팔아야 하는 회사가 아닌, 때와 장소를 가리는 선도적인 브랜드로 느끼게 한다랄까? 물론 저는 운전을 할 줄 몰라서, 하이네켄 마십니다.



에비앙

에비앙은 그냥 물이 아닙니다, 에비앙입니다.

- 겉 : 에비앙은 그냥 물이 아니야

- 속 : 에비앙은 그냥 물(가격)이 아니야


이것은 하이네켄처럼 광고로 내세우는 거짓말이 아니다. 오히려 에비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주 하는 말이다. 에비앙은 물이 아니라니. 그럼 네가 마시고 있는 액체의 정체는 무슨 까나리 액젓이라도 되는 것인가.


하지만 이런 말이 의미 없는 거짓말은 아니다. (아마 봉이 김선달 정도를 빼면) 세계 최초로 물을 돈을 받고 판매한 ‘에비앙’에는 라이프 스타일이 녹아있다. 


(에비앙은 광고에 아이를 넣던 걸로도 유명한데, 약간 마시면 젊어지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라고)

프랑스의 수원지 에비앙에 걸쳐있는 많은 이야기부터, 마시면 아기가 되어버리는 느낌이 되는 재미있는 광고, 그리고 (비싼) 가격까지. 에비앙은 다른 생수들과는 격이 다른 브랜딩을 하는 회사다. 때문에 가격이 비쌀지 몰라도 ‘에비앙을 마시는 나’라는 브랜드의 맛을 일궈낸 것이다. 


브랜드의 차이를 느끼면 이것은 보통 물이 아니다. 때문에 에비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에비앙은 보통 물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 미세해서 차이를 느끼기 힘든 ‘물의 맛과 건강’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차이다. 단순히 물맛으로 에비앙 덤벼!라고 했다가… 에비앙이 되지 못한 많은 생수들이 그냥 물로 남은 이유가 아닐까. 



코카콜라

재활용을 하지 않을 거라면, 코카콜라를 사지 마세요

- 겉 : 재활용을 하지 않을 거라면, 코카콜라를 사지 마세요

- 속 : 제발 사! 코카콜라 사! 대신 재활용 꼭 하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 ‘코카콜라’의 미션은 ‘얼마나 더 잘 팔리냐’보다 ‘얼마나 더 친환경적으로’ 만드냐인 듯하다. 2019년 벨기에에서는 강력한 캠페인 문구를 걸었다. ‘재활용하지 않을 거라면 코카콜라를 사지 마세요(Don’t buy Coca-Cola if you’re not going to help us recycle)’. 아니 이, 이게 무슨 소리요! 그렇다고 어찌 펩시로 갈아타라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잘 수거한 코카콜라가 100% 재활용된 페트병에 담겼다)

지난 <코카콜라는 어떻게 쓰레기 없는 세상을 만들까>에서도 썼지만, ‘친환경’에 대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을 위해 페트병을 최대한 재활용할 생각이니, 고객들에게 코카콜라 분리수거를 부탁하는 것. 실제로 북미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수거된 코카콜라 병을 재활용해 새로운 코카콜라 병을 만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2030년까지 ‘페트병과 캔 등의 음료 패키지를 100% 수거하여 재활용을 하겠다는 것이 쓰레기 없는 세상(World Without Waste)’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쓰레기 같던(?) 내 일상도 재활용이 되는 걸까(아니다).



돌려 말하기의 재미, 

음료의 숨은 속 뜻을 찾아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전하는 방법에 따라 마음에 닿는 게 다르다. 운전할 거라면 술을 절대 마시지 말라고 말하니까. 술을 마시고 절대 운전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고. 에비앙은 보통 물이 아니라고 하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살짝의 비틀기로도 참여도를 높일 수 있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멋지게 만들 수 있다.


누군가는 거짓말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진실된 메시지를 영리하게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처절한 음료 브랜드의 시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숨은 속뜻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데 뿌요 소다가 나온다고? 거짓말하지 마. 더 이상 내가 속을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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