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마망 : 선배 저 회사 그만두려고요.
선배 : 응? 마망이 이제 결혼할 사람도 얼른 만나서 가정을 꾸려야지. 제발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사람들은 나의 29살을 "결혼할 상대를 신중하게 고르고 결정해야 하는 시기" 그리고 물론 "결혼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정해줬다. 그들 중 대부분은 나를 잘 모르는데도 그 시기의 여자라면 당연히 이런 고민과 결정들을 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그런 모습이 이해가지 않았지만, 괜히 나까지 마음이 급해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굳이 해주는 걱정을 이고 지고서 나이 29살에 퇴사했고, 31살이 되던 해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이직에 성공했다.
이직 후에 주변을 돌아보니 많은 친구들의 SNS는 연애와 결혼 준비를 거친 후 육아 사진들로 가득했다. 또 다른 회사에서 신입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던 나는 이미 저만큼 멀리 가 있는 친구들에 비해 혼자만 제자리인 듯했다.
이직 후에는 더 행복할 거라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렸었는데, 미뤄왔던 행복을 펼쳐보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아 허탈했다.
두 번째 직장은 첫 직장보다 조직이 훨씬 작고 보수적이었고, 30이 넘은 여성에게는 더욱 폭력적인 곳이었다.
"시집 안 가냐? 내년 이면 값 떨어진다. 만나는 사람은 있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등등 지나가는 말로 상처를 주기 일쑤였다.
나는 무례한 간섭들을 견디며 나 자신에게도 친절하지 못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년이 지나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연애 초반, 꿀이 떨어져야 했던 그 시기에 나는 남자 친구의 행동 패턴들을 집착적으로 기억해 놓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서로에게 편해질 때 즈음 행동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아주 사소한 거라도 따져 물었고, 사랑이 식은 것만 같아 혼자 마음속으로 이별을 준비하기까지 했었다.
결혼 상대를 빨리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이해하고 내 진짜 마음을 알아차릴 여유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신경증적 사랑의 또 하나의 형태는 자기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고 그 대신에 '사랑하는' 사람의 결함이나 결점에 관여하려고 '투사적 메커니즘'(다른 사람의 사소한 결점까지도 낱낱이 비판)을 이용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사랑의 기술」의 저자 에리히 프롬은 우리 스스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다 보니 본인의 결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상대방의 탓만 하게 된다고 말한다.
내가 알아차리고 있지 못하는 나의 내면의 소리를 무시하고 주변에서 말하는 '값 떨어진 나이'라고 나 스스로를 규정해버렸던 것 같다.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해줄 수 없는데도 주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그래서 결혼을 나랑 한다고 안 한다고?" 하며 혼자 조급증을 냈으니 말이다.
내가 짜증을 내고 화를 낼 때마다 남자 친구는 인내심을 가지고 내 이야기를 모두 들어줬고, 나는 점차 마음을 열게 되었다. 나중에는 나의 불안증이 남자 친구의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것 같다는 고백도 할 수 있게 되었고 결혼을 빨리 해주라는 프러포즈도 내가 직접 할 수 있게 되었다.(거절하지 않을 걸 알았으니)
그렇게 나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용해 상대방의 결점이라며 트집 잡으려 했던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충분한 대화를 하니 마음속의 신경증이 점차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남편과 연애를 하면서 점점 더 마음이 편해졌고, 불안한 마음도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앞서 1~3편에서 다루었던 1, 2장에 이어 「사랑의 기술」 저자 에리히 프롬은 3장 (현대 서양 사회에서 사랑의 붕괴)와 4장 (사랑의 실천) 편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3장을 통하여 근대 자본주의를 통하여 현대인이 바뀌게 된 과정, 그리고 자기 자신부터가 교환에 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변하는 과정과 부부라는 '팀'을 꾸리게 되는 데까지의 의사 결정 과정을 설명해준다. 이어서 4장에서는 1~3장에서 다루었던 여러 형태의 사랑에 대한 기술을 실천하기 위한 팁들을 나열해 준다.
노동이 철저하게 분업화되고 광범하게 집중화된 기업에서 노동은 조직화되고, 개인은 개성을 잃고 소모적인 기계의 톱니바퀴가 된다.
현대인들은 현대 자본주의가 철저하게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이익이 많이 남을 수 있는' 즉 명령에 순응하고 마찰이 없는 사람들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결과 스스로가 생산 효율적인 상품으로 변하고, 하나의 부품으로써 자리를 잡게 된다.
그는 상품으로 변하고, 현재의 시장 조건 아래서 최대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투자로서 자신의 생명력을 경험한다.
저자는 앞서 설명했던 현대인들이 획일화되고 개성을 잃게 되고 고독한 존재가 되는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현대인의 이러한 사회적 성격과 사랑에 관한 상황이 대응된다고 말한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지나치게 규격화되어온 자동 기계나 다름없는 현대인은 사랑을 할 수 없으며, 그들은 단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동등한 어느 부분을 공정하게 거래한다.
이와 같이 소외된 구조를 가진 사랑, 특히 결혼의 가장 중요한 표현의 하나는 '팀'이라는 개념이다.
결혼의 시작은 현대인들에게 하나의 동맹과 같은 개념으로 시작되었으며, 이는 각자 세계에 대항하기 위함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기주의로 설명될 수 있다.
「사랑의 기술」 3장과 4장에 이어서 설명되고 있는 결혼이 갖는 의미와 현대인이 가져야 하는 자세 등을 한 여성의 이야기와 함께 설명하고자 한다.
최근 칼럼니스트이자 심리 상담가 곽정은 씨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처음 봤던 영상의 썸네일은 "내가 이혼한 이유를 말해줄게(결혼 서두르는 여자들 필독!)"이었다.
29살에 결혼을 한 그녀는 1년 여의 결혼생활 후 탈혼(이혼)을 결정했으며, 결혼이라는 체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결혼을 서둘렀던 이유를 설명하며 "외로움과 불안에 무릎 꿇지 말아라" 하고 조언한다.
그녀가 결혼을 서둘렀던 이유는 무엇이며, 사랑의 기술에서는 이를 어떻게 안내하고 있을까.
그녀가 결혼을 서둘렀던 이유
01. 도태된다는 것이 싫었다.
당시의 그녀는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습득되어있었으며, 여성으로서의 그녀는 자존감이 상당히 낮았다. 지금 당장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이라는 '체제'안에 숨어 들어가 '안정'을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
세 번째 요소는 '인내'이다. 다시 말하지만 기술에 숙달하려고 해 본 사람은 누구든지 어떤 일을 달성하려면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빠른 결과만을 바란다면, 우리는 결코 기술을 배우지 못한다.
「사랑의 기술」 4장에서는 즉시 이룩할 수 있는 성과는 없다고 말한다. 그녀가 이루고자 했던 '안정'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 자신에 대한 분석, 미래를 함께 하고자 하는 배우자에 대한 깊은 성찰의 부재라는 문제가 있었다. 에리히 프롬은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02. 혼자인 게 싫었으며 나의 외로움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혼자인 삶이 임시적이고 벗어나야 하는 삶이라고 생각했으며, 이는 마치 호러무비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는 상태인 것처럼 위험한 길을 선택했던 것 같다고 한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러한 개념에서 중요한 강조점은 참아낼 수 없는 고독감으로부터 피난처를 찾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에서 마침내 고독으로부터 벗어날 안식처를 찾아낸다. 사람들은 세계에 대항하는 두 사람 사이의 동맹을 형성하고, '두 사람만의' 이기주의는 사랑과 친밀감으로 오해된다.
「사랑의 기술」 3장 에서는 고독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결혼은 상대방을 피난처로 이용할 뿐, 사랑이나 친밀감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들은 단지 '팀'을 결성하여 세계에 대항하기 위한 임시 동맹일 뿐, 앞서 말했듯이 훈련 없이는 사랑의 기술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03. 나이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
그녀는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르고, 내가 결혼해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잘 모르는 상태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분석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매대에 남겨진 마지막 떨이 물건처럼 스스로를 취급했다고 덧붙인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사랑의 기술」 4장에서는 어떠한 일을 합리화하는 무수한 방법이 있더라도 결코 합리화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녀에게는 '나이'라는 결혼에 대한 합리화 수단이 있었으나, 그녀는 진정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알아차리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가장 나쁜 것은 둘이서 외로운 것이다
그녀는 혼자서 외로운 것보다 둘이서 외로운 것이 가장 나쁘다고 말한다. 혼자서 견뎌야 하는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위로해주며 지혜롭게 시간을 지나오며 나에게 관대하고 다정하게 대해줘야 한다고 덧붙인다.
결혼에 대한 환상, 조급함으로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고 소중하고 빛나는 우리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고 조언해준다.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든지 자기 혼자서 몸소 겪어야 하는 개인의 경험이다.
사실상 정신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홀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사랑의 능력의 불가결한 조건이다.
다음 달이면 드디어 결혼 1주년을 맞이한다.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사귀기로 했을 때, 연애를 한참 하고 있었을때 '우리는 나중에 어떤 사이가 될까'하고 종종 궁금했다.
친정의 가족들을 위해서만 기도했던 결혼 전과는 달리 지금은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무릎을 꿇고 나의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남편의 부모님과 형제들을 위해 기도한다. 마지막에는 항상 하이라이트로 찐하게 나의 남편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기도로 마무리를 한다.
지난 3년 동안 조금씩 바뀌어 온 나의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남편에게 어떻게 감사함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종종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 때에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내가 지난날 했던 고민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지금 괜찮은지, 괜찮지 않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알아차릴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그리고 나에게 괜찮지 않은 것이 있다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를 찾아내고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도움을 받지 못해도, 또 나의 요청이 잘 해결되지 않아도 괜찮다.
당장, 지금 바로 괜찮아질 수 있는 일은 없다. 지금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 알아차리려고 애쓰는 중이라는 것, 그리고 나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로 충분히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
모든 일에는 (이루어지는) 때가 있다.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인내하고) 억지로 할 필요가 있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