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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를 1,200년 동안 먹지 않던 일본인의 첫 요리

일본인들은 1,200년간 육고기를 먹지 않았습니다. 


신라가 3국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해가 서기 676년이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요?


이보다 한 해 전인 675년에 일본에서는 새로운 칙서가 일본 국민들에게 내려집니다. 그 칙서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제40대 텐무(天武, てんむ) 덴노(天皇, てんのう, 천황)의 칙서입니다

이 칙서는 메이지유신 이후인 1872년에 와서 해제가 됩니다..


덴노가 먹지 말라니 일본인은 먹지 않았습니다


덴노 왈 "소, 말, 개, 원숭이, 닭 등 다섯 종류의 가축의 살생과 식육을 금지한다"


일본은 어떤 종교도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순종을 강요하지 못한 땅입니다. 이른바 '국교(國敎)'를 만들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마도 덴노의 권력이 얼마나 강하게 작동했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한 장면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산과 들에서 만난 동물들에 대해 내심 육식을 하고 싶은 상황이 생겼을 터인데 어떻게 참고 지나쳤을까요?


'짐승의 고기가 불결하다'는 관념을 일반화시켰습니다.


거기에 일본 문화가 절제를 크나큰 미덕으로 삼는다는 사실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육식을 삼가며 살아왔다는 사실과도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본에 곡식과 생선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발달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육식을 허용하는 칙령이 발표된 것은 개항으로 서양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1868년보다 한참이 지난 1872년입니다. 그런데 이 육식을 허용한 직후 아주 기이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절제를 크나큰 미덕으로 삼는 일본에선 육식금지가 통용되었습니다. 


열 명의 자객이 메이지(明治, めいじ, 명치) 덴노(天皇, てんのう, 천황)의 거처에 난입해서 육식 허용에 대한 입장을 밝힙니다.

"이방인이 들어온 이후 일본인이 육식을 하는 고로 땅이 모두 더러워지고 신이 있을 곳이 없으므로, 이방인을 몰아내고 신불과 제후의 영토를 예전과 같이 지켜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덴노는 "먹어라"합니다. 


덴노가 먹지 말라고 했더니 1,200년간 참고 있다가,

덴노가 먹으라고 하니 먹기 시작한 것이 일본인의 심성인 것입니다.


이곳에 일본인의 심성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자, 문화의 특성을 발견하는 하나의 열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세기말에야 시작된 일본의 식육 문화는 짧지만 빠른 속도로 진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금기 기간을 가졌기에 일본의 고기 요리는 육식의 거부감을 희석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오랫동안 고기를 먹지 않았고, 금기시해왔으니) 고기를 가급적 덜 고기처럼 만드는데 주안점을 둔 요리가 탄생하게 됩니다.


첫 요리는 삽에 올려 구워 먹은 '스키야기'였습니다.


'스키야키(鋤焼, すきやき)'는 일본에서 가장 전통이 오래된 쇠고기 요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명의 어원은 농기구 쟁기인 '스키(鋤, すき)'에 고기를 구워 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키야키'는 오랫동안 써서 잘 닳은 깨끗한 쟁기를 장작불 위에 놓고 거기에 자른 고기를 얹어서 굽는 요리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비슷한 한국의 쟁기로는 삽이나 가래와 유사한 것을 말하는 듯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 얇은 농기구에 구워 먹는 방식이 지금의 간사이식 스키야키에 가까울 수 있겠네요.


그이후에는 야키니쿠(焼肉 やきにく)라는 한국에서 전파된 방식의 구운 고기요리와 냄비에 고기와 각종 야체를 담아내는 요즘의 스키야키(鋤焼, すきやき)로 구별되며 발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간사이식으로 고기를 굽다가 야채를 같이 구워 먹는 형태의 일본전골이 나중에 도쿄까지 전파가 되었고 지금의 간토식, 간사이식의 두 가지 패턴으로 나누어졌다고 합니다.


육식 역사가 짧아 처음에는 닭이나 사슴등 다른 동물들을 구워 먹었습니다. 


이자카야에서 작게 썰은 닭고기와 대파 등을 함께 구운 안주를 접하신 경험이 있으셨다면, 일본의 고기 첫 요리의 기초였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키야키' 요릿집은 최초의 개항 도시였던 요코하마에서 생겨났습니다. 육식이 해금된 지 5년이 지난 1877년에 이르러 도쿄에만 550개 이상의 '스키야키' 요릿집이 성업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고기맛에 미칠 듯이 심취하게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꺼운 철판 냄비에 파, 쑥갓, 표고버섯, 두부, 떡 따위를 넣고 익히다가 얇게 썬 고기를 데쳐서 먹습니다. 간장과 설탕을 기본으로 조미한 짙은 색의 소스에 찍어 먹는데, 날계란에 찍어 먹기도 합니다.


입안에 살살 녹는 듯한 식감을 즐기는 것이니, 고기를 고기가 아닌 것처럼 먹게 만든 '스키야키'를 통해서 일본인의 알 수 없는 숨은 인내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일본의 와규에 심취한 분이 많으신 줄 압니다. 그러나 짧은 고기요리 역사를 아시면서 즐기시면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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