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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Apr 15. 2021

컵으로 보는 2030, 당신의 컵은 이미 미래에 있다

# 오렌지 VS 쿠키, 당신의 선택은?


인류의 역사는 곧 컵의 역사다

한 잔의 물을 마시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컵. 조개껍질, 청동, 도자기와 유리를 거쳐 지금의 플라스틱에 이르기까지. 지구 상 어디나 존재하는 컵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존재로서 인류의 역사를 같이 해오고 있다.


하지만 컵이 문제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퇴출 1호’ 플라스틱 빨대의 다음 순서는 일회용 컵이 된듯하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일회용 컵을 퇴출하기로 선언했다. 당장 내년부터 모든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쓰려면 보증금을 내야 한다. 마시는데 5분, 썩는 데는 50년이 걸린다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이제 모두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쓰게 될 미래의 컵은 어떤 모습일까? 여기, 플라스틱 컵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들이 있다.   


커피 찌꺼기가 에스프레소 컵으로?

허스키 컵

© huskee


호주는 커피 애호가들의 천국이다. 지난 3년간 커피 소비량이 무려 129억 잔. 스타벅스가 유일하게 진출을 실패한 나라인 만큼 국민들의 커피 수준도 높다. 하지만 그만큼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다. 커피를 만들고 남은 커피 찌꺼기, 커피를 담아 주는 컵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호주의 커피 브랜드 Pablo and Rusty는 특별한 컵을 개발한다. 바로 커피 찌꺼기로 컵을 만든 것이다. 이름은 ‘허스키 컵’. 정확하게 말하면 커피 열매의 껍질로 만들었다. 원두 가공 과정에서 커피 열매를 빼내고 남은 단단한 껍질이 한 해에만 170만 톤씩 버려지는데, 플라스틱을 대신하는 원료로 활용한 것이다. 


이들의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호주 시내 카페에서 컵을 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허스키 스왑’ 시스템을 신청하면, 컵을 씻지 않은 채로 반납해도 새 컵에 음료를 담아준다고. 텀블러 설거지가 귀찮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주문하는 나 같은 귀차니즘을 위한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오렌지 껍질이 주스컵으로? 

필더필 컵

© Carlo Ratti

오렌지 껍질이 컵이 될 수 있을까? 이탈리아에서 만든 ‘필더필 주스바(Feel the Peel)’는 겉보기엔 평범한 오렌지주스 기계처럼 보이지만 아래에 놀라운 기능이 숨겨져 있다.


먼저 오렌지 알맹이로 주스를 만드는 것까진 동일하다. 핵심은 껍질이다. 이 기계는 껍질을 실시간으로 부수어 내부에 연결된 3D 프린터로 보낸다. 3D 프린터는 오렌지 껍질을 섞어 짜낸 실로 컵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컵에 신선한 오렌지주스가 담겨서 손님에게 건네 진다. 버려지는 오렌지 껍질이 주스를 담는 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동안 쓰레기통으로 곧장 직통했던 오렌지 껍질로서는 인생 2회차를 살게 된 셈이다. 만화에서 보던 ‘무한동력'이 바로 이런 것이랄까? (아니다)   



미역 친구로 물컵을? 

롤리비타

© LOLIWARE

이번에는 바다로 가보자. 미국 뉴욕의 스타트업에서 만든 ‘롤리비타(Lolivita)’다. 이 녀석은 바다에서 자라는 해조류, 즉 한천으로 만든 컵이다. 한천에 유자, 체리 등 추출물을 더해 다양한 색과 맛(!)을 냈다. 심지어 먹어도 된다. 맛도 난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컵에서 맛이 난다는 것이다. 유자맛 컵으로 커피를 마시면 커피에서 유자맛이 나고, 딸기맛 컵을 쓰면 딸기 맛이 나기 때문이다. 어떤 음료를 마셔도 맛이 통일되는 문제가 벌어진다. 이것은 뜨거운 물에 닿으면 미량의 해조류 성분이 우러나와 생기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아예 원리를 역이용해서 비타민 컵이나 단백질 컵처럼 일종의 ‘영양 컵’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약국에서 물컵을 처방해주는 시대가 오는 게 아닐까?   


초코칩 쿠키로 컵을? 

라바짜 쿠키 컵

© Lavazza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컵, 쿠키 컵은 어떨까? 이탈리아 커피 회사, 라바짜에서는 쿠키 컵을 만들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맛있는 쿠키로 된 컵을 후식으로 먹으면 된다. 일종의 ‘소프트콘 식’ 해결방법이랄까?


하지만 개발과정이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아이스크림은 차갑지만, 커피는 뜨겁다는 것이 문제. 커피가 닿자마자 쿠키가 흐물흐물 녹아버린다는 게 문제였다. 이들은 해결책으로 ‘설탕’을 떠올렸다. 쿠키 컵 내부에 두꺼운 설탕 코팅(프로스팅)을 바르자, 설탕 옷이 일종의 방수 역할을 하게 된 것. 


이 아이디어는 뉴질랜드의 한 항공사에서 채택한다. 기내에서 서비스로 제공되는 커피를 쿠키 컵에 담아준 것. 각설탕이나, 곁들이는 쿠키를 별도로 제공하지 않아도 되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으니 기내에서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언젠가 비행기를 타서 쿠키 컵에 담긴 커피를 마실 날이 다시 돌아오겠지?



당신은 무엇으로 만든 

컵을 쓰고 있나요?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 보라. 그러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하겠다.” 프랑스의 한 미식가가 남긴 말이다. 오늘은 특별히 당신에게 어떤 컵을 쓰는지 묻고 싶다. 컵에는 한 사람의 취향, 가치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담겨있으니까. 2030년, 당신이 마실 미래의 컵은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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