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라 많이 망설였다. 부끄럽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해서 묻어놓은 채로 시간이 조금 많이 지나갔다. 무엇보다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컸다.
말 더듬기 증상이 시작된 것은 약 1년 전이었다.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입속에서 1초 정도 머금게 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나는 그때 '마음이 급해서 잠깐 그랬나 보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가 전화로 일 이야기를 할 때도 증상이 나타났다. 말 더듬기라는 걸 처음 경험해보니 회의를 앞두게 되면 너무 긴장되고 위축되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증상이 나타났는데, 점차 빈도가 늘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럴 때면 입을 가리거나 '제가 긴장해서요' 또는 '제가 마음만 급해가지고'라는 말로 자연스럽게 지나가려고 노력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사람처럼 눈에 띌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찾아오는 말 더듬는 증상 때문에 자꾸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
나중에는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 앞에서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약속 장소에 머물고 대화하는 중에 한번에서 두 번 정도 입을 벌렸다가 말을 두 박자 정도 쉬고 내뱉게 되는 현상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빨리 머릿속에 있는 단어를 내뱉어야 한다는 생각하고 목구멍을 뚫으려고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상한 것은 내가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렇게나 말해도 되는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 앞에서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증상이 생긴 이후에 신혼이라는 핑계와 친정, 시댁의 대소사라는 이유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심각해져서 만나려고 해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니 나로서는 핑계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어서 다행인 면도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1월 발병한 두드러기로 인해 말 더듬기에 대한 대응은 지금까지 미뤄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복직이 3주 앞으로 다가왔고, 두드러기 증상은 많이 완화되었다. 회사에 복귀할 날이 다가오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남편의 질문에 나는 "이제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무리하지 않아야지.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내가 나를 너무 괴롭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잘 일 하기 위해 용기를 내서 3개월의 휴직을 얻어냈으니, 이제 돌아가서도 아쉬운 거 없다는 마음으로 임할 거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정말 나는 이대로 괜찮을까? 나는 왜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두드러기가 났으며 사람들을 피하고 싶었을까.
01. 잘 쉬지 못하는 사람
"나 오늘 낮잠을 50분이나 잤어." 이틀 전 요가원에서 친한 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는 놀라며 답했다. "그게 왜? 낮잠은 2~3시간 정도는 자야 하는 거 아니야? 너 정말 게으른 사람 못 봤구나?"
휴직을 한 후 매일 아침 6시 30분이나 7시에 일어나 5km를 걸은 후 책을 읽고 글을 써왔다. 책을 읽고 필사한 후 거의 매일 1개의 글을 완성했다. 오후에는 요가원에 가서 70분 동안 요가를 하고 집에 와서 다시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남편이 운동에 가지 않는 날이면 함께 밥을 먹고 운동에 가는 날이면 그대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쉬려고 휴직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 말했다. "그냥. 나는 내 루틴이 있는 게 좋아." 나는 답했다. 마음과 몸의 건강을 위해서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점점 '내가 휴직 중에 해낸 것이 무엇일까'라는 것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한 게 뭐지?' '뭐가 남았지?'라고 생각이 드니 남은 시간을 쪼개서 바쁘게 써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어떻게 하면 게으른 사람이 되지 않고 잘 쉴 수 있을까?
「최고의 휴식」의 저자(구가야 아키라)는 일주일 중 하루 정도는 '레이지 데이(Laze day)'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레이지 데이란 말 그대로 게으름을 부리며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을 갖는 것인데, 그냥 무조건 게으르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마음과 몸에 집중하여 챙기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147쪽)
나는 요즘 쉬려고 해도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들도 요즘 부쩍 명상에 잡념이 끼어들기 일쑤다. 저자는 잡념으로 머리가 복잡한 상태를 '몽키 마인드(Monkey Mind)'라고 한다. "원숭이들이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날뛰는 것 같은 불안한 상태를 말하는데, 잡념이 머릿속을 차지하면 뇌는 쉽게 지치고 말지" 하고 잡념에 사로잡힌 우리의 뇌는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잡념을 떨칠 방법은 무엇일까.
중요한 건 '잡념'에 대해 방관자로 있는 거야. 인간은 잡념을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지. 하지만 '나'는 그저 '잡념'을 담는 그릇에 불과해. 역과 열차를 동일시하는 것이 터무니없듯이 자신과 잡념을 동일시할 필요는 없어. 자신의 마음은 열차들이 오가는 플랫폼. 아무리 잡다한 종류의 열차가 들어와도 플랫폼은 바뀌지 않지. (151쪽)
1. 마음은 '생각'이 오가는 '장소'에 불과하다
2. 요란스런 잡념도 언젠가 떠난다
3. '생각하는 자신'과 '생각'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어서 저자는 "마인드풀니스는 '나의 사고방식 습관'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데도 효과적이야." "그런 다음 기존의 인지행동 요법을 더하는 거지"라고 한다. 즉 '마인드풀니스'와 '인지행동 요법'의 병행을 통해 잡념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우리의 기분과 몸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책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필링 굿」을 추천한다.
02. 화를 잘 내는 사람
회사에서 말 더듬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를 돌이켜보면 내가 불리한 상황에 있을 경우가 많았다. 지인들과의 대화에서는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듣거나 공격을 받을 때 종종 나타났다. 예를 들면 업체에서 협조를 잘해주지 않아서 업무 혼선이 와서 내가 질책을 받는 상황이나, 친구들이 나를 놀리는 등의 상황 말이다.
비슷한 시기부터 회사에서 불편한 통화를 앞두게 되면 긴장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비협조적인 업체와 업무 협의를 진행을 앞둘 때면 매번 심호흡을 해야 했다. 회의에 들어가서는 내 계획대로 방향이 잡히지 않으면 화가 났고, 명치가 답답했다. 업체의 안하무인 격인 태도에도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지만, 심호흡만 계속하다가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박차고 나온 적도 많았다.
한번은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평소 거의 대부분의 요리를 하고 살림의 대부분을 한다. 그런데 그날은 설거지를 하는 나에게 약간의 잔소리를 하는 남편에게 갑자기 화가 치솟았다. 그리고는 수도꼭지를 손으로 힘껏 내리치는 상상을 했다. 왠지 이렇게 실행해버리면 너무 자책할 것 같아서 속으로 숫자를 계속 새어나갔고, 계속 숨을 쉬었다.
누군가에게 화를 쉽게 내지 않는 성격이라 자신을 정의해왔는데, 나도 모르는 들끓는 분노가 마음속에 있는 것 같아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최고의 휴식」의 저자(구가야 아키라)는 화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린다.
화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뇌가 발동하는 일종의 '긴급 모드'이지. (169쪽)
편도체가 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 편도체는 외부로부터 과도한 자극을 받으면 뇌 전체를 지배하며 폭주를 해버린다네. 편도체 납치(Amygdala Hijack)라고도 하는데, 이게 사실 화의 실체야. 편도체가 과잉으로 활성화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뇌의 사고활동이 억제되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해져. (169쪽)
내가 불리한 상황에 닥쳤을 때 자주 화가 났던 이유가 여기에서 온 것을 아니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진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화에 대처할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화를 대처하는 마인드풀니스 방법으로 'RAIN'을 안내해준다.
이는 화가 나는 걸 알아차리고, 화가 나는 걸 받아들이고, 내 몸의 변화를 살펴보고, 화나는 것과 스스로를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하는 방법이야.(171쪽)
<RAIN의 원리>
1.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린다. Recognize
2. 화가 난다는 현실을 받아들인다. Accept
3.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본다. Investigate
4. 화와 신을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한다. Non-Identification
이와 더불어 저자는 "자신이 화를 느낀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는 거야. 지금까지 해온 대로 호흡을 의식해도 좋아. 거듭 말하지만 호흡은 지금, 여기에서 휩쓸려가지 않기 위한 닻이야."
나의 경우 매일 아침 명상, 산책, 요가 하기, 감사일기 쓰기를 빠짐없이 매일 하면서 복직 전 3주간 마음 근육을 더 단단히 할 예정이다. 사실 아직 내가 잘 쉬는 사람, 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인드풀니스라는 방법이 지금 내 손에 쥐어져 있으니 손 놓고 머릿속 원숭이들에게 제압당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복직 후의 회사 생활이 마치 처음 시작하는 회사 생활처럼 긴장되고 기대된다.
"마망아 복직전에 여행가고 싶으면 말해. 오빠가 돈 줄게." 남편이 오늘 산책을 하며 말을 꺼냈다. 휴직을 하면서 월급이 많이 줄었고, 매일 출근해야하는 사람 옆에서 너무 잘 쉬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말을 꺼내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달력을 보니까 복직이 얼마 안남았더라고. 마망이가 너무 집에만 있고 그래서 아쉬울까봐 그러는 거니까 생각해보고 말해줘."
안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본가에 잠시 내려가 있을지, 아이를 낳고 곧 복직하는 친구를 만나러 갈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쉬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 화를 다루는 방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니 복직을 앞두고도 마음을 조금 편하게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매일 이렇게 이야기해주기로 다짐해본다.
"나는 뭔가를 해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다. 내가 뭘 깨닫지 않아도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들이 있다. 또 그러지 못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