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님 죄송하지만 하트 좀 보내겠습니다."
"또 죽었냐?"
"네."
"아니 드래곤 플라이트는 그냥 현질을 해야겠다. 새끼 용을 사야겠어. 그냥 애니팡이나 하자."
"네. 제가 애니팡은 자신 있습니다. 제 동공 시력이 말입니다."
차장님, 사수님, 나 그리고 팀원들 총 7은 매일 함바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 현장 옆 휴게소에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최근 주유소와 함께 오픈한 이곳은 아이스 커피, 아이스크림, 과자나 말려서 볶은 여주, 대추, 어깨 마사지봉 등을 파는 곳이었다.
차장님, 과장님이 돌아가며 커피를 사시면 나머지는 맛있게 얻어먹고 그분들의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레벨업에 도왔다.
차장님은 얼마 전 갤럭시 노트로 핸드폰을 바꿨다. 애니팡 화면을 잘 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차장님. 진짜 애니팡 잘하시려고 큰 화면으로 바꾸신 거에요?" 차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스 커피를 들이키시며 "이거 사실 좀 치사한 방법이긴 한데. 여럿이서 하면 같은 그림도 금방 찾고. 점수도 금방 오르지 않을까?"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장님의 핸드폰으로 집게 손가락을 가져갔다. 차장님은 핸드폰에 딸린 펜을 뽑아들며 화면을 응시했다. 동공이 이쪽 저쪽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발령 1년 하고 2개월째, 공사 준공을 4개월 앞두고 있다. '조기 준공', '적기 준공', '고품질 확보' 등의 용어가 전국 현장의 사기를 북돋았다. 짧은 공기에도 불구하고 제때 국가의 토목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전국적으로 홍보할 때였다.
단장은 매일 아침 공사팀 3명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30분에서 1시간씩 압박, 회유, 어르고 달램을 지나 나중에는 거친 욕으로 마무리되는 정신 교육을 시켰다. 단장은 소수점 단위로 관리되는 공정률을 매일 확인하며 어제 마치기로 한 일을 왜 아직까지 하냐며 닦달하고, 현장에 나와 있는 인부들이 80명이라고 하는데, 사실인지 일일이 세어오라고 윽박질렀다. 할 말이 없으면 일 못하는 ㄱㅅㄲ 들이라는 욕으로 일장연설의 마침표를 찍었다. 공사팀 차장님, 사수님, 나 이렇게 세명이었는데 주로 대답 한마디 하지 못하고 나오기 일쑤였다.
우리 3명의 팔과 손등, 얼굴과 목은 새까맣고 단장의 얼굴은 쌀뜨물처럼 뽀얐다. 하얀 쌀국수 같은 사람이 까만 메밀국수같은 사람 셋을 혼내키는 동안 메밀국수 셋은 고개를 늘어뜨려 주눅 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로 혼나는 건 차장님, 사수님이었다. 나는 선배들이 혼나는 동안 나무로 된 탁자를 내려다보며 다른 생각을 하는 연습을 했다. 그래야 울지 않고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단장은 매일 화를 내고 실적으로 압박했다. 그런 방식으로 사람을 궁지에 몰았고, 결과만 보면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시키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선배들은 모두 야근과 주말 근무에 잔뜩 절어있었다. 발주처 직원인 우리는 시공사를 압박했다. 스트레스가 턱까지 찬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화내고 소리 지르고, 줄담배를 태우며 매일을 보냈다. 모두들 더는 갈아낼 체력이 남아있지 않아 보였는데도 단장은 계속 더 많은 성과를 요구했다.
아침 회의가 길어지던 날일수록 우리의 집게 손가락이 지나가는 곳 마다 더욱 큰 효과음이 터졌다. 휴게소는 애니팡 하는 자들의 소음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