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이유

김 도화를 왜 그냥 두는 거야?

by Massoud Jun

*** 김 도화를 왜 그냥 두는 거야?



김 도화가 나나 박대수같이 두세 살 많아도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호칭을 ‘글마(그 놈)’로 부르거나 오히려 욕을 곁들여 반말을 하니 현대의 차장 정도되면 패륜적 기질도 가지는 거 같다고 표현한다는 것도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간을 봐서 자기보다 좋은 대학 나오고 현대에서 오래 일했거나 약하고 말을 안 듣는다 싶으면 어떤 갑질과 중상모략이든지 한다는 것을 나를 통해 잘 보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똑똑하고 자신보다 좋은 대학이라도 나오면 비굴한 웃음을 날리면서 좋은 사람인 척 한다는 것도 당해본 사람은 알았다.


박대수가 하는 얘기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그에게 측량 좌표를 속이고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준 것을 포함해, 몇 개의 자잘한 거짓 정보로 골탕 먹이는 갑질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김위원에게 얘기해서 본사에 보고가 되어졌음에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 거였다. 과연, 김 도화가 말한 대로 본부장 라인을 잘 잡고 있다는 그의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그가 충성을 다 바쳐 잡고 있는 본부장 줄에, 김위원과 내가 현장도 다니지 않으면서 직무유기를 한다고 고자질을 한 보고서가 잘 먹혔던 탓인지, 그는 노골적으로 인사 평가 권한이 없는 김위원마저도 무시하기 시작했다. 더더욱 기가 막힌 것은 현장 사람들의 태도가 김 도화에게 호의적이었으므로 과연 그의 직장 내, 처세술이 대단한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박대수는 현장에 오자마자 그로부터 나에 대한 중상모략을 했다는 사실을 말하며,


“그런데, 전 과장은 왜 그런 놈을 그냥 두는 거야?”


“박 선배, 건드리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해야죠. 사람들 많은데 건드려봤자 효과도 없고, 알제리에 약혼녀도 있는데 조심해야지! 게다가, 같이 일하는 사람인데 발주처 보기 흉하잖소!”


“여기 약혼녀가 있다고? 금시초문이네! 현대에 소개시켜서 같이 일하면 좋겠네! 내가 김 전무한테 얘기해줄까?”


“스킥다 삼성 프로젝트가 여기보다 훨씬 좋습니다. 집도 근처고! 이 현장은 앞날이 깜깜하네요


우리는 대화를 마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 테라스에선 용 부장과 김 도화, 현대건설의 전기 파트 차장이 같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부장에게 전달할 말이 있어 대화를 하던 와중에 뒤돌아 서 있던 김 도화가 고개를 돌리더니 내게 담배연기를 내 뿜었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었다. 거의 등지고 서 있던 터라 예상하지도 못한 그 행위는 명백하게 노리고 한 짓이었다.


내가 얼굴을 똑바로 보고 ‘왜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었냐’고 물었더니, ‘내가 뭐, 난 그냥 고개 돌렸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용 부장도 그의 말에 동의했지만 차장의 놀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김 도화는 나 좀 죽여줘’ 라고 말하고 있었고 현대의 동료들은 그와 한패였다.


숙소 앞의 꼬마 숙녀들. 11세 이하는 히잡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맛 있는 밥에, 김 도화를 앞에 두고 돌을 씹는 듯한 분위기에 소장과 김위원이 테이블 상석에서 다정한 대화를 식당 나누었다. 같은 현대 건설 출신인데다, 부장까지 역대 급으로 빨리 진급한 김 위원은 전설 같은 존재여서, 이 프로젝트를 위해 토목전문위원으로 초대되어 전무가 존중의 의미로 상석에 앉힌 것이었다. 소장과 같이 한양대 ROTC 출신인 용 부장도 상석에 앉아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각 부장급들이 직급별로 나란히 앉아 끄트머리는 앉은 하급 직원들은 말 없이 식사를 했다.


박물관에 전시해야 할 군대식 수직 문화가 식탁 위에서 꼭 같이 적용되어 식사하는 모습도 웃겼지만 회의할 때도 마찬가지 배열에 각 파트장들이 소장에게 보고하는 형식은 자주 식사 후에도 회의로 이어졌다. 회의의 비효율적인 진행 방법은 공구장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보고하는 정도였고 실무를 보는 김 수용과 나 같은 직원들은 발언 기회가 없었다. 무거운 회의 분위기만큼이나 짧고 간략한 회의는 얼마나 간략하게 모두가 이해하게끔 보고하느냐가 능력을 인정받는 것과 같았기 때문에 말을 아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모두들 무거운 분위기에 위축될 뿐만 아니라 말 한마디 실수할까 두려워 자유로운 대화가 불가능했다. 소장의 무겁고 근엄한 얼굴은 그런 분위기를 잘 대변해주었고 그것이 전무의 위엄을 나타내는 척도라도 되는 냥, 시종일관 무겁게 흐르는 회의 분위기가 효율적일 리가 없었다. 따라서 이곳 현장을 가장 잘 파악하기 위해, 발주처 인물들의 성격과 요구 조건을 간파하는 것이 최고의 대처 방법이라 보았지만, 식사 때나 회의 때나 업무 얘기가 전부인 이들의 삶은, 계획대로 일만 잘하면 모든 게 해결 될 거라 믿었다.


그건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한국의 갑을 문화는 하청 업체가 모든 업무를 실행했기 때문에 관리만 잘하면 3년짜리 공사를 2년 안에 끝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한국인 노동자들처럼 일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고 한국 회사처럼 갑질 잘하고 인간성을 상실할 만큼 모욕적인 책임전가를 잘 하는 업체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갑질의 대가들이 알제리에 와서 갑질의 싹수가 노란 소넬가즈의 자회사인 ‘전력 생산국(SPE)’의 3류 ‘전기·가스 엔지니어링사(CEEG)를 만난 것은 불운이었다.


모하메드는 내게 현대에 들어와 일할 수 없느냐고 자리를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숙소 테라스 건너편 아이들의 흥겨운 모습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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