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섹척기, 가사 노동 해방에 새로운 역사를 쓰다
나는 분명 네가 초면이다. 근데 나는 네가 구면인 것 같구나. 어쩌면 나는 상상 속에서 내 손이 침대에 잠들길 바랬는지 몰라. 가상의 손이 우리집에 쌓인 거대한 그릇더미들을 헤치워달라고 바랐는지 몰라. 매일매일 삼시세끼에 간식까지 아이들 해먹이다보면 그릇이며 수저들이 쌓이지. 때를 놓치면, 그릇들은 자가번식을 하듯 거대한 산을 쌓는데 어떨 때는 감당하기 무서워 다음날을 기약하기도 했어.
그런데 네가 등장한 후, 집안의 기류가 바꼈어. 간식 먹을 때마다 그릇에 담아달라는 두 아이들의 성화에 속으로 화를 삭였던 나는, 너의 등장으로 아예 그런 화가 사라졌지. 언제 내 안에 그런 화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르르 녹아버렸지. 아이들이 자고 나서야 설거지를 할 수 있다보니 밤에 설거지를 했는데 이 역시 층간소음으로 이어질 수 있어 포기해야했지. 그런데 어제 친정집에 다녀온 후 밤 12시, 남편이 너에게 미션을 주고 있더군. 너의 잔소음은 안방문 하나로도 커버가 되니까.
한때 나는 내가 설거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스트레스가 쌓일 때 그릇을 닦으며, 깨끗해지는 과정을 확인하는 작업이 즐거웠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설거지는 설거지일 뿐, 내 기분 전환에 그다지 도움되지 않았다는 것을. 게다가 감당할 수 없는 양을 헤치우려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해. 무선 이어폰을 귀에 끼고, 유튜브를 열어 어떤 영상과 함께 이 난제를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7분은 너무 짧아. 이 정도의 양은 20분으로도 감당이 안돼. 결국 한 시간 이상이 걸릴꺼라고 진단을 하면, '다스뵈이다'를 켜고, 어준의 입담에 적당히 웃음으로 응대하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로보트가 되지.
사실 네가 필요하다는 말을 나는 농담처럼 던졌고, 출장이 잦은 남편이 그 말을 받아 실행에 옮긴거야. 씨는 분명 내가 뿌린 건데 나는 거두기 싫었고, 남편은 씨를 뿌렸으면 수확을 해야한다고, 열심히 검색하고 전화를 돌렸지. 공사가 커지는 12인용을 포기하고, 너를 데려왔다. 입양했다 생각하고 나도 열심히 너를 아껴주마. 우리 친하게 지내자.
이제 나는 노동의 해방을 부르짓는다. 전국의 모든 여성이여, 해방을 외쳐라!라고. 가사노동의 고단함은 절대 남편이 대신해주지 못한다. 로봇 도우미가 등장하기 전까지 집안일의 3대 이모(건조기,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중 필수품, 식기세척기를 영접하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단, 영접 시 주방의 높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집은 주방의 단이 낮아 12인용을 들여오지 못한채 포기하고, 최신형 6인용으로 대처했다. 결론은 경차든, 준준중형이든, 중형이든, 뭐든 있으면 좋다!! 라는 오늘의 결론!!!
** 참고로 어떠한 협찬 없이 내돈내산 후기임을 밝힙니다. ㅎㅎㅎ
식기세척기는 개인적인 호불호가 강합니다. 저는 감정적인 후기입니다.
실제 구입할 분들은 디테일한 후기를 참고하시고 고민하셔서 구입하시는게 좋을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