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ssoud Jun Aug 18. 2020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여왕 마고

다이안 드 포와티에


*** 앙리 2세의 딸 여왕 마고


 권력과 탐욕의 화신, 프랑스의 역사를 농락하고 숱한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던 바르톨로메오 대학살의 주인공 ‘카트린느 드 메디치’는 메디치의 그 메디치 가문이다. 미켈란젤로의 갑으로써, 르네상스 3대 천제를 거뒀던 피렌체의 군주 일가이며, 세 명의 교황을 만들어 낸 그 대단한 집안의 딸이자, 욕심과 야욕이 덕지덕지 흘러 넘치는 이 여자의 남편이 바로 앙리 2세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몽고메리의 창에 찔려 죽는 왕이자 오늘의 주인공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인 앙리 2세의 가정교사이자 아버지 프랑스와 1세의 정부, 그리고 자신의 정부가 되는 처세술의 마녀 '디안느 드 뽀와티예(Diane de Poitier)', 앙리 2세의 사망 후, 30년 동안의  종교전쟁을 종식한 ‘낭뜨 칙령’의 주인공 앙리 4세, 심성 좋고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사랑 받는 왕이나 여자를 너무 밝혀 ‘팔팔한 오입쟁이(Vert Galant)’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한 부르봉 왕의 첫 번째 왕비가 메디치의 딸인 마그리뜨 드 발로와 즉, 여왕 마고다.


좌측, 프랑소와 2세(2년 통치 사망), 샤를 9세(25년 통치), 마고(나바르의 왕 앙리4세의 왕비), 앙리 3세(3년 통치, 프랑스의 수치로 생각하는 왕), 우측, 마고


 사실, 카트린느 드 메디치와 앙리 2세, 여왕 마고, 앙리 4세의 이야기는 너무도 흥미로워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 바로 여왕 마고인데, 영화는 앙리 3세 시대에 종교전쟁의 절정인 바르톨로메오 학살에 다루고 있다. 프랑스 역사상 발로아 왕조에서 부르봉 왕조로 바뀌는 과정에서 절대로 왕 위에 올라 갈 수 없던 나바르(현재 스페인)의 왕 앙리4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알고 보면 정말 재미있는 영화다. 디안느 드 포와티에의 이야기는 그 한 세대 이전의 얘기로, 샤를 뻬로는  '잠 자는 숲 속의 미녀'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고 '장화 신은 고양이, '신데렐라', '빨간 망토'의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에겐 '그림 형제' 버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숲 속의 미녀의 진짜 주인공을 잠깐 추적해보자.

  

 앙리 2세와 결혼 한 13세의 까트린느 드 메디치, 돈 많은 피렌체 공국의 딸로써, 프랑스 발로와 왕가에 시집 온 그녀가 상대해야 하는 여자는 나이 40이 넘은 디안 드 뽀와티에라는 애첩이었다. 엄청난 사교력에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남자들을 홀리는 매력이 넘쳐 났던 그녀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혁명군들로부터 프랑스를 망친 마녀라는 재판을 당한다. 무덤이 파헤쳐지고 뼈가 난도질 되어 뿌려졌다. 어느 귀족이 그녀의 뿌려진 뼈를 가져다 붙이고 촛불을 켰더니 뼈가 반짝거리며 빛나더란다.


François Clouet 작품 Diane de Poitiers와 루브르 박물관 벽에 새겨진 앙리와 디안느의 상징


 Diane de Poitier, 우리 말로 하면 뽀와티에의 다이안, 즉, 뽀와티에 댁이다. 파리에서 오를레앙 지나 남서쪽으로 약 340km에 위치한 아주 고풍스러운 도시에서 태어났다. 주요 경력으로는 15세 때 40세 연상의 지방 영주와 결혼, 후에 왕비의 시녀가 되었고 왕후를 모시기도 했으나 뛰어난 승마 기술과 몸매를 유지했다. 프랑수아 1세가 아들 앙리의 가정 교사로 임명, 카트린느가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이불 테크닉까지 관여했다. 엄밀히 따지면 앙리2세를 자신의 치마폭에 두었던 것!


 그 이후 가련한 왕비 까트린느는 아기 생산 공장으로 변모! 앙리 2세와의 사이에서는 마고 포함 10명의 아이가 태어난 후에, 갑작스런 앙리 2세의 사고 사망으로 아들 셋이 왕위에 올라가기 전까지 디안느는 앙리 2세의 총애를 받아 나이 60에도 늙지 않고 30대의 미모를 유지했다고 한다. 물론, 그녀는 까트린느가 섭정을 시작하자 처절한 보복을 당할 것으로 모두들 예상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디안느에게 아네 성을 선물로 주고 노후를 보내게 했다.


파리에서 베르사유 궁전을 지나 78km 지점에 위치한 아네성, 


 저녁이 되면 디안느는 승마를 즐기고 흐르는 강에 얼음을 풀어 샤워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승마로 숲의 요정들이 밤새워 품어 낸 숨결을 들이키며 다시 얼음을 푼 강에 수영을 하고 나면 꼭 잊지 않고 차를 마셨는데, 차 안에 금가루를 넣었다 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엮어 ‘샤를 뻬로’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썼고 월트디즈니가 열매를 맺었던 이야기가 엮여 있다. 원작은 미녀의 아이를 잡아 먹는 비극을 월트디즈니는 해피엔딩으로 만들어 원작보다 성공시켰다. 그리하여, 한국의 광고에도 ‘미녀는 잠꾸러기’가 등장했고 전세계에 알려진 주인공이 바로 이 ‘디안 드 포와티에!


 마리드메디치가 등장하기 전의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주무대가 된 위세 성이나 쉬농소 성을 다니다 보면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 숲의 기운, 성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 곳에서 살고 싶은 무수리의 신분상승을 꿈꿔보기도 한다. 사실, 르와르 강을 따라 줄지어 세워진 증세 시대의 아름다운 고성들을 구경하는 즐거움은 동심의 세계를 지배했던 실체를 그대로 볼 수 있다. 프랑스 여행이라면 차를 렌트해서 꼭 구경 가보시라.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에 도취된 여행객들에게는 어쩜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 앙리 4세


 그러나, 현실은 여행자, 혹은 걷다가 지친 파리지앙(지엔느)이 잠시 쉴, 조용한 곳을 찾아 드는 곳, 파리지앙들의 쉼터인 룩상부르그 정원이다. 너무 시내 한가운데 있지만 관광지와는 떨어진 것처럼, 여행자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기 힘든 곳이다. 그것 때문에 파리지앙들의 휴식처로 남을만한 곳이다. 노트르담 성당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고 루브르 박물관까지 20여분 걸리지만 현지인들에겐 공원이 중요할 뿐이다.


파리 소르본 대학, 상원의원회관, 마리 드 메디치의 궁전, 명문 고등학교를 가진 파리 5구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마리 드 메디치가 대체 누구길래 신경을 써야 하는가는 의문을 가졌다면 파리 방문은 의미가 없다. 모나리자를 보고 대체 모나리자가 뭐길래 사람들이 열광할까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 모나리자를 보고 열공을 하게 되는 것처럼, 프랑스는 우리 인생과 아무런 의미 없고 살아가면서 한 번도 대화의 소재로 사용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경복궁을 다니면서 이곳에 살았던 누군가가, 뭘 어쨌는지가 중요하지가 않은데 시험에도 나오지 않을 마리드메디치가 도대체 뭐라고!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을 언어로 표현하려면 최소한 한 번 정도는 본 것이라야 할 테니 이번 기회에 한 번 둘러보기나 하자.


 그녀는, 플랑드르 최고의 비즈니스 맨이자 사교계의 황제였으며 끼워 팔기의 대가였던 화가 루벤스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녀는 프랑스의 왕 루이 13세의 어머니이며 오입쟁이 왕 앙리 4세의 아내이고 삼총사에 등장하는 리슐리외 추기경과 정적 관계였다. 무엇보다 이곳 뤽상부르그 궁전의 주인이기도 하니, 우연찮게 이곳을 찾았다가 이런 기본적인 상식만 얘기해도 점수 좀 따지 않을까?


[하느님이 허락한다면, 나는 모든 백성들에게 금요일이면 닭고기를 먹게 하겠다]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 받는 프랑스의 왕이요, 50여명의 애첩을 가진 오입쟁이였으니 아랫도리 아래를 말하지 않는 전통도 이어 내려온 우리나라의 세종대왕 같으렸다. 호감 가는 성격에 긍정적이며 호탕한 시대의 탕아였던 그는, 오랜 종교전쟁과 질병으로 파산 직전이던 재정을 개선시키고 민중의 세금을 낮추고 귀족의 세금을 과중시키는 반면 상공업을 발전시켰고 현재 캐나다 퀘벡 주 개발에 주력했던 왕, 그리고 위의 한 마디로 약속을 지켜 현재 프랑스의 상징인 ‘닭’의 주인공이 된 왕 앙리 4세.


 앙리 4세는 근친상간도 마다 않던 프랑스 발로와 왕가의 딸 마그리뜨(마고)와의 정략적으로 결혼했다.  그는 바로톨로메오 축일 학살, 샤를 9세의 독살 사망, 미소년을 사랑한 호모 앙리 3세의 왕위 계승과 암살, 그리고 20차례에 걸친 완벽한 암살을 피해 살아났으며 정적이었던 앙리 3세로부터 프랑스의 왕위를 물려 받은 앙리 4세, 발로와 왕조가 끝나고 프랑스의 마지막 왕조인 부르봉의 시조가 되기까지 절대로 왕위에 올라갈 수 없었던 사람, 프랑스의 운명에 없던 남자 앙리 4세의 이야기는 마리드 메디치를 만나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를 영화 ‘여왕 마고’를 통해 알 수 있으니 꼭 보시라.


뽕네프 다리의 앙리 4세 동상 뒤 편에 그의 정원(Square du Vert Galant:팔팔한 호색한)이 있다.


 앙리 4세는 돈이 없지 가오가 없었던 게 아니다. 프랑스를 강국으로 만들고 싶고 문화와 예술이 강물처럼 흐르는 그런 문화 강국으로도 만들고 싶었던 그는, 돈 많은 피렌체의 토스카나 대공의 딸, 마리드메디치와 재혼으로 막대한 재정을 확보한다. 그러나, 28세의 글래머러스한 마리는 온갖 미녀들을 통달한 앙리에겐 매력적이지 않았고 어마무시한 카트린느를 경험했으니 두려울 만도 했지만 가오만 있고 돈이 없는 국왕은 헤벌레 한 결혼식을 올린 때가 1600년이었다.


 불어도 못하는 외로운 왕비였던 그녀는 신분 상승에도 고독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성을 본딴 뤽상부르그 궁전 건축을 지시했다. 마리는 앙리와의 사이에 여섯 자녀를 낳았고 첫째가 루이 13세였다. 아이를 낳고 입지가 굳혀지자 앙리가 원정을 떠나면 섭정을 펼치며 전권을 휘두르며 사랑과 권력을 쟁취했지만 온갖 암살에도 살아 난 불사신 앙리는 드디어 암살을 당한다.


 메디치 가문은 교황을 셋이나 배출한 가톨릭 권력가 집안이다. 상인이었으나 돈으로 교황을 샀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수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하여 앞서갔던 문명 사회를 만들었던 그들은 더 큰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딸들을 권력가들에게, 왕에게 엄청난 지참금을 주어 시집을 보냈던 것이다. 왕은 암살당했고 아들은 9살, 드디어 섭정의 시간이 왔다.


 그녀는 메디치가의 충신 콘치니를 보좌관으로 두고 앙리 4세가 종식시킨 낭트 칙령을 폐기하고 나머지 정치 방침까지도 파기해버렸다. 프랑스의 신교도들은 스위스로 네델란드, 미국과 신교도 국가로 박해를 피해 도망갔다. 정략적인 음모가 생겨 왕실이 어수선해지자 정치적인 감각에 눈 뜬 루이 13세가 유능한 정치인이자 가톨릭 추기경 리슐리외를 재상으로 임명하고 마리를 뤽상부르그 궁전으로 위폐 시켜버린다. 그녀는 권력 다툼에서 잠깐 물러났다고 생각하고 아직 완공전인 궁전을 장식할 목적으로 화가 루벤스를 불러 자신의 일대기를 그리라고 지시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루벤스의 마리 드 메디치 화랑


 그리고 루벤스,

플랑드르 회화를 말할 때 등장하는 동시대의 인물이 있는데 하나가 루벤스고 다른 하나는 렘브란트다. 30대 이전의 인생은 찬란했으나 이후의 인생은 자식들의 죽음과 가족들의 죽음으로 점철된 내면의 화가 렘브란트와 그에 비해, 화려한 사교계의 왕이자 비즈니스 맨이요, 그림 공장을 운영하던 당대 최고의 화가 얘기는 영화 한 편 만들어도 재밌고 감동적인 얘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Richelieu 관이 따로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가면 모나리자에 밀린 멋진 회화들을 만화 보듯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총사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마리드메디치이기도 하며, 루벤스와 렘브란트이기도 한 그 작품들은 모나리자가 있는 드농관보다 훨씬 우리에게 가깝고 친근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이 되면 하루 넉넉하게 시간을 갖고 그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이 감춘 얘기를 그림을 통해 하나씩 들려주는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앙리의 동상은 시테 섬의 끝자락, 퐁네프 다리 한 가운데 ‘팔팔한 오입쟁이(앙리4세의 별명) 공원(Square du Vert-Galant)’을 뒤로하고 늠름한 기마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의 무덤은 파리 북부 생드니 대성당에 다른 프랑스 왕들과 함께 안장되어 있다. 앙리 2세와 카트린느 드 메디치의 묘도 있으나 프랑스는 돈을 위해 더 이상 메디치 가문과의 인연을 끊었다.


뤽상부르그 정원의 달콤한 하루, 숲에 쌓인듯한 크다란 나무 그늘에 앉아, 지긋이 바라보는 궁전이 400년의 역사를 말한다.


상원의원을 배경으로 망중한을 즐기는 마드모아젤


작가의 이전글 겨울 지리산 2, 산에서 불장난하면 안 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