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Elgar - Enigma Variations, Op. 36
Edward Elgar는 하루를 마친 저녁 피아노 앞에서 떠올린 한 선율을 바탕으로, 친구들의 성격과 관계를 담은 14개의 변주를 써 내려갔습니다. 즉흥에서 시작된 「Enigma Variations」을 감상합니다.
엘가(Edward Elgar)의 「수수께끼 변주곡(Enigma Variations), Op.36」을 감상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그린 음악인데도, 그 밑에 흐르는 고독과 흔들림이 오늘의 마음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곡은 19세기 말 영국에서 쓰였습니다. 당시 유럽 음악계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전통이 중심이었고, 영국은 오랫동안 음악의 중심으로 평가받지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엘가는 음악원의 정통 코스를 밟아 이름을 얻은 작곡가가 아니었습니다. 지방에서 성장했고, 연주와 지휘, 레슨과 실무를 오가며 음악을 익힌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제도 바깥에서 오래 버티며 자기 길을 만들어 온 사람의 기색이 남아 있습니다.
「수수께끼 변주곡」의 출발도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긴 하루를 보낸 뒤 엘가가 피아노 앞에 앉아 즉흥적으로 한 선율을 만들었고, 그것을 들은 아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는 그 선율을 가지고 친구들의 성격과 말투, 움직임을 떠올리며 조금씩 바꾸어 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음악은 결국 하나의 대규모 관현악 작품으로 자라났습니다. 올려주신 메모에도 이 곡이 친구들의 개성과 버릇, 성격을 음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엘가는 이 작품에 ‘Enigma’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수수께끼라는 뜻입니다. 각 변주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더 큰 수수께끼는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연주되지 않는 또 하나의 주제가 있다는 암시입니다. 엘가는 그것을 끝내 분명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설명되지 않은 여백을 남긴 채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이 곡을 오래 살아남게 한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https://youtu.be/vLNLvcBmoqo?si=kTcfdyz8fP4yD1SY
이 곡은 원주제와 14개의 변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금 붙이실 영상 기준으로 00:00부터 원주제가 시작되고, 31분 34초부터 마지막 제14변주 「E.D.U.」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가장 익숙하게 기억하는 제9변주 「님로드(Nimrod)」는 14분 11초부터 시작됩니다.
처음 제시되는 원주제는 단정하고 조심스럽습니다. 크게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안으로 생각을 접어 넣은 사람이 천천히 말을 꺼내는 듯한 인상에 가깝습니다. 장조와 단조의 기운이 교차하고, 선율은 곧장 밀고 나가기보다 잠시 멈추며 이어집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작품은 밝고 단순한 인상보다, 쉽게 다 말할 수 없는 내면의 분위기를 남깁니다.
이어지는 변주들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초상화처럼 들립니다. 어떤 변주는 가볍고, 어떤 변주는 급하고, 어떤 변주는 차분하고, 어떤 변주는 따뜻합니다. 엘가는 악기를 통해 사람의 성격을 드러냅니다. 목관악기는 말하듯 움직이고, 현악기는 그 아래에서 감정의 결을 붙들며, 금관은 필요한 순간에만 앞으로 나와 장면의 윤곽을 분명히 합니다. 이 작품이 큰 관현악곡이면서도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결국 사람이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제9변주 「님로드(Nimrod)」는 이 곡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대목입니다. 느리게 시작해 조금씩 넓어지는 화성과 길게 이어지는 호흡은 슬픔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이 음악은 큰 감정을 터뜨리기보다 조용히 버티게 합니다. 누군가가 말없이 곁에 머물며 등을 받쳐주는 느낌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변주는 추모의 장면에서 자주 쓰이지만, 그 본질은 슬픔만이 아니라 우정과 신뢰의 깊이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후반으로 가면 곡은 다시 여러 표정을 지나 마지막으로 향합니다. 가볍고 섬세한 움직임도 있고, 멀리 떠나는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거리감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제14변주 「E.D.U.」에서 음악은 엘가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여기서 오케스트라는 처음보다 훨씬 넓고 당당하게 울립니다. 그러나 그 당당함은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앞의 흔들림과 고독을 다 지난 뒤에야 얻은 결론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이 마지막은 승리의 외침이라기보다, 흔들렸지만 여기까지 왔다는 조용한 확인에 더 가깝습니다.
[감상 길잡이] 이 영상과 함께 듣는 「수수께끼 변주곡」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 - 「수수께끼 변주곡(Enigma Variations), 관현악을 위한 원주제 변주곡 Op.36」
연주: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BBC Symphony Orchestra),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84
무너진 신뢰가 언젠가 다시 회복되길 바라며
이 곡을 감상하며 오래 답답했던 어떤 세계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 실망하면서도 끝내 다시 좋아하고 싶어 하는 마음, 무너진 신뢰가 언젠가 다시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축구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습니다. 결국 그 안에서 진심으로 애쓰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쉽게 등을 돌리지 못합니다. 제도가 병들고 운영이 잘못될 수는 있어도, 그 안에서 자기 시간을 바쳐온 사람들까지 함께 지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은 사람들 사이의 온기를 말하면서도, 그 밑에 흐르는 외로움과 흔들림을 감추지 않습니다. 밝은 얼굴만 보여주지 않고, 그 뒤에 있는 복잡한 마음까지 함께 들려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든 혼란이 단번에 사라졌다고 말하지 않은 채, 그 시간을 다 지나온 뒤에야 얻을 수 있는 품위를 남깁니다.
이 곡은 오늘 더 오래 남습니다.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믿게 하기 때문입니다.(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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