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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ssoud Jun Jul 14. 2019

알프스 몽블랑 도전기 1, 샤모니 몽블랑을 향하여

파리에서 샤모니까지

https://youtu.be/syHxUqGsCP0


*** 샤모니 몽블랑을 향하여


 외인부대 제대 후,

떼제베 타 본 적이 아주 오래되었다.

남부 프랑스의 님므라는 도시에서 파리에 올라오기 위해 군인 할인 75%로, 거의 주말이면 오다시피 했었지만 생활 터전을 파리에 잡고서부터는 요원한 일이 되었다. 더러 역으로 도착하는 손님들을 마중하기 위해 자주 들르곤 했어도 국가별 이동이 잦아 비행기를 타는 일이 일상화되었고, 자가용 이동이 교통수단이다 보니 어딘가를 목적으로 다시 기차를 이용할 것이라는 계획은 이번엔 세워져 있지 않았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였다.


 최근 한국 행에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KTX를 이용해 본 적이 있었다. 예전에도 한 번 이용했다가 불편함에 된통 데이고 나서는 기차도 이용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엔 경비 절감을 위해 이용했는데 예전보단 개선이 된 탓인지... 책 읽는다고 정신줄을 놓아서인지 불편함을 잊었던 기억이 났다.


 파리 '리옹’ 역에서 '디종', 디종에서 미리 약속했던, 존중하는 후배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후배 집에서 일박을 한 뒤, 샤모니 몽블랑으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야 하는 곳을 놓쳐 도착하게 된 곳이 '에비앙'이란 곳이었다. 맞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 명품 생수 에비앙 물로도 유명하지만 여성 마스터즈 골프 대회로 더 유명하고 스위스 로잔과 마주하고 있는 레만 호수로 더 유명한 곳이었다. 중앙 유럽에서 벌러톤 호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호수이고 스위스와 프랑스의 오뜨 사부아 주를 나누는 국경 호수이기도 했다. 5월에서 9월에는 세계 두 번째로 높은 145미터를 쏘아 올리는 분수를 볼 수 있는 곳이며 알프스 산맥과 이어진 천혜의 자연경관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충족시켜 주는 곳이기도 했다.


에비앙 역 앞에서 바라본 레만 호수와 스위스 제네바

 에비앙 역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샤모니를 향하는 기차가 없어, 역 바로 앞 호텔을 잡고 산책 삼아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미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은 없었지만 호수 건너 로잔을 바라보며 호수가를 산책하는 일이, 비록 잘못 온 곳이긴 해도 이것도 기회라 여기고 둘러보았다. 역은 시내와 꽤 멀리 떨어져 있고 시내는 마치 바닷가 도시처럼 보였다. 단지, 바와 카지노를 제외한 대부분이 문이 닫혀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뒷날 다시 기차표 예매를 하고 샤모니를 향하는 중간중간, 완행 기차에 몸을 싣고 멈춰 서는 조그만 역들마다 구경을 하며 샤모니를 향하는 마음은 즐거웠고 미지를 향한 도전에 두려웠다. 까뜨린느 드 메디치 전기를 읽으며 한동안 듣지 않던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신났다. 스치는 역들의 이름은 모른 체 풍경이 낯설 긴해도 정겹고 어느새 이런 풍경에 익숙해졌다고 잠깐 책에서 눈을 떼고 농촌 같지 않은 여유로움과 잘 정돈된 마을의 아기자기한 정서가 고스란히 마음속으로 전해온다.






 한국의 전원엔 평화는 사라지고 생존을 위한 고난만 보이는데 비해, 프랑스는 언제 이런 시골을 조화롭게 정돈하고 조성했는지 오랫동안 궁금했었다. 프랑스의 시골은 깨끗하다. 비닐이 날리는 곳도 없고 아무렇게나 방치한 농기구들이 놋 가루가 날리는 병든 시골 풍경이 아니다. 생기가 흐르고 거리는 잘 정돈이 되었으며 어디서나 한가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정원 조경과 더불어 형형색색의 꽃들이 사람이 우선인 사람 중심의 가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느껴지는데 그야말로 평화로운 정경이었다.


 시골 사람들의 투박한 모습에서는 촌부들의 순박한 모습을 볼 수 있고 낯 선 이방인에게 친절한 모습은 내 어릴 적 이웃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닮았다. 그런데 그런 시골을 한국의 시골에서는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들판에는 상부상조하며 씨 뿌리고 수확하는 미풍양속인 품앗이도 더 이상 볼 수가 없고 이방인에 대한 친절한 시골 사람들의 온정은 어디로 간 것일까???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릇된 정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피켈과 설신, 빙벽용 아이젠, 비박 동안 읽은 까뜨린느 드 메디치 전기.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뽑았고 건강한 발전을 해하는 부패한 정치 시스템은 줄을 잘 서야 하는 문화로 만들었으며, 그 마음이 시골 사람들에게도 침투되어 밥상 위에 반찬 한 두 개 더 올리려 서로를 경쟁 속에 몰아넣어버린 것이다. 학교는 1등 만을 위한 경쟁의 전장이 되었고 그렇게 경쟁만 하며 성장하는 사람들에게 상부상조와 품앗이의 미풍양속은 요원한 일이 되었다.


 시골의 행정은 작은 정치판이 되어 이념전쟁으로 이웃 간에도 혹세무민 하는 현장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렇게 반세기가 흘러 지금에 왔으니 공무원은 뇌물과 청탁, 부패로 살이 쪘고 그렇게 경쟁에 취약한 농촌은 죽어 도시에선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는 자만이 대접을 받는 것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이 나은 결과물이었다.


 촛불 혁명의 결과로 정권이 바뀌고 숱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사람들은 바뀌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우리가 아는 프랑스혁명인 1789년 루이 16세의 절대 왕정의 몰락 외에도 1830, 1968년에 걸친 혁명을 거치고야 지금의 프랑스가 탄생했지만 프랑스는 지금 극심한 혼란 속에 전 세계의 난민 수용소처럼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IT 강국인 한국에도 모자라는 프랑스는 행정이 너무 늦은 데다 마치 오래된 건물들처럼 여전히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 시대 변화에 둔감하다. 그러나 너무 빠른 변화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한국이 프랑스를 반면교사로 삼아 조화로움을 이루기를 바라본다.


얼마 전에 다녀온 한국의 시골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 프랑스의 전원 풍경과 순박한 역무원


 그런데 프랑스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귀족과 지주는 많이 나누어 주어야 하고 그것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명성을 갖게 했다. 지역 경제를 위해 정부가 지원한 돈을 고스란히 농촌에 쏟아부어 농촌이 아름다워질 수 있었고 농부들이 살 만한 곳이 되었다. 그것은 올곧게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정치인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한국 정치가 가고 있는 방향은 정녕 잘못된 길이란 것을 알 수가 있다. 프랑스는 머리가 조그맣고 몸과 팔다리가 튼튼하다면 한국은 머리만 비대하게 큰 기형아를 연상할 수 있다.


 농업 대국이 그냥 된 게 아니라면 아무리 광활한 농토를 가졌다 한들 정부의 지원정책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낙농업 강대국으로 만든 프랑스는 당연히 부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닌가? 오롯이 농촌을 스치며 아름다운 농촌 프랑스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모자랄 민관이 뜻과 힘을 모아 만들어 낸 프랑스 인 것이다.


 흠...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잠시 삼천포를 살았던 기념으로 삼천포가 그리워진다^^

이제 샤모니 몽블랑에 거의 다 왔다. 위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겸허해진다. 사람들 속의 경쟁자가 아닌 자연에 속한 한 인간으로서 대자연의 경이로운 아름다움 앞에 겸허해진다. 많은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아름다운 농촌과 시골을!



 외인부대에서 3주 몽블랑 훈련 마친 이후로 9년 만인가?

한 개 중대의 외인부대원의 일원으로 몽블랑 일대인 '브리앙송'의 유명한 산악 부대에서 훈련을 받았던 일이......? 그때는 힘든 줄을 몰랐었다. 내가 지치면 동료들도 지쳤고 내가 즐거우면 똑 같이 즐거웠던 그때는 내가 없었다. 한 명의 외인부대원은 전체의 외인 부대원이었고 그래서 개인의 이름이 아닌, 외인부대원의 이름으로 몽블랑에 남겨진 내 흔적은 고스란히 내 족적이 아니었다. 산악 적응 부대에서 나온 가 우리를 안내했데다 외인부대원은 있어도 내 개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소속감은 특별히 소중했다.


 동료의 배낭끈을 잡고 불 빛도 없는 길을 걸어 적의 주둔지를 탈환하는 작전이 이어졌고 헬기를 타고 작전지역으로 이동했으며 암벽을 만나면 암벽을 타야 했고 또 3천 미터 이상의 곧이들을 목구멍까지 차오른 숨을 몰아 쉬며 뛰거나 걸어 오르곤 했었다. 그때는 정말 환상적인 한 군인으로서 행복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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