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음악] Mi Mancherai (Il Postino)
“밖이 71도인데도 춥다는 당신을,
샌드위치 주문에도 한 시간이 걸리는 당신을,
볼 때 미친놈 보듯이 인상 쓰는 당신을,
헤어진 후 내 옷에 배어 있는 향수의 주인인 당신을,
잠들기 전까지 얘기할 수 있는 당신을,
사랑해.”
엄청난 고백이다. 영화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의 마지막 장면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밤 파티가 한창인 곳에서 해리가 샐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말이다.
해리는 샐리에게 외로워서도, 연말이라서 이러는 것도 아니라면서 “당신이 누군가와 남은 인생을 같이 보낼 거라면, 빠를수록 좋을 것 같아서 여기 온 거야”라고 말한다. 고백은 프로포즈로 이어진다. 이에 샐리는 해리에게 “이게 바로 당신이야. 당신은 정말 미워할 수 없게 말을 해. 당신은 말을 정말 밉게 해”라고 답한다.
대학 시절에 보았던 영화다. 아직도 주인공 빌리 크리스털과 메그 라이언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다. 이 영화는 1989년에 개봉한 미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뉴욕으로 가려는 해리(빌리 크리스털)와 샐리(메그 라이언)가 같은 차를 타고 운전하면서 처음 만나, 티격태격하는 친구 사이로 12년을 보낸 후 서로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결혼한다는 줄거리다.
아침부터 사랑 이야기를 꺼낸 것은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반대로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다.
발렌타인데이의 유래에 대해서는 3세기 보편교회 시절의 성 밸런타인 주교가 군인들의 군기 문란을 우려해 결혼을 금지하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의 명령을 어기고 군인들의 혼인을 집례했다가 순교한 날인 2월 14일을 기념하는 축일이라는 주장도 있고, 서양에서 새들이 교미를 시작하는 날이 2월 14일이라고 믿은 데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새들의 생체 리듬은 양력보다 음력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신빙성이 낮게 느껴진다. 그래도 세계 각지에서 이날은 남녀가 서로 사랑을 맹세하는 날로 의미를 갖고 있을 뿐이다.
초콜릿 등 선물을 보내는 관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1936년 일본 고베의 한 제과업체가 밸런타인 초콜릿 광고를 시작하며 “발렌타인데이는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는 이미지가 일본에서 정착되기 시작했고,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초콜릿을 통한 사랑 고백 캠페인을 벌인 것이 계기가 되어 일본식 발렌타인데이가 자리 잡았다. 이후 모리나가 제과는 발렌타인데이에 남성도 좋아하는 여성에게 초콜릿을 주자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초콜릿 상표 인쇄가 거꾸로 새겨진 이른바 ‘역초코’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참고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발렌타인데이를 챙기는 것이 금지되어 왔고, 이는 발렌타인데이를 비이슬람권의 축일로 보는 관점과 맞물려 있다. 2012년에는 관련 단속 보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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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고백하는 날인 만큼,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에게 초콜릿을 건네며 마음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
Mi Mancherai (Il Postino) (feat. Joshua Bell)
https://youtu.be/EJwNS-FPXOI?si=HDdS4dM_fuqMZxrh
조시 그로반(Josh Groban)의 「Mi Mancherai (Il Postino)」는 단순한 팝 발라드가 아닙니다. 이 곡의 뿌리는 1994년 이탈리아 영화 Il Postino(일 포스티노)의 메인 테마입니다.
영화는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가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 망명해 머무르던 시기를 배경으로, 우편배달부와의 우정을 다룬 작품입니다. 음악은 아르헨티나 출신 작곡가 루이스 엔리케스 바칼로프(Luis Bacalov, 1933–2017)가 맡았고, 그는 이 작품으로 1996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습니다.
원래 이 곡은 가사가 없는 기악곡이었습니다. 바다와 바람, 고독과 사랑을 담은 서정적인 바이올린 테마였고, 영화 속에서는 인물의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이 테마에 이탈리아어 가사가 붙으면서 「Mi Mancherai(당신이 그리울 것입니다)」라는 노래로 재탄생합니다.
2003년, 조시 그로반은 자신의 앨범 Closer에 이 곡을 수록하며 새로운 해석을 내놓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Joshua Bell)입니다. 이 버전에서 바이올린은 단순한 스트링 반주가 아닙니다. 도입부부터 독립적인 선율을 길게 끌어가며, 노래의 감정을 먼저 열어 둡니다.
그래서 이 곡은 “보컬 위에 현악 반주가 얹힌 노래”가 아니라, 바이올린이 중심이 되고 그 위에 보컬이 얹히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영화 음악이 원형이었기 때문에, 선율 자체가 이미 완성된 이야기였고, 그로반은 그 이야기 위에 목소리를 얹은 셈입니다.
조시 그로반의 보컬은 성량에 힘을 주기보다 길게 유지되는 바이올린 선율과 화합에 주력하는 듯 합니다. 중간 고조 구간에서도 오페라처럼 폭발하기보다, 감정을 눌러 담은 채 고음으로 올라가 그리움의 마음을 절제력 있게 표현합니다.
조슈아 벨의 바이올린은 더 흥미롭습니다. 그는 선율을 단정하게 끌고 가면서도 비브라토를 깊게 사용해, 사람이 숨을 쉬듯 흔들리는 음을 만듭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보컬과 함께 상승하는 구간은 마치 협주곡의 2악장 클라이맥스처럼 들립니다. 이 때문에 이 곡이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느껴집니다.
가사의 메시지는 “당신이 그리울 것입니다.”를 말하며 떠난 사람을 인정하며 사랑이 끝났음을 부정하지 않고, 그리움을 남기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슬프지만 무겁지 않습니다. 비극적이지만 과장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 속 바다처럼, 잔잔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 곡을 듣고 나면, 보컬보다 먼저 바이올린 선율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 선율 위에 얹힌 목소리가 뒤늦게 따라 기억이 납니다.
마음에 '설레임'이란 씨앗을 심어놓은 아침
발렌타인데이인 오늘 아침은 봄처럼 포근합니다. 오후에는 16도까지 기온이 오른다고 하니, 벌써 봄인가 착각하게 됩니다. 휴일의 시작이기도 하니, 발렌타인데이를 핑계 삼아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잠깐 바람 쐬러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오늘 선곡한 「미 만케라이(Mi Mancherai)」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사랑이라는 공통의 주제어를 품고 있습니다. 발렌타인데이에 어울리는 음악과 영화입니다. 오늘 저녁, 해리와 샐리의 사랑을 볼 수 있는 영화와 와인 한 잔을 마시면서 이 음악을 감상하면 하루가 조금 더 포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봄은 참 이상합니다. 마음에 ‘설렘’이라는 씨앗을 슬쩍 심어 놓고는, 아무 일도 없던 하루를 괜히 다르게 보이게 만듭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손잡고, 현관문을 한 번 열고 나가보면 좋겠습니다.(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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