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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달갑지 않은 이유

- 7박 8일 서유럽여행 (00/25)

코노미 클래스(일반석)에서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


여행이 즐겁지만은 않은가 보다. 대표적인 몇 가지 즐겁지 않은 이유를 찾아보자. 비행기를 10시간 넘게 탄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간다.


첫 번 째. 이른바 '일반석 증후군'이라는 좌석불편 증상이다. 항공기 탑승에 있어서 일반석이란, '이코노미 클래스'를 나타내며, 비행기 좌석 중 가장 저렴하여 많은 분이 이용하는데 앞좌석과 뒷좌석의 간격이 약 85∼86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체형이 많이 커졌고, 기본적으로 체구가 큰 분이나, 비만한 자들은 장시간 여행을 하는 경우 자리가 좁아서 매우 곤욕일 수밖에 없다. 심한 경우 복도에 서서 여러 시간을 감내하는 예도 볼 수 있는데 그 안타까움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일반석에 앉아서 허벅지를 비롯한 하반신의 혈관이 막히는 증상을 개선한다는 '혈궁블로정'이라는 북한산 알약도 있지만, 약효는 믿거나 말거나 이고 보면, 수시로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좌식운동을 해주는 섭생이 필요하다. 물론 기내 방송을 통해서 일정 시간마다 운동 자세를 보여줄 때 따라 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까짓 것 일반석에서 비즈니스석(프레시티지석)으로 바꿀 경우, 비행기 삯이 두 배 이상으로 껑충 뛰게 되니 언감생심. 체구가 작아서 다리라도 꼬고 앉을 수 있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그 고통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셈.

[사진설명, ① 인천 국제공항을 막 이륙했다. KE927편. ② 바로 북쪽으로 기수를 돌리니 해안선이 보인다. ③ 중국을 넘어서 오히려 서쪽이 아닌 북쪽을 향해서 올라간다. ④ 창밖은 금세 성애가 껴 온도의 급강하를 알리고 있다. ⑤ 바로 동토의 땅. 러시아가 펼쳐진다.]


비행기 출발 때부터 도착지 현지 시각대로 적응 활동해야 '시차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다.


두 번째 불편함은 시차적 응이다. 벌건 대낮 오후 1시에 출발한 비행기의 창밖은 내내 환한 대낮이고, 11시간을 날아서 로마에 도착했을 때 현지시각으로 오후 6시 20분이니 그때 한국시각으로 새벽 3시. 몸이 자연스럽게 시차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1시간의 시차당 하루씩의 시간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시차가 7시간 (서머타임 적용 시)이니, 잘못하면 현지에서 시차 적응하기 위해서 온 여행기간 내내 고생할 수밖에 없는 일인 셈. 나는 선배들이 가르쳐준 시차 적응 방법을 늘 사용한다. '비행기 출발할 때부터 도착지 현지 시각대로 활동하라.' 비행기 오를 때 내 시계는 이탈리아 현지시간에 맞추어졌고, 내 생체 시간을 일곱 시간 늦추었다. 이런 덕에 7박 8일 여행기간 동안 밤낮이 바뀌어 귀한 시간에 졸음 속에 헤매는 안타까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사진설명; ⑥ 1만 미터 상공에서 찍힌 공장 굴뚝. 아마도 엄청나게 큰 공장일 것이다. 장소 미상 ⑦ 불모지일까 아니면 눈 내린 평야일까? 넓은 땅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⑧ 구름이 마치 양털을 깔아놓은 듯싶다. ⑨ 구름이 틈새 없이 빼곡하다. ⑩ 러시아의 노보시비르스크를 지난다는 화면이다. ⑪ 노보시비르스크는 카자흐스탄의 북쪽에 있는 러시아 땅. (나중에 찾아보니) 인구 140만 명의 시베리아 최대 공업도시라 한다. 잠깐의 호기심이 없었다면 어찌 유럽을 촘촘히 볼 수 있었을까. 항로가 자연스레 추정된다.]


호기심이 없으면 여행은 무미건조해진다.


여행지에서의 음식은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뉴욕의 피자가 나폴리 피자보다 더 맛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 고수 여행객의 얘기가 이탈리아 나폴리의 '피자리아'라는 레스토랑을 찾았다고 한다. 이 레스토랑 주방에서는 하루 4천 판씩 모차렐라를 넣은 마르게리타 피자를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자 집에서 먹은 피자 맛이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는 푸념을 섞었지만 그래도 의지가 가상하지 않았는가 함에 만족했었노라고 했다. 고추장과 포장 김을 가방 가득 채우고 식탁마다 꺼내 놓아야 하는 여행식의 한국화 작업은 제발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어디 음식뿐이겠는가. 호기심 없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없지만, 간혹 잃는 호기심을 붙들어 부릅뜨고 보고 먹고 마시고 즐겨야 여행의 참맛이 살아 나오지 않는가?


어느새 마음은 바티칸 시국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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