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최고의 국영기업 쏘나트락의 최대 공장인 스킥다의 공장장이 받는 월 급여는 한화로 300여만원이었다. 그런 그들이 알제리 파견으로 최하 500만원의 급여를 받는 한국인들의 급여가 부럽지 않을 리도 없을뿐더러, 쏘나트락 같이 세계 8위의 정유회사로서의 글로벌한 다국적 기업과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을 상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런 소나트락이라 하더라도 이네르가와 에트르킵은 어쩔 수 없는 자회사라 상부상조했다. 서로를 비난할 리 없는 그들끼리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눈 앞에서는 당장 그들의 무능과 책임전가를 비난해도 뒤로는 짝짜꿍이 맞아 현대쯤 골탕먹이는 것은 일도 아닐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모하메드의 스승인 헨니쉬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한국인들과 언어가 통하지 않았고 내 개인적으로 자연스럽게 얘기가 가능한 사람이라 은근히 내게 자신의 은퇴 후에 현대에 고문으로 들어가 일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 마음은 노골적이지 않았지만 프랑스어를 사용하면서 오래 살다 보면 당연하게 알게 되는 언어의 메시지였다. 헨니쉬는 더욱이, 알제리에 업체를 등록하거나 협력업체에 대한 정보를 주면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주겠다는 말과 더불어, 곧 은퇴하게 되면 현대에 자리를 얻게 되면 자신이 일했던 CEEG와의 원활한 코디네이터를 해주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 얘기는 곧, 이 현장의 성공 여부는 코디네이터에 달렸지, 현대의 실력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 이유는 한 번도 발전플랜트를 시공해보지 않은 알제리가 플랜트에 알 리도 없고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의 역량 있는 사람이 전반적인 코디네이터를 해야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역할엔 기술이 필요 없었다. 간지럽고 부족한 곳을 긁어주는 것은 돈이었다.
현대에서 고용한 전력생산국의 경험이 있는 현지 고퀄 엔지니어들 급여가 이들 공장장 월급에 맞먹었는데, 쏘넬가즈의 3류 자회사가 그만큼 월급을 받을 리도 없었다. 그들은 기회가 되면 내게 현대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런 얘기를 용 부장이나 소장에게 전달해도 업무와 무관하다며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업무 수행 능력만 믿었다.
주비르를 제외한 돼지처럼 살이 찐 이네르가의 간부들
그 업무 수행 능력도 오롯이 자신들의 수고로만 이루어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도 대기업에 오래 다닌 자들이 가진 병폐 중에 하나였다. 정경유착이 국가발전의 초석이 된 박정희 시절, 드라마와 뉴스는 경제발전의 기치를 내세워, 재벌 총수들의 역량을 미화하고 영웅시 하는 대신에, 노동력 착취에 따른 노동자 저임금과, 능률 제에 의한 협력업체 비용 미지급 등으로 이뤄진 총체적 불법의 대명사가 현재 대기업들이 지금의 기술력을 가지기 전까지 성장한 배경이었다.
영웅이 된 재벌들은 초법적 존재가 되어 대기업이란 왕국을 이뤘을 뿐, 공룡처럼 배를 불리곤 베풀어줄 줄을 몰랐다. 진짜 주인공은 개인이 아닌 구성원들이었다. 대기업은 상부상조와 협동이라는 미풍양속을 이용해 성장하였으면서, 성장 후엔 그 소중한 재료들을 버리고 비루한 군대식 문화를 만들어 구성원들을 지배했으니, 구성원들은 그 속에서의 생존을 위해 치열한 경쟁에서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책임전가와 갑질 문화를 만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군대를 다니지 않은 것을 너무나 다행으로 여겼다. 프랑스 외인 부대는 말로만 들어도 끔찍한 한국의 군대식 문화가 아닌 자율에 의한 개인 역량과 동료 들과의 연대의식, 복지와 혜택에 의심의 여지없이 소속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었다.
현대 건설에서 온 사람들을 보니 자부심이 너무 큰 나머지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지 못하고 일제치하 군대에서나 써먹을 구시대 유물을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젊은 신입사원들에게도 요구했다. 신구의 조화는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어지기보다, 구시대의 경험이 위엄이 되어 신세대의 참신함을 요구하기보다 구시대 문화에 위압적으로 동화되어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이 현장은 젊은 사람들이 이끌어 나가는 게 좋았다. 아니면 젊은 사람들을 전면에 배치하여 발주처의 핵심인 모하메드와 수칸을 상대하는 것이 또 하나의 성공 열쇠였다. 알제리 사람들도 한류 문화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느리게 가지만 확실한 업무 처리가 필요했지 구시대의 수직적 조직 체계는 알제리와 맞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