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봉봉과 카스 맥주의 만남
친애하는 금요일이 우리와 함께 하는 날. 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처럼 아침부터 퇴근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 봤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저녁을 먹고, 클럽에 가서 놀고, 마시며 한 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내용의 드라마를 집에서 시청하는 내 모습을. 그리고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불금에는 역시 혼술이다. 나만의 공간에 앉아 잠옷 차림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자유는 깨나 달콤하다. 그렇다고 아무 술이나 마시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특별한 날이니만큼 맛있고, 새로운 맥주를 마시는 것이 혼술러의 자존심이다.
그래서 섞어보기로 했다. 값싸게 구할 수 있는 국산 맥주와 음료수를. 오늘은 그 첫 타자 '봉봉맥주(포도 봉봉+카스)'를 소개한다.
봉봉맥주는 믿고 마실 수 있는 검증된 음료주다. 아래와 같은 재료만 준비했다면 이미 봉봉맥주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포도 봉봉
카스(CASS FRESH)
유리컵(큰 거)
맥주는 취향에 따라 바꿔도 된다. 하지만 프리미엄 맥주들은 맛의 개성이 강해서 포도 봉봉과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청량감은 강하지만 맛에 대한 개성이 아쉬웠던 카스, 하이트가 섞어마셨을 때 가장 맛있었다. 카스, 하이트 짱! 다시는 한국 맥주를 무시하지 말자.
봉봉맥주는 1:1의 비율로 포도 봉봉과 카스를 넣으면 완성이다. 끝! 디테일한 팁을 드린다면 포도 봉봉을 먼저 넣는다. 포도 봉봉의 알갱이가 컵 안에 퐁당퐁당 빠질 때 컵 밖으로 소중한 봉봉 맥주가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봉봉맥주에서 나는 청포도 향과 맛은 과장 조금 보태서 캐주얼한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듯하다. 맥주의 쓴 맛을 포도 봉봉의 상큼함이 지워줘서 좋았다. 반대로 포도 봉봉의 달고 진한 뒷맛을 맥주가 잡아주는데. 서로의 맛을 잡고 잡는 와중에 최고의 밸런스가 맞춰졌다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 알갱이. 봉봉맥주 안에서 싱크로나이즈를 하는 알갱이가 혀와 목으로 다이빙하는 순간이 봉봉맥주의 클라이맥스다.
소소하게 시작하려고 했던 봉봉맥주가 기여코 치킨을 부르게 만들었다. 봉봉맥주의 상큼한 맛이 치킨의 바삭담백함과 잘 어우러졌다. 역시 불금의 혼술은 치맥으로 마무리해야지. 한 주 동안 수고한 당신, 오늘 밤 상큼하게 봉맥 한 잔을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