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A. Cohen의 <Why Not Socialism?>을 읽고
G. A. 코헨(G. A. Cohen**)의 <Why Not Socialism?>이라는 책을 과제로 읽었다. 30 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 책에는 코헨의 사회주의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간단명료하게 담겨져 있다. 그 중에서 특별히 사회주의에 대한 아주 거대하고 강력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우리 한국인들에게 유익할 내용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주의를 이야기 하면 즉각적으로 아주 강력한 편견과 마주하게 된다. 앞뒤 다 잘린 "북한이냐?"와 같은 조롱 가득한 질문이자 동시에 선언적이기도 한 말을 들을 때도 있고 그보다 조금 더 진부한 "좌빨이네" 등의 이념적 우수에 찬 말들을 들을 때도 있다. 물론 남과 북이 여전히 대치 중인 상황에서 북한, 그리고 공산주의와 동일시 되는 사회주의라는 개념이 주는 두려움이나 반발심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코헨의 글은 바로 이렇게 사회주의에 대한 선입견으로 가득한 독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아주 적절한 글이다.
보통 사회주의라고 하면 우리는 (특히 반공 교육을 받아온 세대들은) 중앙집중적 독재 정권이 끼니를 배분하고, 모두가 같은 임금을 받으며,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아무도 토지를 소유하지 않는 식의 사회주의를 상상할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사회주의에 맞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며 주먹을 불끈 쥘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코헨이 설명하는 사회주의는 이와 너무나도 다르다. 코헨은 사회주의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다루면서 다음과 같은 제도를 소개한다.
시장 사회주의 (Market Socialism)
시장 사회주의는 우리가 주로 자본주의와 연결시키는 '시장'을 사회주의 체제 속에 녹여내는 제도다. 요즘 자주 거론되는 "공유 경제"와 가까운 개념인 시장 사회주의는 자본을 독점한 자본가가 무자본의 노동자들을 마주하는 자본주의적 사회가 아닌 노동자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생산 자본의 지분을 소유하고 공유하는 제도다. 시장 사회주의의 특징은 시장에서의 불평등과 개개인의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로서의 불평등을 어느정도 용인한다는 점이다. 이 제도는 너무 급진적인 평등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현재의 무한경쟁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정치철학자 존 롤즈(John Rawls) 또한 자유주의적 사회주의(Liberal Socialism)를 주장하였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상적인 정치제도로 우러러보는 북유럽의 정치 제도 또한 사회 민주주의(Social Democracy), 즉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나아가 80년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전파되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극심화됨에 따라 이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사회주의적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발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주의적 가치나 민주주의적 가치가 사회주의적 가치와 무조건적으로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은 사람들이 점차 사회주의를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변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1세기 현재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이토록 사회주의에 매료되게 만드는 것일까? 코헨은 그 가장 큰 장점으로 다음과 같은 개념을 소개한다.
공동체적 상호주의 (Communal Reciprocity)
코헨이 생각하는 공동체란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상호적으로 서로를 돌보는 집단이다. 여기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상호적으로 서로를 돌본다"는 말은 다시 말하면 다음과 같다.
* 시장주의적 관계 = "경쟁"과 "개인의 이익 추구"로서의 상호 관계; 1을 주면 1을 받아야 하는 관계를 넘어 1을 받기 위해서만 1을 제공하는 관계
* 공동체적 상호주의 = 상대방의 필요에 의해서 작동하는 상호 관계; 상대가 1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당장 1을 받을 수 없을지라도 너그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계
나아가 코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회주의적 공동체에서 이익의 계산이 뒷전이라고라고 해서 무조건 내가 손해보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너를 섬긴다"의 이유가 "너도 나를 섬긴다"가 아니라 "너가 나의 섬김을 필요로 하한다"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코헨이 꿈꾸는 사회주의적 공동체는 자본주의적 인간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줄어들고 사회주의적 가치인 공동체주의와 상호주의가 늘어난 사회다. 그리고 나아가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아닌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부여받고 누군가가 뒤쳐진다면 공동체가 함께 그를 도와줄 수 있는 바로 그런 사회다.
"My commitment to socialist community does not require me to be a sucker who serves you regardless of whether you are going to serve me, but I nevertheless find value in both parts of the conjunction -- I serve you and you serve me -- and in that conjunction itself. I do not regard the first part - I serve you - as simply a means to my real end, which is that you serve me. The relationship bretween us under communal reciprocity is not the market instrumental one in which I give because I get, but the non-instrumental one in which I give because you need, or want, and in which I expect a comparable generosity from you." (Cohen, 18)
이와 같이 코헨은 사회주의가 무조건 평등만을 외치는 억지스러운 이론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더욱이나 사회주의는 구소련의 체제나 북한의 체제를 동경하며 공산주의를 외치는 자들의 이론도 아니다. 물론 사회주의도 자본주의 만큼이나 이론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많은 불완정성을 내포한 제도이지만 무조건 "북한이냐"라는 말로 가로막아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긍정적인 교훈들을 내포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문제는 매일같이 커져만 가고있고 동시에 다양한 사회주의 이론은 날이 갈수록 현실에 걸맞게 발전하고 있다. 굳이 코헨의 눈으로 바라 본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아도 모두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도 사회주의 이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 사회주의자이자 옥스포드 대학에서 막시즘을 가르친 G. A. Cohen(1941-2009)은 막스주의 뿐 아니라 평등주의, 그리고 더 넓게는 분석철학의 분야에서 대가로 인정받는 정치철학자이다. 그의 대표적인 글로는 Karl Marx's Theory of History: A Defense (1978), If You're an Egalitarian, How Come You're So Rich? (2000), Why Not Socialism? (2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