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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시즘 Apr 08. 2022

썸타지 말고 토레타!

#토레타! THE 락토를 마시는 사람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오늘은 코미디를 보여주면 좋겠는데,
슬랩스틱 말고 로맨틱 코미디.


수업시간에 영화도 보고 취향이 맞는 친구도 사귀자고 신청했던 <영화 교양수업>의 기대는 첫날부터 산산이 무너졌다. 불 꺼진 강의실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시민케인(1941), 전함포켄킨(1925)이었으니까. 나는 혹시나 <현대인의 불면증 치료>과목을 잘못 들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화장실에 갔다가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한 편의 스릴러 영화가 내 눈앞에 펼쳐졌거든. 

내가 책상 위에 토레타!를 떡하니 놓아두고 나갔다 온 것이다. 잠깐만 저게 왜 올라와있어?


토레타!를 마시는 사람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토레타!를 좋아하는 분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다른 마실거리와 다르게 '토레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봄날의 싱그러움이라고 해야 할까? 외모나 말투 혹은 그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에서 생기가 느껴진다. 뭔가 삶이 활기차고, 즐겁고, 웃음기 가득한 일들이 펼쳐질 것 같은 그런 분위기 말이다. 

괜히 배우 '김유정'님이 토레타!의 모델인 것이 아니고, 많은 아이돌들이 토레타!를 박스채 사놓는 것이 아니다. 그에 반해 나는 어떠한가. 나에게 싱그러움이란 마른 장작에서 물을 짜듯이 한 방울 나오면 기적인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남몰래 토레타!를 좋아했다.


내가 이 음료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과거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토레타!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물론 나는 아니다) 사람도 토레타!를 좋아했다. 짝사랑의 아픔이 지나간 후 다른 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마저 토레타!를 좋아했다. 이쯤 되면 '내가 사람을 좋아한 게 아니라 토레타!를 좋아한 게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고, 토레타!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되었다.


오늘 우리의 만남이 이렇게 들키기 전까지는 말이다. 분명 가방 옆주머니에 꽂아놓은 것 같은데 말이지.


그것은 그냥 토레타!가 아니야, 

토레타! THE락토야

친구들은 자리에 우두커니 놓여있는 토레타!를 보고 술렁이기 시작한다. 물 대신 맛있게 마실 때 좋다라거나, 10가지 과채의 착한수분이 있다라거나. 다 맞는 사실이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저건 보통 토레타!가 아니라 새로 나온 '토레타! THE락토'라는 사실이다. 무려 최근에 새로 나온 토레타!의 신상이다. 겉면에 적힌 아래의 색깔 띠가 연두색이 아니라 파란색이라는 디테일은 토레타! 덕후라면 바로 눈치챘을 걸. 

그렇다. 토레타! THE락토는 '락토'라는 이름처럼 요구르트의 상큼한 맛이 더해졌다. 토레타!의 맛이 마실수록 점점 빠져들어 사랑하게 되는 맛이라면, 토레타! THE락토는 상큼함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만나서 뜨겁게 끌리게 되는 그런 맛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음료 모두 매력 있는 맛과 착한 칼로리로 아침에는 커피 대신, 일상에서는 물 대신 일상의 활력을 채워주고 있다.


이런 토레타!의 멋짐도 모르고 호사가들은 이 음료의 주인을 멋대로 추측했다. "얘는 맨날 이거만 마시더라" 여기에서 불리는 얘는 내가 아니다. 아마도 이 수업의 또 다른 토레타! 인간. 어쩌면 앞서 말한 토레타! 느낌에 가까운 그녀를 말하는 것일 테다.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는데도 세련되고, 슬리퍼를 끌고 와도 장르가 다른 사람. 우리는 그 비밀이 그녀가 매일 들고 다니는 토레타!라는 것을 알게 모르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나타나서 "이 토레타!의 주인은 나요."라고 말하면 어떤 비극이 펼쳐질까. 이거야말로 캐스팅 대실패. 근사한 카페에서 맥북을 든 상대와 만남을 기다렸더니, 어디 조카들이 가지고 노는 콩순이 컴퓨터를 든 내가 나타난 격이 아닐까? 안 돼! 못 가겠어. 미안하다. 토레타! THE락토!


토레타!와 

12인의 성난 사람들

결국 이대로 나를 기다리는 토레타 THE락토를 외면하고 강의실 구석으로 떠나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용기 있는 자가 토레타!를 얻는 법. 아니 사실 자리에 올려진 토레타! THE락토를 내가 아닌 누군가 마시는 꼴을 볼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자리에 내 가방이 있으니까 당연히 앉아야 하는 거였잖아.


친구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사그라드는 사이, 즉 강사님이 입장하는 시간에 맞춰 자연스럽게 자리에 착석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긴장되고, 입이 바싹바싹 타는 순간이었다. 재회의 기쁨을 축하하기 위해 토레타! THE락토의 연두색 병뚜껑을 열었다. '딸깍' 소리와 함께 진실이 슬로모션처럼 펼쳐졌다. 내 시선에 보이는 병의 라벨에 '토레타!'글씨는 보이는데, 'THE락토'는 보이지 않는다. 설마?

시선을 돌려보니 가방은 내가 앉은 옆자리에 있었고, 그 가방의 옆주머니에는 내가 산 것이 분명한 '토레타! THE락토'가 드라마 삼각관계의 연인처럼 날 목도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하지만 절대로 절대 놀란 기색을 내 보이면 안 돼.

그날 본 '12인의 성난 사람들(1957)'은 내 인생 최고의 긴장감 넘치는 영화이지 않았을까? 영화는 12명의 배심원들이 소년을 유죄로 할 것인지, 무죄로 할 것인지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내 귀에는 그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이 녀석은 토레타!를 훔쳐먹은 도둑이요!", 혹은 "토레타!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자가 토레타!를 마실 권리는 없소!", "코카-콜라는 이자에게 토레타! 금지령을 내려야 해!"로 들렸거든.


썸타지 말고 

토레타!

다행히 토레타!의 원래 주인도, 코카-콜라도 나를 법정에 세우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제 값을 치르지 못한 마음속의 죄책감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땀으로 사라진 수분을 보충하고, 진정하기 위해 다시 토레타!를 사러 매점에 갔다. 그런데 토레타!를 고르는 나의 뒤로 한 사람이 기다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사람이 강의실의 토레타! 주인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성영화 같았던 나의 입술에 첫 번째 대사가 울렸다.


"아까 그건 미안, 내 건 줄 알고 토레타!를... 그러니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내가 원래 토레타!를..."

"어 놀랐는데 그럴 수도 있지. 근데 이거 토레타!가 다르네?"


매일 마시는 음료, 매일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영화처럼 특별한 순간은 찾아온다. 만약 토레타!를 다시 돌려주지 못했다면, 또는 대신 돌려준 토레타! THE락토가 상큼한 맛이 아니었다면 엔딩은 달랐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우리는 고백과 용서 그리고 토레타!를 나눴다. 자리를 나서는 순간 새삼 세상이 컬러영화처럼 더 싱그러워진 것 같았다.


※ 오프너(Opener)는 코카-콜라 저니와 함께 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모임입니다. ‘마시즘(http://masism.kr)’은 국내 유일의 음료 전문 미디어로,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판매되고 있는 코카-콜라의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리뷰합니다. 코카-콜라 저니에서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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