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부장은 회의 진행에 미숙했다.
추가 투입될 장비와 알제에서 250km 거리에 있는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시료가, 이 곳에 와서 테스트를 거쳐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상식적인 과정을 묻고 나자, 별로 할 얘기가 없었다. 그럴 때면, 용 부장은 머리를 떨구고 손가락으로 책상에 무의미한 글씨를 쓰면서 시간을 끄는 버릇이 있었다. 중요한 정보를 얻고 회의를 끌고 가거나, 다음 약속을 하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접 회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40대 중년 여성인 호의적이고 친절한 연구소 소장은 업무 얘기를 오랫동안 하지 않는 그들의 회의 스타일 상, 일상의 담소를 곁들이며 진행하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면서 소리를 질렀다. 입을 다물었다. 묻는 말과 대답을 전달하는 일만 했다. 그러다 퇴근 시간도,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겨 버리자, 기술 감독이 배고프니 빨리 끝내자고 짜증 섞인 소리를 했다.
"너무 늦었고 배도 고프니 그만하고 저녁을 먹읍시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질질 끌고 있었다. 내가 화를 냈다.
"아직 명확한 답변이 없는데 어떻게 회의를 끝내? 나도 배가 고프지만 명확한 답변이 있어야 회의를 끝낼 거 아냐!"
언제까지 현장에 장비를 보낼 수 있느냐는 답변이 아직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소장이 화가 난 내 표정이 심각해 보였는지 사장에게 전화를 하더니, 며칠까지 현장으로 새로운 장비를 보내고 시험 결과 나오는 기간을 명시해 주었다. 답변을 얻은 용 부장과 늦은 시간에 지오테크를 나섰다.
“야, 너 이 새끼, 왜 아까 화를 낸 거야?”
“답변도 안 주면서 배고프다고 빨리 끝 내자잖습니까!”
“이 새끼야, 그렇다고 그렇게 화를 내면 어떡해?”
할 말이 없었다. 무능하면 현명하기라도 하든가! 그러면서 ‘모르면 배워!’라는 말을 했다. 부장은 심심하면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영어를 사용했다. 그러면서, 계약서 상에 ‘팔 꺾기’ 같은 독소조항이 있을 것이니 계약서를 잘 훑어보라는 말을 심각하게 했다.
광활한 사막이 펼쳐진 사막과 아틀라스 산맥을 낀 대도시 바트나(Batna) 근처 마을, 아인 투타(Ain Touta)
다음 날은, 사무실 알제리 행정 인력이 운전을 하고 이집트 업체에 방문한다고 같이 빗 속을 달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어디로 무엇을 하러 간다는 얘기는 없었다. 약속 장소는 세 번이나 바뀌어 마침내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들을 만나자마자 세 번씩이나 약속 장소를 바꾼 이유를 물었다. 내 딴지에 그들의 눈이 커졌다. 대표로 보이는 중후한 남자가 “다음부턴 그런 일이 없게 주의하겠다. 모르고 있었는데 알려주어 감사하다”라고 말하자마자 용 부장이 그 광경을 보고 큰소리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길래 이 사람들 눈이 동그래?”
“첫 미팅 장소에서 세 번이나 약속 장소 변경한 거 클레임 건다고……”
“이 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그걸 대놓고 얘기하면 어떡해? 니가 현대 다닌다고 뭐, 대단한 줄 알아?”
부장의 화난 목소리가 하도 커서 오히려 상대들이 더 놀랐다.
어떤 비즈니스 관계에 있든, 지극히 당연한 클레임인데도, 세 번이나 빗 속에서 약속 장소를 바꾸었는데도, 한마디 하지 못하는 비굴함이 억울하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더욱이, 대표가 시정해 주겠다고 하지 않는가? 용 부장의 호통은 저자세, 비굴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또한 회사 대 회사의 관계가 아니라,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해서는 안될 짓이었기 때문에, 고작 현대 통역 과장이 뭐가 대단하다고 한 얘기도 아니었다.
그러나, 용 부장의 회의 진행은 역시 원활하지 못했다. 한심해서 한 숨이 나왔다. 도대체 어떤 임무를 띠고 이들을 만나는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러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특별한 성과나 목적 달성 없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저녁엔 소장 방으로 불려 갔다.
“야, 이 새끼야, 너 뭐하는 새끼야? 어디서 그 따위로 배워 처먹었어?”
“무슨 말입니까? 왜 욕을 하십니까?”
뜬금없이 날리는 욕설에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뭘 잘못했나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더욱이 밑도 끝도 없이 욕 짓거리가 튀어나오자 어안이 벙벙해진 내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지오테크 다녀온 일을 용 부장이 일러바쳤다고 해서 저렇게 방방 뜰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영문을 알 수없었다.
“뭐, 이 새끼야? 어디서 말대꾸야? 니가 도대체 잘하는 게 뭐야? 니가 뭘 해야 하는 거야? 응? 어디서 별 희한한 놈이 들어와서 현대 물을 망쳐? 니가 그러고도 현대 맨으로써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물 흐리지 말고 시키는 거나 잘해! 알았어? 여하튼, 뭘 할지 자리를 찾아보자고! 나가 봐!”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밖으로 나왔다. 한심하고 어이없어서였다. 용 부장이 어이를 상실한 내 곁으로 와, 위로를 한답시고 어이없는 말을 했다.
“그러니까, 가르쳐 주는 대로 하란 말야”
“……”
현대 건설에서 온 사람들이 이렇게 양아치였나 하는 생각에 허탈한 느낌마저 들었다. 앞날이 깜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