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나그네가 엄선했습니다
[마시즘 편집자주] 자동차에게 주유소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카페'가 있습니다. 음료 한 잔과 함께 달달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을 하는 곳. 이런 카페에 누구보다 진심인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카페여행자'들 입니다. 매일 전국에 숨어있는 카페를 찾아 출석도장을 찍고, 미슐랭 셰프보다 골목길 바리스타의 커피 한 잔에 열광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카페란 경유지가 아닌 목적지입니다.
그대로 시간을 멈추고 싶을 만큼 행복해지는 카페를 찾아 소개하는 마시즘의 위드맵 에디터(@withmap_cafe). 최고의 카페를 위해 전국을 다니다 보면 동료를 만날 때가 있다.
오늘 소개할 카페여행자는 ‘커피나그네(@coffee_naguene)'님이다. ‘커피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인생 모토로 미지의 카페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 남자. 커피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누구보다 진심, 아니 진국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커피나그네님이 추억하는 최고의 커피가 있는 인생카페는 어디인가요?”
‘커피'에 진심인 천안, 수원의 인생카페 5
카페와 커피만큼 현지인과 타지인의 구분이 모호한 것이 있을까? 음식점은 보통 관광객용 맛집과 현지인 맛집이 따로 있는 편이다. 그런데 커피는? 없다. 현지인과 외지인간의 추천 공유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해도 무방한 공식. 누가 뭐라 하든 내 입에 맞거나 안 맞으면 그만. 결국 커피는 내 취향이 정답인 것이다.
나의 지극한 애정도와 순전한 주관이 200% 반영된 천안, 수원의 인생카페 5곳을 준비했다. 모두 재방문은 물론, 재재방문으로 검증된 카페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만족할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밝고 시원하면서 모던한 느낌의 로스터리 카페. 본래 서울 중랑구 목동에 자리하고 있다가, 작년쯤 천안 신불당으로 이전했다.
기억하자. 이 집에서 크로플은 선택 아닌 필수다. 천안에서 먹어본 최고의 인생 크로플을 만났다. 겉바속촉의 달달함과 버터 풍미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입안에 퍼진다. 함께 즐긴 커피는 플로트(플랫화이트+아이스크림). 역시 밸런스가 좋은 맛이었다.
커피 한 모금, 크로플 한 입을 맛보자 ‘아… 이름값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밸런스 커피 로스터'라는 이곳의 이름처럼 균형감 있는 맛을 중시하는 사장님의 손길이 그대로 전해진다. 마치 황금 밸런스가 잡힌 맛이랄까?
주소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먹거리8길 5
추천메뉴 : 크로플, 아이스아메리카노
입장하자마자 유럽의 골목카페에 온 듯 아늑함을 가득 풍기면서 날 반기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 시간대여서 자유롭게 누볐다. 마치 텅 빈 극장에서 나홀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카페를 통째로 빌린 느낌이랄까?
이곳의 자랑은 무엇보다도 커피가 맛있다는 것이다. '에소 크레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플랫화이트(우유+에스프레소)다. 극강의 고소함이 입 안에서 탁! 터지듯 퍼진다. 특히 처음에 몇 모금은 꼭 빨대 없이 입술로 맛보기를 추천한다. 에스프레소가 우유와 섞이는 과정에서 딱 엄청 맛있는 구간이 있기 때문이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최소 첫 입에서 두세 모금까지는 입으로 마시는 게 좋다.
반전의 반전은 치즈케이크다. 나만 알아서는 안 되는 엄청난 충격적인 감동의 맛이랄까? 첫인상은 ‘이게 치즈케이크라고? 색깔이 거의 우유인데?!’ 의문이 가득했다. 하지만 맛을 보니 이런 치즈케이크는 난생처음이다. 탱탱하면서도 부드럽고 촉촉함의 향연이 펼쳐진다. 치즈 푸딩에 가까운 맛이다. 개인적으로 치즈를 싫어하는데, 이 치즈케이크만은 입덕 각이었다.
맛있게 쉴 수 있는 곳. 편안하고 푸근한 오후를 실컷 만끽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여기 블레데렌이다. 아늑하고 아담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마시며 쉼을 갖고 싶다면 추천한다.
주소 : 충남 천안시 동남구 먹거리8길 5
추천메뉴 : 에소 크레마(스위트 플랫화이트), 치즈케이크
국가대표 바리스타의 카페.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커피가 있는 곳이다. 무엇을 시키든 기대 이상의 맛을 보여준달까?
시그니쳐 흑임자 커피다. 커피와 함께 자세한 설명이 적힌 프로필 카드가 제공된다. 카드를 보면서 마시니 과연 그 맛이 차근차근 순서대로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스콘에 대해서만큼은 취향이 견고하던 나였다. 인사이트 커피에서 스콘을 먹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콘이라 하기엔 커스터드에 가까울 만큼 촉촉하고 부드럽다. 마늘과 파슬리의 진한 맛이 느껴진다. 평소에 마늘바게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싫어할 수 없는 맛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커피에 대한 철학이 뚜렷하고 애정이 깊다. 의도한 표준값이 잘 갖춰 나온 듯 메뉴별로 필요한 특징을 맛으로 잘 나타내며 정밀하고 완성도 높은 디저트를 내어놓는다. 마치 0.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한 공학도 같은 맛이랄까? 바리스타가 계속 연구하고 리뉴얼하고 정진하는 것이 느껴진다.
주소 : 충남 천안시 동남구 통정10로 7-8
추천메뉴 : 아메리카노, 스콘
수원에서 최고의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는 곳. 행궁동 골목을 걷다가 ‘양지슈퍼'라는 훼이크(?) 간판을 발견한다면, 지나치치 말고 냉큼 입장하면 된다. 에스프레소 전문 바, '펠로우 커피'다.
에스프레소가 막 나왔을 때 걸쭉한 크레마가 그렇게 사랑스럽고 예쁘고 먹음직스러울 수 없다. 다크함에 둘러싸인 쌉싸름함 뒤에 단맛과 묵직한 여운이 남는 맛이 좋았다. 커피 자체가 워낙 맛있어서 실망하는 법이 없다.
특별히 맛을 가리지 않고 커피를 즐기는 내게 마일드하면서 청량하고 쥬시한 산미가 느껴졌다. 커피의 기본이 되는 에스프레소가 이렇게 맛있으니, 분명히 다른 커피도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거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뚜렷한 에스프레소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주소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900번길 15 1층 양지슈퍼
추천메뉴 : 에스프레소
수원에서 '필터커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변함없이 맛있는 퀄리티의 스페셜티 원두를 만날 수 있는 카페, '커피가이'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서 만들어 언제 가도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커피의 기본이라 부를 수 있는 '핸드드립' 커피가 맛있다. 직접 로스팅을 한 덕분인지 마시자마자 입안과 코끝을 향긋함이 채워준다. 끝 맛은 깔끔하지만 풍미는 지속된다. 바디감, 농도까지 균형 잡혀 마일드하면서도 부드럽다.
근처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언제든지 이곳의 커피를 마실 수 있을 테니까. 특히 커피가이의 사장님과 바리스타는 프로를 넘어 장인정신을 가지고 커피를 만든다는 인상을 받았다. 의무가 아닌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커피가 맛있는 편안한 공간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주소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103번길 132 1층 커피가이
추천메뉴 : 필터커피, 크로플
언제나 카페를 산책하며 먹고 마시는 이야기를 하는 '커피나그네'. 그의 시선을 따라 다양한 공간에서 카페마다 미묘하게 다른 커피의 매력을 즐길 수 있었다. 누구보다 진심을 다해서 카페를 즐기는 '커피나그네(@coffee_naguene)'님의 여정을 인스타그램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