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박 8일 서유럽여행(05/25)
세계적으로 로마만큼 광장(Piazza)이 많은 도시는 없는 듯싶다.
빤떼온은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에서 동쪽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그 유명한 스페인 광장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나보나 광장에서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까지는 볼거리 명품 가게가 즐비하여 이른바 디자인 이탈리아를 실감할 수 있는 거리임에 충분했다. 그러고 보니 로마에는 참으로 광장이 많았다. 도시국가의 성격이 짙다 보니, 공원보다는 광장이 많은가 보다. 물론 보르게제 공원 같은 크고 유명한 공원도 많지만, 로마 관광안내지도를 떡 하니 펼쳐보면 Piazza 또는 P. zza라는 단어가 수두룩한데, 이 모두 광장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으로 유명한 광장이 바로 스페인 광장이다. 공주와 기자의 사랑이야기.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이 스페인 광장의 계단에 앉아 한가로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 바로 그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왜 로마에 있는 광장의 이름이 스페인 광장인가? 과거 교황청의 스페인 대사관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스페인 광장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광장의 계산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거리가 바로 꼰도띠 거리(Via Condotti)인데 그야말로 인산인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스페인 광장의 맨 아래에는 힘없는 물줄기의 '난파선의 분수'가 사진사들의 시선을 한 목에 받는다.
[사진설명 : 맨 위쪽, 깊어가는 밤에 비추어진 스페인 광장. 중간 왼쪽, 스페인 광장에서 내려다 보이는 세계 유명 명품이 한 곳에 몰려 있는 꼰도띠 거리 왼쪽 아래는 물줄기 약한 '난파선의 분수' 오른쪽 아래는 스페인 광장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계단]
로마에 다시 오고 싶으면 이곳에 동전을 던져라!
스페인 광장에서 남쪽을 향해 곧바로 10분쯤 내려오면 뜨레비 분수가 나타난다. 뜨레비 분수 (Fontana di Trevi)는 그리 오래된 유물은 아니다. 1726년에 완성되었다고 하니, 우리나라로 치면 영조 2년이 그해이고, 걸리버 여행기가 출간된 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뜨레비 분수는 물줄기가 강하고 조명과 어울려 야경이 멋지기 그지없다. 그리고 로마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소망을 던지는 곳이기도 하다.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행렬들이 많아서 제대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은 명소 중의 명소이기도 하다.
오른손에 동전을 쥐고 왼쪽 어깨 위로 던지는데, 이때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던진다고 한다. 정작 사진기를 메고 주변의 사람들을 열심히 찍어대던 나는 동전을 던진 기억이 없다. 아뿔싸······ 동전을 던지지 않는 나는 로마에 또 다시 가 볼 수 있을까?
주변에 있는 가게들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아이스크림, 티셔츠, 넥타이 등 기념이 될만한 서민적인 선물가게들이 즐비하다. 난, 여기서 개당 8 유로짜리 넥타이를 여러 개 샀다. 바로 뜨레비 분수가 보이는 상점에서 말이다. 아마도 참으로 비싼 값을 하는 선물이 될 것이다.
[사진 설명 : 뜨레비 분수. 설명이 필요 없을 만치 유명한 이곳 뜨레비 분수의 물은 위의 스페인 광장의 '난파선 분수'에서 흐르는 것이다.]
누구도 이 건물을 과학으로 들으려 하지 않았다. 꼴로쎄움
뜨레비 분수를 둘러보고 남남동으로 향했다. 벌써 어둠으로 시야를 반쯤 가려놓은 시간이고 피곤이 몰려와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지만, 꼴로쎄움(Colosseo)으로 향한 발길은 멈출 수 없었다. 인공조명에 각색되어 비추어지기는 했지만, 둘레 500여 m, 높이 48m의 움장한 원형극장 꼴로쎄움은 꼰스딴띠누스 대제의 개선문을 거쳐 서서히 시야를 압도하는 순간 거대한 항공모함 같은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먼저 앞길을 비켜선 꼰스딴띠누스 대제의 개선문은 꼴로쎄움에 눌려 그 기백이 한참 떨어져 보였다. 이 개선문이 파리의 개선문의 모델이 되었다고 하는데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고 했던가 그 규모나 예술성은 프랑스 개선문이 월등하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 못 하는 사실.
어쨌든 현재의 꼴로쎄움은 과거 아픈 역사를 담고 있어서인지, 부서지고 허물어진 자재를 끌어다가 싼 삐에뜨로 대성당의 건축자재로도 이용하였다니, 왠지 힘 빠지고 손톱 빠진 사자의 모습이랄까? 그래도 잔뜩 습기를 머문 밤기운에 꼴로쎄움의 장엄함과 당당함은 2천 년을 버텨온 만큼이나 변함없었다.
[사진설명 : 꼴로쎄움의 야경. 꼴로쎄움 주변에 세워진 자동차들만이 작은 것이 아니라 로마 시내에 다니는 자동차 대부분이 작디작았다.]
여행지에서의 호텔은 좋아야 할까? 아니면 나빠도 괜찮을까?
7박 8일간 유럽여행은 그야말로 성지순례와도 같은 대장정이었다. 새벽 4~5시에 일어나 짐 꾸리기에 바쁘게 호텔을 나와서는 해 떨어진 늦은 밤에 발바닥이 얼얼하게 걷고서야 들어서는 호텔. 그저 따뜻하고 깨끗하고 포근하면 그만일 것이다. 이리저리 눈 돌리고 부대시설 한 번 이용하지 못하면서 별 수를 세는 호텔 선호도는 그리 의미가 없지 않을까?
맞다, 여행지의 호텔은 따뜻하고 깨끗하면 달리 이유를 달지 않아도 좋았다. 그런데 아직 7박 8일 유럽여행 중 2박째에 들어갈 뿐. 갈 길이 멀다.
로마인들은 그리스를 무력으로 정복하고, 그리스인 모두를 노예로 삼았다. 그러나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노예이지만 지식을 가진 그리스인들을 데려다가 자식들의 가정교사로 삼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노예이면서 자식들의 선생인 그리스인들에게 '자식 체벌권'을 주어 자식들 교육에 엄격함을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로마는 하루아침에 망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로마를 떠나는 시간이 되었지만, 발길은 아직 시작도 떼지 못한 기분이다.
이렇듯 로마에서 다니던 얘기도 미처 다 풀어놓지도 못했지만 마음속에 잠겨 있던 오드리 헵번이 내내 스페인 광장부터 따라 온 듯싶었던 순간들이었다.
다음 여행은 로마에서 마지막 밤을 지내고 피렌체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