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담론

만성 두드러기와 마음의 독소

[최고의 휴식 1] 내 마음의 독소가 쌓인 이유

by mamang


나는 만성 두드러기와 10개월 째 함께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올해는 "두드러기의 해"로 이름붙어 마땅하다.


정말 신기하게도 두드러기는 주간 시간대에 잘 발현되지 않는다. 회사원으로서는 아주 억울한 부분인데, 퇴근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두드러기를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오후 3~4시가 되면 의자에 앉아있을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졌다. 이와 함께 이른 시간부터 두드러기가 발현되기 시작했다. 나는 당시 두드러기 증상 완화를 위해 스테로이드 오랜 기간 복용하고 있었다. 스테로이드는 효과가 빠른 대신 부작용이 많았고, 나의 경우에는 얼굴이 보름달처럼 커지는 문페이스 증상이 점차 심해졌다.


작년 9월에 결혼한 이후 4개월 만에 두드러기가 발생하였으니 신혼 생활은 자연스럽게 증발하여버렸다. 수개월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로 버티다 보니 회사에서의 실수가 잦아졌다. 업무 효율도 현저히 떨어져서 간단한 의사결정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업무 스트레스도 늘어나게 되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는 항상 예민한 상태로 신경질적으로 굴었고 그렇게 회사와 가정에서의 생활이 모두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오랜 고민 끝에 질병 휴직 3개월을 신청하게 되었다.




"휴직 기간 동안 뭐 할 거야?" 남편이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그냥 매일 아침 10분씩 명상하고, 산책하고 요가 할 거야." 나는 그거면 된다고 했다. 여행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다른 것도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나는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10분 동안 명상을 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스트레칭을 했다. 매일 5km의 거리를 걸었고 야채 위주의 식사를 했다. 책을 읽다가 오후 3시에는 매일 요가원에 갔고 집에 돌아와서는 저녁 시간은 남편과 함께 대화도 하고 식사도 함께하며 풍요롭게 보냈다.


그렇게 2개월간을 보내면서 무엇보다 매일 저녁 내 머리를 가득 메운 회사 일들을 비워낼 수 있었다. 두드러기 증상도 점점 더 호전되어 스테로이드 복용을 중단하게 되었다.


이제 휴직 기간의 마지막 1달을 남겨두고 있다. 그런 나에게 [마음담론]의 10월 선정 도서 「최고의 휴식」으로 감회가 새로웠다. 최근 일주일간 회사 동료들이 차례로 꿈에 나와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조급해지고 마음이 두려워지는 지금에 딱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곳에서부터 몸이 멀리 벗어나도 머리의 공상 속에서 나는 항상 일하는 중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사회생활을 하던 당시의 나는 누구보다 머리를 쉬게 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머릿속에서 매번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과 다른 생각이 함께 돌아가고 있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업무 협의를 하는 중에 내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을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내 옆에 있는 사람의 기분과 나에 대해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항상 함께 생각한다던지. 회사에 출근하기 전에 그날에 벌어질 최악의 일을 미리 시뮬레이션 한다든지. 퇴근한 후에는 그날의 크고 작은 의사소통과 업무들에 대해 후회를 하거나 반성하는 것이다.


업무 특성상 하루에도 20통 이상의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나는 그만큼 생각할 거리를 매일 떠안게 되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쌓아놓은 생각할 거리 때문에 주말에도 내내 근무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회사에서 연락이 오거나 해결해야할 일이 생기면 생각할 거리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쉬지도 못한 채 주말을 보내버린다. 이렇게 누적된 고민거리들로 이동 시간, 일하는 시간, 쉬는 시간에도 머리를 계속 생각들로 가득했다.


「최고의 휴식」의 저자 구가야 아키라는 최고의 휴식법 7가지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독자들에게 안내해준다. 덧붙여 마인드풀니스가 갖는 의미와 세계에서 적용되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언급해줌으로써 독자들의 호기심 또한 자극한다.



우선 이번 한 주간 2가지 휴식법에 대해서 나의 일상에 적용해보았다. 마인드풀니스 호흡법, 동작 명상을 평소 하던 명상과 산책, 요가에 접목해 활용하였다.


01. 마인드풀니스 호흡법


마인드풀니스의 핵심은 '현존'과 '알아차림'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평가와 판단 없이 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며 그것이야말로 과거와 현재에 얽매이지 않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는 과거와 미래에서 비롯된다. 지난 일에 연연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불안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평가나 판단을 더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경험에 능동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나의 경우 9개월째 매일 아침 명상을 하고 있다. 가만히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10분을 보내야 하는 것은 곤욕스러운 일이었는데, 지금은 16분으로 시간을 늘려서 진행하고 있다. 처음 명상을 시작하면서부터 각종 걱정거리와 고민이 떠오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대한 대처로 나는 '좋은 향이 나는 차'를 선택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하고 요가 매트 위에 앉기 전 나는 매일 커피포트의 전원을 켰다. 물이 끓은 후 그날의 차를 선택하여 컵에 차를 내린 후 자리에 앉는다. 보이차나 녹차보다 향이 많은 동백꽃 차나 귤차 등을 선택했다. 향긋하고 진한 향을 맞으며 명상을 하게 되면 다른 곳으로 생각이 도망갔다가도 금방 향을 찾아 돌아올 수 있다.


나는 명상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매일 아침 어떤 차를 마셔볼까 하는 즐거운 고민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전문가적인 다도를 하지는 못하지만 매일 2~3가지 이상의 티백 차 중 하나를 골라 마셨다. 괴로웠던 아침이 나에게 즐겁고 루틴한 습관을 선물해주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저자는 명상 중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다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야. 생각이 떠오르면 '지금 생각이 떠오르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하면 돼. 그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하는 거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호흡은 의식의 닻이야.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닻이 있으면 배가 쓸려가지 않듯이 잡념으로 마음이 요동칠 때 호흡에 집중하는 거야."


저자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은 지금을 의식하기 위해서야. 이것을 마인드풀니스 호흡법이라고 하지."라며 정의를 내린다.


호흡을 의식의 닻으로 활용하는 것. 매일 나만의 리추얼을 만드는 것. 내 마음과 친해지는 하루의 시작으로 활용해보시길 바란다.



02. 동작 명상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면서 나는 4가지의 일을 함께했다. 걷기, 노래나 팟캐스트 듣기, 커피 마시기, 생각하기. 놀라운 것은 이 4가지를 함께 하다 보면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날의 산책이 끝나있었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그날의 자연을 핸드폰에 사진으로 남기고, 감동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사실 나는 감흥 없이 습관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동시에 하는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눈앞의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때 마음은 항상 지금과 관계없는 곳에 머물게 되거든. 그렇기 때문에 자동조종에서 벗어나 마음의 방랑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 지금을 되찾아야 해."


그래서 나는 지난주 화요일부터 '처음 산책하는 날'처럼 산책에 임하기로 했다. 그날은 커피를 담은 텀블러 없이 산책에 나섰다. 노래도 듣지 않았고 나의 발이 땅에 닿는 기분과 팔다리의 감각에 집중했다. 완연한 가을의 주변 풍경을 만끽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컴퓨터나 핸드폰, 티브이를 바라보며 했던 아침 식사를 아무것도 보거나 듣지 않은 상태로 시도해보았다.


SNS에서 어떤 이가 스타벅스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남자를 보고 남겼던 글이 생각난다. 그는 본인이 방금 사이코패스를 본 것 같다며 스타벅스에서 핸드폰도 안 보고, 책도 안 보고, 노래도 듣지 않고 진짜 커피만 마시는 남자를 봤다는 거였다.


아무튼, 나의 첫 식사 명상은 '샌드위치'였다. 분명 처음 먹어본 음식은 아니었지만, 나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외부 요소 없이 임하다 보니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정말 맛있다." "정말 배부르다." "정말 다양한 맛이 있다."는 거였다. 그 전에는 그 음식이 가지는 맛과 향에는 집중하지 않고 '입이 심심하다'는 느낌과 '뭔가를 씹는다'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위에서 느낀 3가지의 맛있고, 배부르고, 다양한 맛이 난다는 깨달음 이후에는 먹는다는 행위에 대해 평소 가지던 '죄책감'과 '불쾌함'을 조금 줄이게 되었다. 포만감이 생기기 전에 마구 음식을 욱여넣는 대신, 천천히 음식을 탐색하고 맛보게 되니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한 감사함과 행복함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무엇보다 음식을 천천히 먹게 되어 소화도 더 잘되고 포만감을 쉽게 느낄 수 있어 폭식을 조금 줄이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편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에서 티브이를 보게 되는 것은 고치기가 어렵다. 남은 기간 저녁 식사도 '밥'에만 집중하는 연습을 해볼 계획이다.




이제 복직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두드러기 경과와 복직에 대해 친구들이 많이 묻고 염려해준다.


"두드러기의 원인은 찾았어?"라고 친구들이 묻는다. 처음과는 달리 두드러기 10개월 차인 지금,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사람들을 아주 무지 미워했거든. 모든 회사 사람들을 원망하고 싫어했던 것 같아. 한참을 그랬던 것 같아. 그때 즈음에는 퇴근하고 나면 그날에 있었던 일들이 저녁 내내 리플레이 되었거든? 그렇게 한두 달을 보내고 나니 몸이 아프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내 몸의 독소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아. 아마 그게 가장 큰 원인 아니었을까?"


이렇게 대답하면 다시 친구들이 물어온다. "이제 다시 회사에 돌아갈 수 있겠어?" 나는 이렇게 답한다. "아파서 3개월을 쉬어보니까, 알겠더라. 내가 너무 애쓰기만 했던 것 같아. 내가 잘하고 있다, 기특하다 생각 없이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그러다 보니 누가 했던 말로 받은 상처를 계속 헤집고. 앞으로는 나에게 어떤 상처들이 또 생길까 미리 시뮬레이션해 보고 또 미리 끔찍해 하고. 사실 분명 쉽지는 않을 건 알아. 그래도 한번 나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내가 도망가는 것 말고 일단 한번 해보고 예전과는 조금 다른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고 나를 대해보려고.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지치겠지. 그래도 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어."


"더 큰 문제는 휴가를 내고 쉬는 것으로는 뇌의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거야. 내면이 쉬지 못하면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없거든."


이제는 오히려 두드러기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는 생각해본다.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걸 알게된 탓인 것 같다. 괴로움 없이 푹 잘 수 있는 저녁 시간도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와 더불어 사랑하는 이들과 웃으며 보낼 수 있는 시간도. 회사에서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보낼 수 있는 시간도. 고민을 공유하며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논하는 시간도.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성취감도 모두에게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당연하게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공기가 없으면 우리가 살 수 없듯이 호흡을 하는 매 순간 감사하게 생각하자."라는 요가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들이마시고 내뱉고 있는 호흡이 깊은 물 속에서 오랫동안 참고 견디며 그렇게 원했던 첫 호흡이라고 생각해보자. 당연한 것이 없듯 이 세상에 처음이 아닌 것은 없다. 모든 것의 처음, 당신의 처음을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 다 현존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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