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유기뱀 출현으로 추억 소환

국민학교 시절 무서웠던 뱀에 대한 기억들...

by 메이슨
Le Villi6.jpg (강남역 화장실에서 발견한 유기 뱀 '볼파이톤' : 국제 멸종위기종 2급)

어제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보았습니다. 서울 강남역에 유기된 뱀이 출현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달 초 강남 한복판, 강남역 화장실에서 뱀 두 마리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누군가 집에서 키우다가 버리고 간 것 같다는 대목을 읽으니, 이젠 공중 화장실도 조심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발견된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기사에는 ‘볼파이톤’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유기된 뱀들을 구조한 뒤 강남구에서 주인을 찾기 위해 공고까지 했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멸종위기 2급으로 판명되면서 일반 분양이 어렵고, 결국 국립생태원으로 이송됐다는 내용이 이어졌습니다. 기사에는 누군가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키우지 마세요”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말이 딱 맞는 문장처럼 남습니다.


이 기사를 보니 어릴 적 기억이 같이 떠올랐습니다. 아주 어릴 때 동네에는 뱀을 사고, 뱀탕을 만들어주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그 앞을 지나면 괜히 무섭고, 혹시라도 뱀을 마주칠까 서둘러 자리를 떠나곤 했습니다. 어느 날 어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광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 손님 한 분이 뱀을 팔러 왔는데 아주 귀한 거라면서 동네 어른들이 구경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백사(白蛇)였다고 합니다. 저도 어른들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봤는데, 투명한 듯 하얀 뱀이었고 길이도 길어 보였습니다. 그날 함께 구경한 옆집 형이 “저건 아마 집 한 채 가격은 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그 뱀은 옆집 한의사 아저씨가 사겠다고 하며 가지고 가셨습니다. 저는 옆집 형에게 “형, 부자야?”라고 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은 옆집에도 괜히 무서워서 놀러 가질 못했습니다.


또 하나의 기억이 있습니다. 여름이 오면 아버지는 지하수 펌프 옆, 어머님이 설거지하고 빨래하던 곳 옆 하수구를 청소하셨습니다. 막히면 장마철에 물이 넘쳐 침수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날도 아버지가 청소를 하시다가 깜짝 놀라 도망치듯 물러서셨습니다. 가보니, 요즘 양파 담는 망사주머니 같은 것에 뱀이 대여섯 마리 담겨 있었습니다. 저도 놀라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아버지는 동네 뱀가게 주인아저씨에게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여기까지 뱀이 와 있냐”고 투덜대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뱀가게 아저씨는 “이게 웬 횡재냐”는 듯 성큼 집어 바구니에 넣어 가셨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하수구 쪽을 아예 가지 않게 됐고, 아버지는 얇은 철근으로 망을 만들어 시멘트로 입구를 막아버리셨습니다. 그제서야 안심이 됐던 기억이 납니다.


강남에 뱀이 출현했다는 기사 하나가, 이렇게 어릴 적 기억을 끌고 왔습니다. 오늘은 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린다고 합니다. 오늘이 지나면 평년기온으로 돌아온다니 다행입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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