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담론

생각보다 내향적인 여자

[성격의 탄생 1] 나의 성격 진단하기

by mamang


난 왜 긴장하고 부끄러워하고 불편해하는 걸까


"난 사람들과 만나면 자주 불편해. 이게 무슨 마음인지는 모르겠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부끄럽고 민망해서 종종 아무 말이나 해버려. 그래서 매번, 아주 많이 후회해. 예를 들면 이상한 표정을 한다던지 맥락 없는 말을 한다던지 상처 주는 말을 한다던지. 그러고는 매일 집에 와서 후회해. 그러다가 나중에 그런 상황이 되면 또 그래 버려. 나는 정신병이 있나 봐. 내가 너무 한심해."


어제 외출을 했다. 볼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하소연을 했다. 종종 아니 자주 사람들 앞에 서면 너무 불안하고 초초해져서 말실수를 해버린다고. 그런 내가 너무 한심한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제의 상황은 이랬다. 지인 한분이 직원으로 계시는 스포츠 의류 전문점에 쇼핑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서 나오자마자 내 마음은 금방 이랬다 저랬다 해버렸다. 운전하고 있는 남편에게 "우리 다른 지점으로 갈까?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네. 내가 주소 찾아봤는데." 하고 자꾸 변덕을 부린 거였다.


분명 집에서 나올 때만 해도 그곳으로 가기로 정하고 출발한 후였는데, 내가 생각해도 내 마음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남편은 낯선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루트를 변경하거나 목적지를 바꾸는 걸 힘들어한다. 평소 익숙한 곳에 주로 찾아가는 성격이기 때문에 "원래 가기로 했던 그곳에 가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라고 남편이 말한다. 무엇보다, 나도 내 변덕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나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래. 우리 원래 가기로 했던 곳에 가자." 그래서 우리는 결국 내가 아는 지인이 있는 의류 전문점에 도착했다.


SNS를 통해 오래 알고 지내던 그 지인은 역시 근무 중이었다. 나는 지인의 눈을 피해 옷을 고르다가 한참 후에서야 인사를 나눴다. 그분은 나를 너무 반겨줬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다음에 뱉은 말이었다. "그럼, 일 하세요."


사실 "저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일 보세요."라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만난 그분 앞에서 어떤 단어를 조합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하얘졌다. 그러다가는 내가 미처 검열하고 재조합하기 전에 어감, 어투, 단어의 선택이 아주 최악으로 조합되어 입 밖으로 나가버렸다.


내가 했던 말이 계속 신경 쓰였지만,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몰라 그냥 지나가버렸다. 나중에 지인분은 머쓱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나에게 다가오셨다. 나를 위해 그곳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클래스에 초대해주시겠다고 했다.


나중에는 마음이 점차 진정이 되어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적당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는 건강 잘 챙기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쇼핑을 마치고 나왔다.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마망아 아까 그분한테 '일 하세요'라고 했던 거. 마망이 의도는 안 그랬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어떤 분들은 '일이나 하세요'라고 오해할 수도 있어. 오빠니까 말해주는 거야"


나는 조금 울어버릴 것 같았다. '역시 내가 잘못한 게 맞는구나' 확신이 드는 그런 끔찍한 마음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는 아무래도 정신병이 있는 게 틀림없어. 분명 나를 신경 쓰지 않게 해드리고 싶어서 했던 말인데. 아까 구경하는 내내 너무 후회했어. 그런데 오빠도 그 실수를 알아채버렸으니. 그분은 분명 기분이 나쁘셨겠지?" 했다.


"아니야. 그랬다면 클래스도 초대하지 않으셨겠지. 나중에는 마망이 긴장 풀려서 대화도 잘했잖아. 오빠는 나중에 마망이가 실수할까 봐 알려주는 거지. 우리끼리는 말해줄 수 있는 거잖아. 너무 계속 신경 쓰지 마." 남편은 나를 위로했다.


결국 나는 뿔이 나서 잔뜩 예민해졌다. "오빠 나는 안 그래도 평소에 이런 걱정 항상 하고 있어. 그러니까 굳이 딱 지적해주지 않아도 돼. 오빠가 그렇게 지적까지 하면 나는 잠 못 자."


괜한 불똥이 남편에게 튀었다. 나는 분명 나의 장점이 외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평가받아 왔는데 왜 자주 사람들을 대할 때 긴장하고 부끄럽고 힘들어지는 걸까.





진짜 나의 성격은 무엇인가


마음담론 9월 선정도서는「성격의 탄생」(저자 : 대니얼 네틀)이다.


나는 수년간 다량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나야말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의심이 없었다. 장점과 단점은 물론 잘할 수 있는 것, 못하는 것도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나의 이런 생각이 아주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챕터의 본격적인 시작 전에 독자로 하여금 성격진단표 작성을 해보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5가지 성격 중 본인이 높거나 낮은 성향에 속하는 것을 우선 알게끔 한 후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한다.(12가지 항목에 대하여 전혀 아니다 ~ 중간이다 ~ 매우 그렇다 등 5가지 점수를 부여한다. 각 설문에 대해 차별적으로 부여된 점수를 합산하여 5가지 성격 특성에 대한 해석을 도출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신경성=친화성](높음) > [성실성=개방성](중상) > [외향성](중간)




외향성이란 무엇인가


외향성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게 될 거라 생각했던 나는 조금 놀랐다. 초등학교 때부터 오락부장을 자주 맡았고 부반장, 부회장을 하면서 항상 친구도 많았는데. 왁자지껄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시끌벅적 놀았는데. 그래서인지 내 기억 속의 나는 항상 친구들이 많았는데. 어른이 돼서도 내 일상은 약속들로 자주 꽉 채워졌었는데. 그래서 나는 내가 외향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책에서는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을 이렇게 설명한다.


외향적인 사람은 외부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사색보다 활동을 좋아하고, 자신의 생각에 빠지기보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며, 끊임없이 밖으로 나가고 움직인다.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만 몰두하며,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것이 보통이고, 고독과 평화롭게 사색하는 것을 즐긴다.


"혼자 하루 종일 아무 말하지 않고 지내도 되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라고 남편에게 말한 적이 있다. 회사 휴직기간인 요즘, 아무 말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 요즘이라 내가 극단적으로 '외향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인간관계를 형성해오면서 사람들을 알게 되는 것,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던 과거의 나는 모두 꾸며진 것이었을까.


저자는 인간관계 형성에는 친화성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나의 경우 신경증과 함께 친화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기에 더 이 책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사람들을 만날 때나 그 앞에서 말해야 할 때 자주 긴장하고 말실수를 하게 되는 걸까.


2년 전에 친한 동생에게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작년까지 자취하던 동네에 단골 카페가 있었다. 일주일에 5번은 갈 정도로 정말 단골인 터라 여자 아르바이트생과 나중에 번호 교환도 할 정도였다. 그렇게 친해진 동생은 나중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처음에 이 카페 다녔을 때. 제가 사장님한테 그랬거든요. 저 언니 참 샤이하다고."


"내가 샤이하다고?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지나갔다. 나는 외향적이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많이 느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신경성이 높은 여자


저자는 부끄러움과 신경증의 관계를 이렇게 나타낸다.


사회성을 외향성과 동일시하는 데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사회성의 반대인 수줍음은 외향성 수치가 낮은 것이 아니라 신경성 수치가 높은 것이 원인이다.


신경성이 5개 성격 특성 중 "높음"으로 나타난 나는 저자가 설명하는 여러 가지 "신경성이 높은 사람의 특성"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신경성 수치가 낮은 사람보다 일상에 부딪치는 어려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신경성은 부정적인 감정 시스템의 반응성(반응 정도)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정말 사소한 걱정거리를 아주 오랫동안 고민한다.


실제로 나는 하루 중 기분이 바닥을 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으며, 하나라도 찝찝함이나 걱정거리가 생기지 않는 날은 아주 드물다.


실제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낮아도 조금이라도 그런 조짐이 보이면, 부정적인 감정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화난 표정을 빨리 감지하며, 화난 표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신경을 쓴다.


"소심해서 그러겠지"라고 추상적으로만 정의 내렸던 내 마음의 어려움을 "신경성이 높다"는 말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니 명치의 답답함이 쭈욱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우리는 거부, 오명, 질병, 개방된 공간, 낯선 사람, 그리고 타인의 말 없는 부정적인 태도를 두려워한다.


나는 어제 아침과 오늘 아침 남편에게 "화났어?"라고 물어봤다. 나에게 타인의 침묵은 부정적인 감정과 두려움을 일으키는 환경이 된다.


편도는 부정적인 자극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것은 물론, 기본적으로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에게 더 활성화되어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휴직을 하기 직전, 실제로 나는 인후염과 편도염으로 2주에 1번 이상 이비인후과에 다녀야 했다. 심리테스트가 맞아떨어지는 기분으로 점점 더 이 책에 빠져들게 된다.


실제로 나는 회사일을 마치고 돌아오거나 모임이 있어 외출을 하게 되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회사를 잠깐 쉬고 있는 요즘 나의 마음이 편해진 것은 나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외부적인 요인이 상당수 줄어들었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우울증과 신경증의 관계를 이렇게 말한다.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고도가 낮은 땅에 살고 있어 수위가 약간만 높아져도 홍수를 겪는 사람과 같다.(부정적 감정이 촉발되는 감정역이 낮고, 따라서 우울증에도 그만큼 취약하다).

이쯤 되니 나는 불특정 다수의 외부 요인이 있는 사회생활에도 다양한 활동에도 무기력한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책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는 대신,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무력감도 함께 찾아왔다.


또한, 유전적 요인이 강하다는 저자의 말에 조금 더 속이 상했다.




모든 성격엔 혜택과 비용이 있다


감사하게도 저자는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들이 가지는 장점과 사례를 설명해준다.


최소한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 중 일부는 높은 신경성 때문에 뭔가를 이룰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작가, 시인, 예술가들의 우울증 비율이 대단히 높은데, 이는 이들의 신경성 수치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가능성으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첫째, 그들은 일종의 치료요법으로 글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글을 쓰든 다른 사람에게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


마음이 힘들었던 올해 4월, '마음담론'을 참여하기 시작했다. 학인들과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읽으며 위로와 다독임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정말 큰 힘이 되고 치유가 되고 있다.


둘째,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외부 세상에서 돌아가는 일과 자신 내부의 일 모두가 옳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려고 한다.
신경성이 노력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공대여자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내외부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혼자만의 연재를 진행하고 있다. 소소하게 내가 겪었던 일들은 나열해 나가며 개운함과 시원함을 느꼈고, 읽어주시는 분들을 통해 나의 마음이 이전과 달리 더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공대여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내가 나의 일에 임하는 자세 또한 더 당당해질 수 있어서 이 또한 나의 신경성을 통해 얻게 된 경험이 아닌가 싶다.


신경성 수치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근심이 사라지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그런 성격의 장점, 그 성격의 민감도, 그리고 그 성격 때문에 갖게 된 노력하는 자세와 통찰력을 십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


분명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나의 신경성이 나에게 많은 상처와 머뭇거림을 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 나의 마음과 성격을 알아봐 줌으로써 지금까지의 나를 다독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못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이 책을 더 읽어 내려가면서 신경성을 관리하고 억제하는 방법을 더욱 숙달해보려 한다.




마망 : 오빠 나 성격 검사해보니까 외향성이 가장 낮데.
오빠 : 나는 알고 있었지.
마망 : 어떻게 알고 있었어?
오빠 : 사람들 많은 곳 무서워하고, 눈치 많이 보고 불편해하잖아. 무엇보다 소심하고.
마망 : 그래서 어제 그 일이 계속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되는 걸까?


어제 지인이 일하는 의류 전문점에 다녀온 이후, 나의 말실수에 대해 여전히 곱씹어 보고 있다.


1박 2일 동안 제가 이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저렇게 말해버려서 혹시나 기분이 상하셨으면 정말 사과드립니다.라고 하는 구구절절 카톡을 보내볼까, 그냥 있어볼까, 선물이라도 보내볼까, 아니야 오버라고 생각하실까.


경우의 수를 수도 없이 생각해보다가 여전히 고민만 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밤늦게 퇴근하실 것 같아서 연락을 못했고 오늘은 바쁘실 것 같고, 내일은 오프여서 쉬고 있는데 괜히 연락하면 그럴까 봐.. 결국 나는 또 최악의 시나리오를 여전히 짜고 있다.


어서 이 책을 다 읽고 어찌하면 좋을지 방법을 찾아내 속이 후련해지고 싶다.


올해 초에도 한 명리학자를 찾아갔다. 처음 보는 그녀에게 내가 말했다. "선생님. 저 어떻게 할까요?" 대답을 다 믿을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묻곤 했다.(일간 이슬아 수필집, 화살기도 중)


이 책의 저자에게 묻고 싶다. "선생님. 제 신경증은 어떻게 할까요?"


(2, 3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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