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가던 길, 오늘은 들판에 먼저 온 봄을 느꼈다

-“Mr. Sandman" A Retro Jazzy Living Room

by 메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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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은 봄을 먼저 보여주고 있었다.

어제는 눈부신 햇살을 보며 선글라스를 끼고 시골 어머님 댁으로 내려간 날이었다. 늘 그렇듯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택하였다. 시간은 40분쯤 더 걸리지만, 내게는 그 길이 눈을 행복하게 해서 더 좋다.


지나가는 집들과 아파트, 논과 밭, 산의 앙상한 나무들까지 햇볕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내 차 앞을 달리는 차들마저 가벼워 보였다. 봄이 와서 세상이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내 마음이 먼저 봄 쪽으로 기울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는 길에 문득 커피가 생각나 안성 고삼저수지 쪽으로 차를 틀었다. 시골풍의 외관을 가진 카페에서 마시던 커피와 화덕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곳에 들렀을 때,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이곳에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는 주인과 잠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책을 들고 가만히 생각하고 싶을 때, 그곳에 들러 서너 시간 머물다 오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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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도 긴 겨울을 지나 봄을 맞고 있는 듯하였다. 잔잔한 물 위의 윤슬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그런데 카페 문은 닫혀 있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것인지, 쉬는 날인지 알 수는 없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건물 뒤편의 아주 작은 동산에 올라가 물가 옆에 앉았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저수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30분을 보냈다. 오는 길 내내 ‘앞으로 무엇을 할까’, ‘지금 나는 괜찮은 건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는데, 저수지 앞에서는 그 생각들이 잠시 멈추었다. 무엇을 정리한 것도 아니고 답을 얻은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뇌를 쉬게 할 수는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였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시골집으로 향했다. 시골에 가까워지자 문득 열무국수가 맛있는 식당이 떠올라 차를 돌렸다. 그 식당 뒤편에는 작은 복숭아밭이 있고, 식당에서 쓸 채소를 기르는 밭도 있다. 그 뒤로는 기차가 지나가고, 더 멀리 시냇물인 조천 건너편으로 넓은 평야와 산자락의 집들이 보인다. 그 풍경은 늘 내게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고향의 모습이지'라고 확인시켜준다.


식당에 들어가 열무국수를 시켰더니 지금은 열무가 없어 한두 달은 더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아쉬운 마음에 냉모밀을 주문하려 했으나 그것도 없다고 했다. 결국 종업원이 추천한 비빔모밀과 만두를 시켰다. 그리고 혼자 계신 어머니를 위해 갈비탕과 만두를 포장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집 만두는 ‘입새만두’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주인의 말로는 만두 모양이 입새처럼 보여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두부와 채소, 고기,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당면이 넉넉히 들어 있어 이 집에 오면 자주 시키는 메뉴이다. 갈비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천안과 청주에서도 온다고 들었다. 앞자리에는 예순쯤 되어 보이는 부부가 갈비탕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먹는 만두가 눈에 들어왔는지, 만두를 시킬까 말까 작은 소리로 의논하는 것도 들렸다. 그런 장면마저도 괜히 정겹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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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나와 작은 복숭아밭을 바라보았다. 싹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몇 달 뒤 탐스럽게 열릴 복숭아가 먼저 떠올랐다. 열 그루가 채 되지 않는 것을 보니 가족들이 먹으려고 가꾸는 밭인 듯하였다. 그 곁에는 파도 심어 놓았는데, 아직 10센티미터 남짓한 어린 모종이었다. 복숭아나무 가지를 쳐 놓고, 파를 심고, 작은 밭을 정갈하게 손보아 둔 것을 보니 이 식당 주인도 무척 부지런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얼굴에도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어머니를 드릴 갈비탕과 만두를 싣고 시골집에 도착했다. 이런 것을 들고 가면 어머니는 늘 “돈이 어디 있다고 사 오느냐”라고 말씀하시지만, 결국은 좋아하신다. 나중에 끓여 드시겠다며 냉장고에 넣어 두셨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렸다. 집으로 돌아와 차를 한잔 마시며 다음 주 생신에는 무엇을 드시고 싶은지 여쭈었더니, 요즘 장이 좋지 않아 아무거나 괜찮고 손자들 얼굴을 보는 것이 밥 먹는 것보다 낫다고 하셨다.


집을 나서며 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 안부를 전했고, 다음 주 식당은 서로 생각해 보자고 하였다. 아이들은 꼭 데리고 오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국도를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날이 맑아 그런지 밤하늘에는 별도 많이 떠 있었다.


이렇게 주말을 보냈다.




“Mr. Sandman" A Retro Jazzy Living Room Cover- young original band

https://youtu.be/xw0xffEwExI?si=eaOCwauKyQmyEQzL

"Mr. Sandman"은 1954년 팻 발라드(Pat Ballard)에 의해 작곡되었습니다. 이 곡은 같은 해 가을, 여성 4인조 보컬 그룹 더 코데츠(The Chordettes)가 발표하며 전설이 시작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노래가 원래 남성 밴드인 '본 본스(The Vaughn Monroe Orchestra)'를 위해 쓰였으나, 더 코데츠의 청아하고 완벽한 하모니를 만나면서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빌보드 차트 7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그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과 같은 곡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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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의 가장 큰 특징은 '바버샵 하모니(Barbershop Harmony)' 스타일의 완벽한 보컬 앙상블입니다. 반주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보컬의 화음이 곡의 중심을 잡고 있으며, 가사 중간에 들리는 경쾌한 박수 소리와 타악기 효과음은 듣는 이로 하여금 마치 눈앞에서 공연을 보는 듯한 입체감을 선사합니다.

https://youtu.be/CX45pYvxDiA?si=Tg8wv1aCeadVrDA3

Young Original 밴드는 이 곡을 '레트로 재지(Retro Jazzy)' 스타일로 재해석했습니다.

멜로디의 변주: 원곡의 정직한 박자감을 유지하면서도, 피아노와 기타의 즉흥적인 재즈 선율을 더해 세련미를 높였습니다. [01:02] 부근의 연주 구간은 곡의 서정성을 극대화합니다.

음악적 가치: 현대적인 악기 구성(피아노, 기타, 첼로, 탬버린)을 사용하면서도 1950년대 특유의 따뜻하고 포근한 음색을 구현해냈습니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음악적 가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가사는 밤마다 잠을 가져다준다는 전설 속 인물 '샌드맨(Sandman)'에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멋진 연인을 꿈속에 데려다 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Mr. Sandman, bring me a dream... Make him the cutest that I've ever seen" [00:16]

이 가사는 외로운 밤을 보내는 이들의 보편적인 소망을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내어,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Young Original 밴드의 무대는 제목 그대로 '거실(Living Room)'에서 펼쳐지는 편안한 파티 같습니다. [00:08]의 장난기 어린 시작부터, 연주자들끼리 서로 눈을 맞추며 미소 짓는 모습은 음악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을 전달합니다. 특히 첼로의 깊은 울림과 피아노의 경쾌한 터치가 어우러지는 순간은 가을날의 따스한 햇살처럼 포근한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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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Original Band는 내슈빌(Nashville)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실력파 밴드입니다. 이들은 오래된 명곡들에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채를 입혀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어쿠스틱 악기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연주력과 멤버 간의 환상적인 호흡은 유튜브를 넘어 실제 라이브 무대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다가오는 11월 12일 내슈빌에서의 라이브 쇼를 앞두고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행복이라는 재능

어제의 여정을 뒤로하고 맞이한 오늘은, 구름 사이로 정다운 햇볕이 비추는 주일 아침이다. 어제 마주했던 저수지의 윤슬과 조천 평야의 평화로움이 Young Original의 "Mr. Sandman"이 들려주는 경쾌한 재즈 리듬 속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음악을 듣는 내내 행복함이 밀려온다.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는 그의 산문집 『행복』에서 "Glück ist ein Wie, kein Was; ein Talent, kein Objekt. (행복은 어떻게의 문제이지 무엇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재능이지 객체가 아니다.)" 라고 했다. 이 문장은 행복이 어떤 특정한 조건이나 대상을 소유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바라보고 이를 수용하는 개인의 방식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즉, 행복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객체'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내면에서 길어 올리는 '재능'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어제 안성 저수지에서 목적했던 카페의 문이 닫혀 있었을 때, 나는 실망 대신 이름 없는 물가에 앉아 윤슬을 바라보는 '방식'을 택했다. 식당에서 원하던 메뉴가 없었을 때도 주인장의 부지런한 손길이 닿은 복숭아밭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짧은 시간들은 결핍 속에서도 평온을 찾아내고 즐길 줄 아는, 헤세가 말한 나만의 '행복할 수 있는 재능'이 발휘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밤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선명했던 어제의 기억을 지나, 이제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는 이 아침. 현실의 무게에 잠시 지쳤던 영혼에게 이 음악이 기쁜 하루의 출발이 되어주길 기도해본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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