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나는 잊지 말아야 할 나의 신입시절

프롤로그

by mamang



• 그러니까 어른에게 글쓰기는 사회적 표정을 조심스럽게 벗겨 내는 행위였다. 돈과 나를 맞바꾸는 거래가 본격화되기 이전의 '나'를 만나는 일 자기의 사회적 표정과 대결하며 본래의 표정을 되찾는 일이 어른의 글쓰기일지도 모르겠다.(은유, 쓰기의 말들)






11년 전 첫 월급을 받았다. 지금은 근무지를 옮기고, 심지어 이직을 하고, 거주지를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옮기고 결혼도 했으면서. 나는 자주 11년 전 그때로 돌아가 앉아있다.


첫 월급으로 운전면허를 딴 것, 처음 대출을 받아 중고차를 산 것, 월급으로 대출이자를 처음 갚아나가던 일, 퇴근길에 눈물 콧물 흘리며 나중에는 핸들에 머리를 박고 엉엉 울었던 일. 그런 나와 매운 족발을 함께 먹어주던 친구들 덕에 기분이 금방 또 풀리던 일. 내가 전시된 케이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첫 소개팅. 이제 다시 전국으로 순환근무를 하러 뿔뿔이 흩어질 첫 동료들과의 이별에 체면 이런 것 없이 그냥 맘 놓고 엉엉 울 수 있었던 나의 막내 시절.


나는 왜 아직도 그때의 내 이야기를 여전히 쓰고 싶은지 모르겠다. 이것이야말로 자기 복제 아닐까. 글감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하다가 은유의 책을 읽으며 현답을 찾았다. 나는 일이 점점 적응되고 할 만해지는 '사회적 표정'으로 두껍게 코팅되어가는 지금의 내가 어색한 것이다. 매일 새롭게 상처받고 또 지칠 줄 모르고 아물어가던 나의 재생력과 그 생기가 그리운 것이며. 무능한 내가 어떻게 빨리 유능해질 수 있는지 곰곰 고민했던 시절이며. 대학 교육과 현업이 얼마나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온몸으로 느끼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때로 돌아가자고 하면 용기가 나지 않아서. 나는 그냥 내가 앉은 이 자리에서 그때의 내 이야기를 뒤지고 계속 뒤져본다. 적어도 나는 잊지 말아야 할 내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