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그러니까 어제는 시 쓰기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평소 10시면 침대에 들어가야 하는데, 어제는 10시 20분이 넘어서 수업이 끝나버렸다.
바로 잠자리에 들려고 미리 씻기까지 했는데 시간을 놓쳐버려 마음이 조급해졌다.
성실하게 잠들고 벌떡 일어나는 게 매일의 목표인 나는 조금 불안해졌다.
불안해지니 이상하게도 정신이 또렷해져 11시가 넘어도 눈이 말똥말똥했다. 거실에서 졸고 있는 남편을 깨워서 방에 들어왔다. 꿈과 집의 경계에 있는듯한 남편에게 내가 말했다.
"오빠. 난 시인이 될 거야." "왜?" "모르겠어. 그냥 다 너무 재미있어." (졸면서) "응. 그래." "그거 알아? 나는 시인이 될 운명이고 오빠는 시인의 남편이 될 운명이야. 끽끽끽."
오빠는 잠들었고 나는 일기를 마저 썼다.
"시 쓰기 수업을 듣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역시. 사포 같은 세상에 맨몸으로 비벼대며 살아온 보람이 있어. 마음껏 약해 보이고 마음껏 예민한 모습을 보여줘. 그래 잘하고 있어.' 오랜 시간 사람들의 말과 행동 속에 숨겨진 진위를 찾느라 애쓰고 찾지 않으려고 애쓰며 보냈는데. 이 연습이 시를 읽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신이 나서 머리가 동그랗게 부풀어 올랐다. 광대 언저리가 후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